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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출판사를 만나다 2] 김영사

일반인의 눈으로 과학을 보다

일반인의 눈으로 과학을 보다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지던 6월 어느 날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김영사 사옥을 찾았다. 김영사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번역해 우리나라에 한바탕 ‘정의’ 바람을 일으킨 출판사다. 그 외에도 리처드 도킨스, 매트 리들리, 미치오 카쿠 등 저명한 과학 저술가의 책을 다수 번역했으며, ‘물리가 물렁물렁’, ‘수학이 수군수군’처럼 어린이들이 과학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앗 시리즈’로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편집부에 이공계 전공자가 없다고?


김영사는 ‘출판을 통해 사람이 사는 바른 길, 행복한 길을 걷고 나눈다’는 목표로 1982년 설립됐다. 문학, 인문, 경제경영, 어린이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출판사로 지금까지 약 4000종의 책을 발간했다. 과학책은 약 10%를 차지하며, 지금도 한 달에 2~3권씩 새로운 과학 도서를 내고 있다. 김영사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과학책은 1983년 출간된 ‘인턴X’다. 닥터X라는 외과의사가 쓴 이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88년에는 ‘재미있는 물리여행’을 출간했다. 이 책을 계기로 전국의 대형서점에 교양과학 매장이 따로 생겼으며, ‘재미있는 여행 시리
즈’가 계속 나왔다.


김영사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꽤 많은 과학책을 내고 있는데도 인문·과학 팀에 이공계 전공자가 없다.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김윤경 편집부장은 “과학책을 읽는 대중은 과학 전공자가 아니다. 편집자가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면 독자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책을 사랑하고 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김 부장은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와 작가, 독자와 잘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편집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김영사의 대표작



번역서에도 ‘급’이 있다


인기 있는 과학책 목록을 훑어보다 보면 이름만 들어도 성향이 드러나는 유명한 과학저술가의 책이 많다. 그렇다고 저자 이름만 보고 책을 덜컥 집어 들었다가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와 문장이 나열돼 그저 기계적으로 글자를 읽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과학책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김 부장은 “번역자가 누구인지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믿을만한 번역가가 번역한 책을 선택하라는 의미다.


과학책에서 번역은 저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과학책 시장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국내 과학저술가 층을 해외 저술가로 대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 베스트셀러를 국내 독자에게 소개하려는 편집자의 욕심도 있다. 그러나 번역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좋은 책을 묻어 버린다. 김영사도 그럼 경험이 있다.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번역 문제가 불거지면서 절판시켜야 했다.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은 처음 출간했던 책은 절판시키고 번역을 수정해 개정판을 냈다.



김 부장은 “단어 하나, 조사 하나 차이로 문장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평행우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엘러건트 유니버스’ 등을 번역한 박병철 박사가 과학전문 번역가로 유명하다. 과학책 매니아 사이에서는 ‘번역이 박병철이라면 믿고 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김 부장은 “박 박사가 번역할 경우 편집자도 번역가의 선택을 존중할 정도”라고 말한다. 잘 된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김영사에서는 박 박사가 번역하는 다음책도 준비 중이다.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인데, 마음과 의식의 비밀을 연구하는 물리학에 대한 글이다. 미국의 종합투자은행인 J. P. 모건에서 자사의 백만장자 고객을 위해 발표한 올 여름 필독서에 들어간 책이다. 기자도 책이 출간되는 즉시 읽어볼 계획이다.

 
김윤경 편집부장이 추천하는 비과학도서 “인문학 도서와 함께 보자!”


내게 가장 잘 맞는 책을 골라 보자



 

201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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