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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는 왜 짚신나물을 빻아 연생이 다리에 붙였을까?

장금이는 왜 짚신나물을 빻아 연생이 다리에 붙였을까?


장금이는 왜 짚신나물을 빻아
연생이 다리에 붙였을까?



2003년 9월 15일, 우리나라에서 기념비적 드라마가 첫 방송됐다. 세계적 인기를 누린 ‘대장금’이다. 의녀 장금의 모험담뿐만 아니라, 우리 야생화 200종으로 만든 궁중음식과 각종 약재를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마침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드라마 대장금에 나왔던 야생화를 직접 만져보고 관련된 궁중요리도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련했다.


드라마 ‘대장금’에는 야생화 200여 종이 등장합니 다.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투박한 야생화가 의 녀 장금의 손에서 사람을 살리는 약재로, 수라간 궁녀 들의 손에서 알록달록한 궁중요리로 재탄생하지요. 왕 족을 암살하려는 세력이 맹독이 든 야생화를 이용하기 도 합니다. 실제로 뒷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들 은 예부터 약초, 식재료, 사약 등으로 폭넓게 이용돼 왔 습니다.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드라마의 장면과 그 속에 담긴 야생화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피를 멈추는 약초짚신나물


장금은 어렸을 때부터 영특했습니다. 수라간의 한상 궁이 알아본 덕에 장금은 궁녀의 삶을 시작하게 됐지요. 한상궁, 연생의 다리에 빻아놓은 나물을 보고는, 

 
짚신나물
▲ 장금이 지혈하는 데 쓴 짚신나물은 여름내 흔한 꽃이다. 줄기 끝에서 긴 꽃대가 올라오고 작고 노란 꽃들이 벼 이삭처럼 줄줄이 달린다. ‘탄닌’ 성분이 많아 설사할 때와 옻이 올랐을 때 특효다.

한상궁 : 물레나물과 짚신나물을 네가 찾아 붙였느냐?​

장금 : 예.... 피가 멈추지 않아서....

한상궁 : 지혈에 쓰는 것인 줄 알고?

장금 : 예.... 제가 살던 동네서 그리 하기에....

한상궁 : (말없이 천천히 일어나며)네 이름이 무엇이냐? _4화 중





장금이 연생의 다리에 빻아 붙여놓은 ‘짚신나물’은 여름내 산길에 밟히는 흔한 꽃입니다. 7월에서 9월까지 피는 여러해살이 풀이죠. 줄기 끝 혹은 잎 겨드랑이에 서 가늘고 긴 꽃대가 올라오고 작고 노란 귀여운 꽃들 이 마치 벼 이삭처럼 줄줄이 달립니다. 산길에서 만난 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짚신나물이려니 하겠지만, 우리나라 특산인 산짚신나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잎자루가 줄 기에 붙어 있는 곳, 즉 탁엽이 부채꼴이고 수술도 5~10 개입니다. 짚신나물은 탁엽이 계란형이고 수술이 12개 지요.


그리스 중부에 있는 파르나소스 산에서는 신하에게 독살될 뻔한 미트라다테스 왕이 이 풀을 먹고 해독돼 살아났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법의 풀로 전해 지지요. 한방에서도 짚신나물은 긴요한 약재입니다. ‘용 아초’라고 부르는데, 설사 출혈 산후통증 위궤양 등 다 양한 증상에 처방합니다. 탄닌이 많아 설사를 할 때와 옻이 올랐을 때 특효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장금이 짚신 나물을 지혈용으로 썼지만,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더 유명합니다. 여린 잎을 데친 뒤 무쳐 먹거나, 물기를 말 린 생잎을 튀겨 먹기도 합니다.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을 방문하면 짚신나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꽃을 보고 싶다면 7월에서 9월 사이에 방 문해 보세요. 무쳐 먹고 튀겨 먹겠다고 뜯어 오면 곤란 해요!


근심을 잊게 하는 원추리

 
원추리
▲ 봄나물 원추리는 독성이 거의 없어 살짝 데쳐 무쳐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말린 원추리로 잡채를 해먹기도 한다. 상당량의 ‘글루타민’과 ‘아스파라긴’이 들어 있어서 풋풋한 신맛과 단맛이 난다.

드라마 대장금에는 어린 장금을 포함해 궁녀들이 요리 수업을 받는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알록달록한 식재료로 멋진 수라를 만드는 걸 보고 있노라면, 침이 꿀꺽 넘어가지요. 덕분에 한동안 궁중요리를 배우려는 사람들로 요리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수랏간. 정상궁, 한상궁, 최상궁은 보이지 않고 민상궁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민상궁 : (원추리꽃 밀린 것을 들고는)이건 원추리꽃 말린건데 훤화 또는 황화라고 해.

민상궁 : (계속)당면 대신 이 훤화를 넣어 잡채를 만들면 새콤하면서도 굉장히 맛있어. 그리고 입맛을 돋우고 또 어디에 좋냐 하면....

한상궁 : (어느새 와서는)오장육부를 편하게 하여 몸이 가볍고 특히나 눈을 밝게 한다. 한상궁은 말없이 황화채를 만들고 아이들은 서로 눈짓들을 하면서 조용히 배운다.

한상궁 : 또 원추리꽃을 넣어 밥을 하기도 하고 국을 끓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꽃술을 반드시 따고 해야 한다. _11화 중



원추리는 봄이면 시장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살 수 있 는 산나물입니다. 독성이 거의 없어서 살짝 데쳐 무쳐 먹거나, 고깃국에 넣으면 맛있습니다. 어린순과 꽃으로 김치를 담가 먹기도 했고, 꽃은 된장과 함께 쌈을 싸 먹 으면 일품입니다. 원추리나물에는 상당량의 글루타민과 아스파라긴이 들어 있어 풋풋한 신맛과 단맛이 납니다. 뿌리에서 녹말을 얻을 수 있어, 배고픔을 잊는 데도 큰 도움이 됐지요. 지난해 10월,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는 원추리를 발효식품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연구 결과, 원추리를 발효시키면 필수아미노산이 증가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곧 원추리 식초, 원추리 요 구르트 등을 만날 수도 있겠네요.


단 하루의 아름다움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면 원추리는 늘씬한 잎사귀를 죽 뻗고 붉은 빛이 나는 노란 꽃송이를 활짝 펼쳐 계절 을 맞습니다. 여름 내내 볼 수 있지만, 꽃 한 송이의 수 명은 하루예요. 한 송이가 피고 지면 다음날 옆의 꽃송 이가 피고 지기를 반복하지요. 원추리 종류를 총칭하는 라틴어 속명 헤메로칼리스(hemerocallis )는 ‘하룻날의 아름다움’이란 뜻을 지니고 있고, 영어 이름 역시 데이 릴리(Day Lily)입니다.


우리 땅에는 원추리 종류가 많고 잡종도 잘 생겨서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직도 분류학적인 논란이 무 성한데, 2012년 식물분류학회지에 관련 연구가 실렸습 니다. ‘큰원추리’는 녹색의 긴 포가 있고, ‘각시원추리’는 연녹색의 작은 포가 있으며, ‘태안원추리’는 ‘애기원추리’ 와 유사하나 향이 없다고 합니다. 이처럼 형태로 ‘노랑원 추리’ ‘골잎원추리’ ‘백운산원추리’ ‘홍도원추리’ ‘골잎원추 리’도 구분했습니다. 우리 야생화를 모두 아는 길은, 아 직 험난한 것 같습니다.


약초와 독초 사이 투구꽃


드라마 대장금의 큰 줄기는 장금이 수많은 역경을 딛 고 성공하는 이야기입니다. 장금이 궁에서 생활하는 동 안, 누군가를 살해하려는 음모가 끊임없이 벌어지지요. 그래서인지 예부터 사약의 주재료로 쓰이던 약초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투구꽃
▲ 로마시대 제식 투구와 비슷해 보이는 투구꽃. 덩이뿌리에 ‘아코니틴’이라는 맹독 성분이 있어서 사약 재료로 쓰인다. 많이 먹을 경우 호흡중추나 심근이 마비된다.

최상궁 : 나도 너만큼이나 아니 너 이상으로 죽기보다 하기 싫은 일이었어. 난 인목대비의 음식에 초오를 넣으라는 고모님의 말씀을 듣고 궐 밖으로 도망까지 갔었다.

금영 : ...!

최상궁 : 결국 오라버니에 의해 다시 붙들려왔고 몇날 며칠을 굶으며 버텼다.

금영 : ....

최상궁 : 결국 받아들였지. - 9화 중




최상궁이 말한 ‘초오’는 유용한 약재이자, 생명을 앗 아갈 수 있는 독초입니다. 바로 투구꽃을 이릅니다. 사 약의 재료인 ‘부자’와 형제지간인 식물이지요. 영화 ‘서편 제’에는 아버지가 딸의 눈을 멀게 하기 위해 부자를 달 인 한약을 먹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다른 많은 미나리 아재비과 식물이 그렇듯, 투구꽃의 덩이뿌리에는 ‘아코 니틴’이라는 맹독 성분이 있습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호흡중추신경이나 심장근육이 마비되지요. 물론 전문가 가 잘 쓰면 약이 됩니다.


투구꽃은 꽃을 보면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어요. ‘홀아비바람꽃’은 꽃대가 쓸쓸하게 하나고, ‘솜 다리’는 솜털이 가득하고, ‘할미꽃’은 꼬부라진 줄기며 열 매까지 할머니 머리처럼 흰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신비한 보랏빛의 꽃이 마치 로마시대 제식 투구와 비슷해 보입니다. 덩굴도 아니면서 비스듬히 자라는 모습이 특별 한데, 세워 보면 높이가 1m를 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에는 포기가 작은 ‘각시투구꽃’, 잎이 3갈래인 ‘세뿔투구 꽃’, 씨방에 털이 없는 ‘그늘돌쩌귀’ 등 사촌 지간인 식물 이 18종류나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여러해살이 풀 이면서 덩이뿌리는 한 해만 산다는 것입니다. 이듬해엔 약간 옆에 있던 뿌리에서 새싹이 나오지요. 한 자리에서 몇 년씩 양분을 빨아들이는 것보다 옆의 기름진 토양에 서 양분을 얻는 것이 더 나을 테니, 아주 현명합니다.

 
“알면 사랑한다” 우리 들꽃 이야기 국립생태원에서
장금이 요리 맛보세요!


"알면 사랑한다" 우리 들꽃 이야기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서 대장금 이야기와 함께 우리 들꽃을 탐험할 기회가 생겼다. 최재천 원장은 “문화관광, 생태관광, 음식관광을 모두 아우르는 야생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무려 6000쪽에 달하는 대장금 각본에서 200여 종의 야생화 식재료 식물을 찾아냈으며, 그 중 상당수를 야외 전시공간에 심었다. 관람객들은 국립생태원의 식물생태학자와 함께 숲을 거닐며 다양한 야생화를 즐기며 그들의 분류와 생태에 관해 배우게 된다. 행사 중 ‘수라간에서 찾은 에코푸드’를 통해 대장금에 등장하는 오미자 화채, 오자죽, 메밀총떡 등도 맛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nie.re.kr)를 참조.





기간_ 5월 22일(목)~6월 6일(금)
장소_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내 방문자센터, 한반도숲, 서천농업생태원 일원
프로그램_ 한국의 야생화 특별전
약초전문가가 들려주는 우리꽃 우리약초 이야기
수라간에서 찾은 에코푸드
문의_ (041) 950-5300


국립생태원에서 6월에 만날 수 있는 야생화
1. 금낭화 : 꽃이 매우 아름다워 ‘아름다운 주머니를 닮은 꽃’이란 뜻을 가졌다. 종자에 붙은 ‘엘라이오솜’이 개미를 유혹하여 개미를 통해 종자가 번식된다.
2. 산마늘 : 지리산, 설악산 및 울릉도 숲이나 북부지방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5~7월에 백색 또는 황색 꽃을 피운다.
3. 개똥쑥 : 잎을 잘라 문지르면 개똥처럼 독하고 독특한 냄새가 난다.
4. 천문동 : 아스파라거스와 비슷하다. 뿌리를 이뇨 및 강장제로 쓴다.
5. 꿀풀 : 양지에서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입술모양을 닮은 꽃을 5~7월에 피운다.
6. 부채붓꽃 : 습지에서 자란다. 뿌리줄기를 약재로 사용한다.
7. 하늘말나리 : 말나리처럼 잎이 돌려나면서 꽃이 하늘을 향하고 있어서 하늘말나리라고 부르며, 우산말나리라고도 부른다.
8. 터리풀 : 하얀꽃이 풍성하게 모여 핀 모습이 먼지털이와 닮아 터리풀이라고 불린다.

201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 도움 이희천 국립생태원 야외식물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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