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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도시 '포인트 무트'의 비극

무한히 번식하는 바니 보트의 횡포

 

사이버 공간의 가상 도시 Point MOOt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 바니 보트의 모델인 바니 인형. 미국 TV에서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의 주인공 캐릭터다.


1993년 미국 텍사스 대학의 ACTLab(Advanced Communication Technologies Laboratory)의 연구자들은 머드보다 좀더 발전된 형태인 MOO(MUD Object Oriented) 환경 위에 현실세계의 모든 기초적인 범주와 원리들이 그대로 적용되는 가상의 사회를 구축하려고 했다. Point MOOt라고 이름 붙여진 이 가상의 도시는 주택, 상가, 시청, 대학, 병원, 교회, 텔레비젼 방송국 등 일반적인 도시가 요구하는 거의 모든 기반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위저드들이 예측 못한 첫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거주민들이 직업을 가지려면 MOO 언어라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 언어가 특별히 배우기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대다수의 주민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 결과 거주민들은 두 계급으로 나눠졌다. 고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보다는 복지 기금을 축내거나 취로사업을 전전하는 하층계급과, 같은 시간 고급 카페에서 마티니로 목을 축이는 상층계급. 이렇게 가다간 불만이 누적돼 어느 순간 유혈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Point MOOt에는 또 다른 골칫덩이가 있었는데, 바로 도시를 휘젓고 다니며 아무 집이나 마음대로 자물쇠를 따고 들어가 훼방을 놓는 바니 보트(Barney bot)라는 생물이 그것이었다. 이들은 공격을 받으면 몸이 분열되면서 분열된 조각마다 각기 새로운 바니를 생성시켰으므로, 도시 내에서 바니의 숫자는 계속 증가했다.

바니의 숫자도 줄이고 실업으로 인한 사회불안 요인도 제거하는 일거양득의 비책으로서 위저드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다름 아닌 바니를 처치하는 일을 새로운 직업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바니 사냥꾼이 되기 위해서는 단지 >;@shoot Barney<; 같은 아주 간단한 명령만 타이핑할 줄 알면 됐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바니 사냥이 인기를 모으면서 하층계급은 물론 프로그래밍 코드에 해박한 상층계급의 사람들까지도 앞을 다투어 바니 사냥에 뛰어든 것이다. 바로 여기가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수 있는 몇몇 사람들이 호기심에 >;@shoot<; 대신 >;@impregnate<;나 >;@feed<; 같은 새로운 명령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예측 밖으로 엄청났다. >;@impregnate<; 명령을 받은 바니들은 그들을 임신시킨 사람들의 이름을 딴 새로운 자식 바니들을 출산하고, >;@feed<; 명령을 받은 바니들은 몸이 풍선만해질 때까지 음식을 먹어치우다가 폭발하면서 각기 다섯마리의 새로운 바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프로그래머는 아예 폭발과 번식을 무한대로 순환시키는 명령까지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니의 숫자는 바니 사냥꾼의 숫자를 훨씬 초과하게 됐다. 도시의 모든 기능이 정지되고 이제까지 위저드들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실업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계급투쟁의 비극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로 고안된 바니 사냥이 Point MOOt 자체의 운명을 바꿔버리고 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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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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