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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르츠실트의 해’ 또는 ‘중력을 받아 완전히 수축한 천체’

믿기 어렵겠지만 이 말들은 1967년 전까지 블랙홀의 공식이름이었다. 1915년 처음 발견된 블랙홀은 50년이 넘게 저토록 복잡한 이름으로 불렸다. 존 아치볼드 휠러는 “이름을 열 번쯤 부르고 나면 더 나은 이름을 절실히 찾게 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듣는 사람도 지쳤는지, 휠러의 대중강연을 듣던 한 참가자가 그에게 제안을 한다. “그냥 블랙홀이라고 부릅시다.”

그 이후로 우리는 입에 착착 붙는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유용하게 쓰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어! 저게 슈바르츠실트의 해구나”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웜홀도 마찬가지다. 원래 이름은 ‘아인슈타인-로젠 다리’였다. 아인슈타인과 로젠이 1935년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처음 언급했기 때문이다. 휠러가 1957년 ‘벌레구멍(wormhole)’이라는 발랄한 이름을 제안하지 않았으면 지금도 저 난해한 이름을 쓰고 있을지 모른다.

아침 8시, 신도림역에는 블랙홀이 나타난다
일반상대론은 우주라는 거시세계를 설명한다. 빅뱅부터 시작해 우주 팽창과 암흑에너지, 별의 진화와 블랙홀, 웜홀, 시간여행, 중력파까지. 일반상대론의 도움 없이 설명할 수 있는 우주적 개념은 거의 없다. 문제는 이 모든 게 우리 눈에 잘 안 보인다는 것.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이 돈을 쏟아부어 영상과 그래픽을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줄 방법이 없으니까.

우주를 이해할 때 일상 언어는 꽤 요긴하다. 대중을 위한 천문학 잡지를 만드는 비영리단체 ‘우주라이크’에서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일을 설명할 때 늘 재기발랄한 비유를 사용한다. 중력파를 만드는 중성자별 쌍성계는 ‘서로 밀당을 하며 주위에 파장을 미치는 요란한 연인’에, 별 밀도가 높아 충돌이 잦은 블랙홀 주위는 ‘신도림역 러시아워’에 비유하는 식이다. 이 잡지를 만든 초대 편집장인 지웅배(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씨는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신도림역에서 출퇴근 시간마다 환승하는 사람들이 우리 잡지를 보고 ‘여기 블랙홀이 있는 것 같아’라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여러분도 어려운 과학을 일상 생활의 언어로 쉽게 풀어볼수 있다.



우주급팽창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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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4. 일반상대성이론 완성한 집단지성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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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중력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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