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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신선한 우리 작가로 승부한다

과학출판사를 만나다 마지막회 MID

[과학출판사를 만나다 마지막회 MID] 신선한 우리 작가로 승부한다

최성훈 MID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대기업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임원까지 오른 ‘성공한 샐러리맨’이었다. 책을 좋아했지만 출판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며 살아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 이모작을 시작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쌓아올린 성공에 기대기보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살아오면서 사회에 진 빚도 갚으면서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일을 고민 하다 지식과 문화가 담긴 좋은 책을 펴내보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출판사 ‘MID’다.

어찌 보면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불황인 출판업계에서, 그것도 과학전문 출판사라니. ‘왜 하필 과학책인가?’라는 기자의 질문
에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 답하는 최 대표의 모습은 낭만적이면서도 무모하게까지 느껴졌다. MID의 첫 작품도 낭만과 무모함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판사는 책으로 말한다] MID의 대표선수들

다른 곳에서 퇴짜 맞은 책부터 시작하다

MID가 처음부터 과학전문 출판사였던 것은 아니다. 우연한 만남이 MID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회사를 열고 첫 책을 준비하던 최 대표는 뜻하지 않은 기회로 미국 컬럼비아대 의료정보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우정훈 씨를 만나게 된다. 우 씨는 최 대표에게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을 예방한다는 내용의 책을 번역해 출간하고 싶다고 말한다. 바로 MID의 첫 책 ‘천달러 게놈(원제: The $1000 Genome)’이다.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는 모두 퇴짜를 맞은 상태였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지 않는,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 대표는 과감하게 출판을 결정했다. ‘치료에서 예방으로’라는 표현이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병을 ‘예방치료’하는 형태로 의료기술이 달라질 것이란 책의 주제가 최 대표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최신 과학트렌드를 동시간대로 국내에 꼭 알리고 싶다는 우 씨의 설득도 최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과는 의외로(?) 성공적이었다. 판매량도 좋았을 뿐더러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면서, MID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을 얻었다는 점이다.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 대표는 현재 MID의 간판스타인 강석기 작가(당시 과학동아 기자)나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처럼 대중적 과학글쓰기에 뛰어난 전문가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이러한 인연은 MID가 짧은 시간 안에 과학전문 출판사로 뿌리 내리는 데 중요한 기틀이 됐다.

MID만의 대표선수를 만들다

최재천 편집장은 과학 전문작가 발굴을 MID가 나아갈 가장 큰 방향으로 손꼽았다. 최 편집장은 현재 과학출판의 현실을 영화 배급 시스템에 비유했다. 대부분의 국내 영화가 3대 배급사를 통해 극장에 걸리듯 대중의 관심을 받을 만한 외국 과학도서 대부분도 이미 자리 잡은 유명 출판사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다. 후발주자인 MID가 기존의 출판사들과 ‘수입경쟁’을 벌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최 대표와 최 편집장은 블루오션으로 눈을 돌렸다. 참신한 국내작가를 모집해 MID만의 대표선수단을 꾸리기로 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과학을 쉽고 재밌게 이야기해 줄 작가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대중과학 콘텐츠를 만들어 온 사람들부터 만나기 시작했다. 강 작가나 이충환, 전승민, 윤신영 같은 과학동아 기자들이 MID와 함께 일하게 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있다. 과학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EBS PD들도 작가진에 합류했다.

작가진이 탄탄해지면서, 과학자조차 깜짝 놀라게 하는 작품 나오기 시작했다. ‘멸종: 생명진화의 끝과 시작’이 대표적이다. 같은 이름의 EBS 다큐 프라임을 토대로 한 이 책의 저자는 PD와 대중과학저술가이다. 이들 중 대학에서 생물을 공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책의 내용과 깊이는 전문가들을 머쓱케 할 정도였다. 한 전문가는 ‘PD들이 멸종을 이렇게 잘 설명하는 데, 우리는 앞으로 뭐 먹고 사느냐’는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최 편집장은 “전문가가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가 자기 전공분야의 사람들을 위한 책만 만들다 보면, ‘불필요한 전문
용어’나 ‘맥락을 생략한 설명’같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일반인이 보기엔 난해한 글을 쓰기 쉽다는 이야기다. 비전문가들은 생소한 분야를 배워가면서 책을 만들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최 대표와 최 편집장 역시 ‘진화’와 ‘양자물리’를 공부하느라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이제는 작가들이 MID를 스스로 찾아오고 있다. 최 편집장은 “‘과학책을 쓰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 중엔 앞으로 주목할 만한 작가도 적지 않다”고 알려줬다. 기자는 과학저술가를 꿈꾸는 과학동아 독자가 있다면,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최 편집장은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전했다. “무엇보다 한 가지 주제를 오랫동안 다뤄보는 게 중요해요. 어떤 곳에라도 계속 글을 써두세요. 그럼 그 가치를 알아볼 사람이 반드시 나타납니다. 저희도 계속 그런 분들을 찾고 있어요.”

최재천 편집장 추천도서

문가가 자기 전공분야의 사람들을 위한 책만 만들다 보면, ‘불필요한 전문용어’나 ‘맥락을 생략한 설명’같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일반인이 보기엔 난해한 글을 쓰기 쉽다는 이야기다. 비전문가들은 생소한 분야를 배워가면서 책을 만들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쓸 수 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최 대표와 최 편집장 역시 ‘진화’와 ‘양자물리’를 공부하느라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이제는 작가들이 MID를 스스로 찾아오고 있다. 최 편집장은 “‘과학책을쓰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그 중엔 앞으로 주목할 만한 작가도 적지 않다”고 알려줬다. 기자는 과학저술가를 꿈꾸는 과학동아 독자가 있다면,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최 편집장은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전했다. “무엇보다 한 가지 주제를 오랫동안 다뤄보는 게 중요해요. 어떤 곳에라도 계속 글을 써두세요. 그럼 그 가치를 알아볼 사람이 반드시 나타납니다. 저희도 계속 그런 분들을 찾고 있어요.”

독자들과 함께 만드는 과학책

MID에는 MID만의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바로 ‘프리뷰어(pre viewer)’시스템이다. 단어 그대로 출판 전에 미리 책을 검토하는 과정을 말한다.
지금도 각종 전문서적은 ‘감수’의 형태로 전문가들이 1차적으로 오류가 없는지 살피는 절차를 거친다.

MID의 ‘프리뷰어 시스템’이 남다른 건 일반 독자가 주역이라는 점이다. MID멤버에 가입하면 누구든 ‘프리뷰어’가 될 수 있다. 과학 전공자뿐 아니라 의사, 직장인, 주부, 학생같이 다양한 계층의 MID멤버들이 편집상태의 책을 미리 읽어보고 의견을 보내오고 있다. 오탈자 지적에서부터 문장과 책의 내용에 대한 의견까지 독자들이 보여주는 관심의 양과 질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유난히 교정을 잘 보는’ 독자를 확인해 보니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인 적도 있었다.

최 편집장은 “편집자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독자 역시 지적해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의견을 참고해서 읽는 사람을 더 배려한 과학책
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자와 함께 과학책이라는 척박한 분야를 함께 개척해 간다는 건 신생 출판사 MID에게는 더없이 의미 있는 일이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최 대표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한자가 적힌 종이를 꺼내 들었다. ‘지천년견오백(紙千年絹五百)’이라는 한문이 적
혀 있었다. 비단은 500년을 가고 종이는 1000년을 간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책이 1000년을 간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고 했다. 이제 4살이 된 MID에서 1000년 동안 이어질 과학책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어떤 책부터 읽을까?
 

201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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