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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가 숨 막힌다 덮개를 벗겨라


라디에이터가 엔진에서 나온 열을 식혀주듯, 브레이크와 노면마찰로 생기는 타이어 옅은 휠을 통해 발산된다.


차 바퀴를 지탱하고 있는 휠은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열을 내뿜는 역할도 한다. 브레이크가 제 성능을 발휘하기를 원한다면 알로이휠로 바꿔라.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당장 휠캡을 벗겨라.

요즘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겨울철도 아닌데 종종 ‘감기걸린’ 자동차들을 목격한다. 차의 보닛과 라디에이터 그릴에 검은색 가죽으로 마치 마스크를 씌운 듯한 차들을 말하는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차량 종류가 적어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려보자는 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같은 치장은 자동차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라디에이터의 역할은 자동차 엔진에서 나온 열을 발산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마스크를 씌우면 방열에 지장을 준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에서 열이 발생하는 곳은 비단 엔진 계통만은 아니다. 브레이크도 심하게는 3백℃ 가까이 열이 발생한다. 브레이크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엔진과 마찬가지로 방열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은 타이어를 지지하고 있는 휠이 맡고 있다. 휠은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지만 모두 구멍이 뚫려 있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브레이크의 방열을 돕기 위한 것이다.

휠을 재질로 구분하면 철(steel)로 만든 것과 알루미늄 92%에 티탄, 마그네슘 등을 혼합한 합금(alloy)이 있다. 국내의 한 휠제조회사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승용차의 70% 정도가 스틸휠을, 나머지 30%가 알로이휠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 알로이휠 보급율이 높아 40% 내외다.

스틸휠을 장착한 승용차 중에서 일반택시를 제외하곤 휠캡을 끼지 않은 승용차를 목격하기 힘들다. 휠캡이란 스틸휠에 끼우는 커다란 접시모양의 플라스틱 덮개를 말한다. 휠 전체를 덮는다는 점에서 풀(full)휠캡이라고도 부른다. 자동차를 출고할 때부터 제조메이커에서 휠캡을 장착해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기 차가 스틸휠에 휠캡이 씌어졌는지 알로이휠이 장착된 것인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모르고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경정비소에소 고객에게 휠캡의 단점을 말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운전자들이 차의 미관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많은 열이 어디로 갈까
 

알로이휠과 스틸휠의 충격반응 비교^알로이휠은 스틸휠보다 충격흡수율이 2배정도 좋다. 충격을 받았을 때 스틸휠은 알로이휠보다 높이 뛰어올라갔다 먼거리에 떨어진다.


앞서 말한 라디에이터 마스크와 마찬가지로 휠캡을 끼고 다니는 것은 휠에 마스크를 씌우고 다니는 것처럼 자동차가 제성능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한다. 지난달처럼 35℃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철엔 더욱 문제가 된다.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하며 언덕길을 내려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휠캡 때문에 방열이 제대로 안돼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말을 듣지 않는 베이퍼 록(vapor lock : 브레이크액이 열로 기화해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것) 현상이라도 생긴다면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휠캡이 주행 중 휠에서 떨어져 나갈 때다. 독자들은 도로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휠캡을 한두번쯤 목격했을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된 휠캡에는 휠과 맞닿는 부분에 휠에서의 이탈방지를 위해 철사로 된 일종의 스프링이 있다. 도로에 떨어져 있는 휠캡을 주행하는 차가 밟고 넘어가면, 철사에 의해 본의 아니게 타이어가 펑크날 수 있다. 또한 야간 운전을 하다 떨어져 있는 휠캡을 보고 갑자기 핸들을 돌리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결국 자신만 피해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위험한 휠캡을 왜 장착하는 것일까? 순전히 미관 때문이다. 스틸휠은 알로이휠보다 투박하고 모양이 단순하다. 그러나 휠캡은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결국 스틸휠을 알로이휠처럼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휠캡을 끼운 스틸휠과 알로이휠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는 이같은 점이 크게 작용한다.

휠캡을 끼운 스틸휠과 알로이휠은 외관상으로는 엇비슷하지만 성능면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알루미늄을 주재료로 한 알로이휠은 스틸휠보다 열전도율이 3배 정도 우수하다. 알로이휠은 타이어가 노면과의 마찰에 의해 내는 열과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고열을 스틸휠보다 효과적으로 방열시킨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알루미늄은 절삭가공력이 뛰어나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스틸휠에 휠캡을 끼우면 방열효과를 위해 일부러 뚫어놓은 구멍을 죄다 막아버리는 꼴이 된다. 미관이 다른 모든 단점보다 우선된다고 생각한다면 휠캡을 끼워도 할말이 없다. 하지만 자동차의 성능을 있는 그대로 발휘하려면 당장 차에서 휠캡을 떼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로이휠을 장착한 경우 브레이크 부분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통풍성이 좋다(1). 스틸휠에 휠캡을 끼운 경우 마스크를 쓴 것처럼 꽉 막혀 보인다(2). 스틸휠은 알로이휠보다 통풍구가 적다(3). 여기에 휠캡을 끼우면 방열에 지장을 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쌀 한가마니 무게가 줄어든다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은 타이어에서만 완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휠도 완화작용을 한다. 스틸휠에 비해 알로이휠은 충격흡수력이 2배 정도 높아 상대적으로 승차감이 향상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알루미늄 합금이 철보다 약 20-30% 정도 가볍기 때문에 알로이휠을 장착하면 연비가 4-5% 향상된다는 점이다. 물론 연비향상은 개인의 운전습관에 의해 많이 좌우되지만 동일한 조건하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승용차용 스틸휠의 개당 무게는 보통 7-8kg 정도. 이에 비해 알로이휠은 5kg 내외로 스틸휠보다 2-3kg이 가볍다. 결국 자동차에 4개의 알로이휠을 장착하면 8-12kg의 감량효과를 가져온다.

“기껏해야 8kg 적어지는데 연비가 5%나 좋아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휠의 중량 1kg 감소는 차의 성능에 미치는 차체 중량을 10kg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차의 자체중량이 줄어든다는 것이 아니라 휠을 지지해주는 스프링과 쇼크 업소버에 미치는 효과가 그렇다는 얘기다. 따라서 개당 2kg씩 스틸휠보다 가벼운 알로이휠을 4개 장착하면 휠 자체중량 감소는 기껏 8kg이지만, 차에는 80kg의 상부중량을 줄여주는 효과를 낸다. 쌀 한가마니 덜 싣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알로이휠의 단점은 가격이 스틸휠보다 높다는 것. 재료의 원가도 높을 뿐 아니라 정밀가공에 따른 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알로이휠이 처음 선보인 것은 1924년 스포츠카 부가티였다. 하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일반 승용차에 적용되지 못했다. 알로이휠이 각광받은 때는 유가파동으로 휘발유가격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70년대 이후부터다. 차체 경량화를 통한 연비향상이 중요 현안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동차경주에서 주 재질이 마그네슘인 알로이휠도 선보이고 있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것은 아니다

알로이휠을 구입할 때 유의할 점은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 외국 유명제품이라도 대만 등 제 3국에서 제작한 것이 있으므로 구입할 때 주의해야 된다. 몇년 전 유명제품의 알로이휠 강도가 형편없이 떨어져 사회문제가 됐던 일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KS, 일본의 JWL과 VIA, 유럽의 TUV, 미국의 SFI, SEMA 등 품질 합격표시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알로이휠 중에서도 주조제품보다는 두드려 만든 단조제품이 좋다. 주조휠은 고열로 녹인 알루미늄 합금을 주형에 부어 성형한 것이고, 단조휠은 대장간에서 칼을 만들 때처럼 고형의 알루미늄 합금을 금형 안에서 반복적으로 압력을 가해 성형한 것이다. 이때 압력은 1cm²당 4t이나 된다.

단조휠은 주조휠에 비해 조직의 치밀성이 높아 강도의 흩어짐이 작으므로 같은 중량이라도 훨씬 견고한 장점이 있다. 스틸휠과 알로이휠을 선택하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주조휠과 단조휠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가격과 성능향상 중 어느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문제로 귀착된다.

차를 운전하면서 갖는 불만중의 하나가 “내차는 시속 90km만 되면 핸들이 좌우로 떨려 불안해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핸들이 떨리는 현상은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생겨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중 대부분은 타이어와 휠의 균형(balance)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이어의 이상마모나 노면 충격 등으로 휠이 찌그러지면 균형을 잃는다. 균형을 잃은 타이어와 휠이 회전하면 원심력에 따라 진동이 발생하게 되고, 바퀴의 진동은 핸들 등 조향계통과 스프링 등 서스팬션 계통과 공진하게 된다.

결국 이는 핸들(스티어링휠)이 흔들리거나(flutter), 진동(shake)을 일으킨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납으로 된 추(balance weight)를 붙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차가 위와 같은 현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가까운 경정비소에 가서 휠밸런스를 교정해주면 대부분 치료된다.

쇠보다 강한 플라스틱 차체
 

(추의 중량:5.0kg 추의 끝탄 지름:10mm) ○손상없음 ◎표면에 경미한 균열 ●표면에 큰 균열 ×완전파손(수리불능)


자동차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면 프라모델이나 완구용 전기자동차를 연상하기 쉽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플라스틱 제품들은 바가지나 쟁반 등 쉽게 깨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플라스틱은 약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상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고성능 자동차의 바디(차체) 재료로 플라스틱이 각광받고 있다. 물론 바가지와 동일한 재료는 아니고, VMRP라 불리는 일종의 특수 강화 플라스틱으로 우주항공산업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 신소재는 일반의 우려와는 달리 불에 대한 내성도 강하고, 기존 자동차 바디 재료로 사용되는 철판보다 단위 무게당 흡수에너지도 2-3배 높다. 그만큼 강성과 내충격이 우수하다는 얘기다(표).

예전에 경주용차와 일부 스포츠카에 철판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이 사용됐다. 차체를 경량화시키면 그만큼 연비가 좋아져 동일한 성능의 동력장치를 가지고 더욱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경주용차에 알루미늄이 사용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루미늄은 강도가 철판보다 떨어져 안전성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강화플라스틱은 경량화와 안전성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강화플라스틱을 자동차에 사용할 때의 가장 큰 매력은 찢어질 정도로 큰 사고가 아니면 마치 형상기업합금처럼 일정시간이 흐른 후 찌그러진 곳이 원상 회복된다는 점. 새로 산 차가 경미한 접촉사고로 찌그러져 속상한 경험을 해본 사람들에겐 이처럼 반가운 소식이 없을 것이다.

흔히 '썩었다' 고 표현하는 녹 문제도 플라스틱엔 생기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중고차 구입을 기피하거나 차 구입 후 몇년 지나 교체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차체에 녹이 슬었기 때문이다. 강화 플라스틱은 녹에 강하다는 아연도금 철판보다 강도도 강하다.

물론 강화플라스틱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조방법이 까다롭고, 환경적 측면에서 재활용이 안된다. 또한 현재로선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강화플라스틱이 풀어야 할 숙제다.
 

199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전창 기자 · 자동차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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