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말은 침 속에 있는 pH7인 아밀라아제라는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그러나 위산에 의해 pH-2의 산성도를 유지하는 위안에서는 가수분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또 녹말 가수분해효소는 사람의 체온인 37℃ 부근에서만 효소로서 기능한다. 이 사실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다. 과연 이러한 지식들은 맞는 것일까?
가설 설정
(가설1) 인체의 온도는 37℃이며, 이 온도에서 효소는 녹말을 가장 잘 가수분해할 것이다.
(가설2) pH7부근에서 효소는 녹말을 가장 잘 가수분해할 것이다.
조건 통제와 실험 준비
(가설1)을 검증하기 위해 항온수조, 얼음, 비커, 온도계, 전열기 등을 준비했다. 얼음을 이용해 0℃와 15℃를, 항온수조를 이용해 37℃와 60℃를, 그리고 전열기를 이용해 1백℃의 온도를 유지했다. 실험이 끝날 때까지 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나머지 다른 조건들은 동일하게 했다.
(가설2)를 검증하기 위해 pH를 일정하게 유지시킬 완충용액을 조제했다. 완충용액은 염산(HCl), pH2, pH3, pH4, pH5, pH6, pH7, pH8, pH9, pH10, 수산화나트륨(NaOH)등 11가지다.
실험에 사용한 장비
정확한 정량적인 실험을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장비를 사용했다.
① pH미터: 정확한 pH의 완충 용액을 조제하기 위하여 사용했다.
② 스펙트로포토미터: 요오드화칼륨용액의 색깔변화가 효소에 의해서 분해된 녹말임을 정량적인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다.
③ 마이크로피펫: 효소반응은 매우 민감하다. 만일 1mL의 피펫을 사용한다면 0.1mL와 같은 적은 양을 정확히 넣을 수 없다. 작용하는 효소의 양을 일정하게 통제하기 위해 사용했다.
실험1/온도와 효소작용
효소용액을 준비하기 위해 소화제 1정을 막자에 넣고 간 다음 증류수 50mL에 녹인다. 소화제의 입자가 활성도 측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과지로 여과해 효소용액을 제조했다.
온도에 대한 실험군과 대조군을 설정했다. 각각의 시험관에 3mL의 기질 용액을 넣은 후 각각의 온도에 5분 정도 시험관을 미리 넣어 설정한 온도에 맞췄다. 대조군에는 증류수 0.1mL를 넣고 실험군에는 0.1mL의 효소 용액을 넣은 후 5분간 반응시켰다.
정확히 5분이 되었을 때 효소 단백질이 더 이상 가수분해작용을 하지 못하도록 TCA(trichloro acetic acid)용액을 첨가했다. TCA 용액은 효소 단백질을 변성시켜 더 이상 가수분해작용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설명을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반응이 끝난 후 요오드화칼륨용액 1mL를 첨가했다. 우리는 요오드화칼륨용액이 녹말과 반응해 청남색을 나타낸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어느 온도에서 얼마나 많은 양이 분해되었는가는 눈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스펙트로포토미터라는 기계를 사용해 6백60nm에서 흡광도를 측정함으로써 효소의 활성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그림1)에 나타냈다.
실험2/pH와 효소작용
(가설2)를 검증하기 위해 우리는 11개의 pH범위를 정했다. 그리고 각각의 pH에 대한 실험군과 대조군을 설정한 다음 시험관에 1% 녹말용액을 3mL씩 넣었다. 기질을 넣은 용액에 각 pH의 완충 용약을 1mL씩 넣었다. 완충용액은 선생님께서 미리 만들어놓은 것을 사용했다.
모든 시험관을 37℃ 항온수조에서 5분간 미리 담가놓은 후 사용했다. 대조군에는 증류수 0.1mL, 실험군에는 효소 0.1mL를 차례대로 20초 간격으로 넣고 정확히 5분간 반응시킨 다음 TCA용액 0.5mL를 넣어 효소의 반응을 정지시켰다. 그 후에 요오드화칼륨용액 1mL씩 각 시험관에 첨가한 후 스펙트로포토미터에서 효소의 활성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가 (그림2)다.
결론
(가설1)을 검증한 결과 효소는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 효소는 체온과 같은 37℃에서 가장 활발히 작용하고 0℃와 1백℃에서는 거의 작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15℃와 60℃에서 37℃보다 못하지만 비교적 효소가 활발히 분해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설2)를 검증한 실험에서 소화제 속에 포함된 효소는 산성에서 작용하지 않았지만 약산성(pH5)에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성과 알칼리성(pH-9)에서 가장 잘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 효소는 위가 아닌 소장에서 작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토론
고홍석) 실험을 통해 알게 된 것과 자신의 생각들을 이야기하면 좋겠어. 첫번째 실험에서 효소가 가수분해하는데 온도가 영향을 주고 특히 인체의 온도와 비슷한 37℃에서 가장 잘 분해시킨다는 가설을 어떻게 생각하니.
황제우) 실험 결과를 보면 37℃에서 효소의 활성이 가장 높았어. 우리가 설정한 가설이 옳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최윤주) 그런데 그래프에서처럼 60℃에서도 활성도에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최홍석) 효소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사용한 효소는 우리 몸에서 직접 추출한 것도 아니잖아.
황제우) 그렇다면 소화제를 만든 회사에 전화해서 직접 알아보는 것이 어때.
고홍석) 두번째 가설은 대체로 맞아. 그래프를 보면 pH가 효소의 활성에 명백히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어.
최윤주) 그런데 수산화나트륨(NaOH)을 첨가한 실험군과 대조군에서 모두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실험조들도 동일하게 수산화나트륨을 첨가했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었잖아. 요오드화칼륨용액이 녹말과 반응할 수 없었던 것은 수산화나트륨이 녹말과 효소의 작용능력을 빼앗았던 것은 아닐까.
황제우) 수산화나트륨에서만 효소와 녹말이 성질을 잃어버리고 강산인 염산(HCI)에서는 그대로인 것으로 보아 좀 이상하잖아.
최홍석) 그러면 수산화나트륨이 녹말과 효소의 성질을 빼앗은 게 아니라 요오드화칼륨용액과 녹말의 반응을 억제한 것은 아닐까.
고홍석)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러나 이것에 대해서는 좀더 연구해야겠어. 그런데 어떻게 참고서나 문제집에서 수산화나트륨을 첨가한 시험관에서 청자색이 나타난다고 하는지 모르겠어. 앞으로 연구해 볼 과제라고 생각해. 아무튼 늦게까지 실험하느라고 고생 많았어.
모두들) 수고했어. 기말고사 잘 보자.
한번 만져보고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
토론을 마친 후 우리는 H약품기술연구소로 전화했다. 그곳에서 우리가 사용한 소화제에 들어있는 단백질 분해효소와 아밀라아제의 최적 온도는 37℃이고, 리파아제는 30℃라는 설명을 들었다. 또 37℃와 60℃에서 활성도가 차이가 적게 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기질의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다.
우리는 효소에 대한 기본개념을 이론적으로 이미 배웠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서 교과서에서 나오는 그래프와 비슷한 결과를 얻고 많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실험은 교과서에 얽매여 "pH7, 온도 37℃일 때 녹말이 아밀라아제에 의해서 분해된다"고 암기만 했던 우리에게 또 다른 사고방식을 갖게 해줬다.
이번에 사용된 기자재들은 여건상 고등학교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한번 만져보고 직접 사용해보는 것이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됐다.
실험하면서 실수도 많았다. 처음 pH7의 실험군에 효소를 넣지 않아서 실험을 다시 시작했는데, 다음엔 pH7의 완충용액을 pH6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로부터 우리들은 실험을 통해서 하나의 자료를 얻기까지 얼마나 큰 신중함이 요구되는지를 알게됐다.
지도교사 의견
이 실험의 목적은 효소가 온도와 pH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를 알아보는 데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설정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실험했다. 실험결과를 분석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학생들이 교과서에 얽매이는 고정관념이었다.
최적 온도는 37℃이어야 하며, 최적 pH는 7이어야 한다는 암기교육의 효과는 이 실험에서 여지없이 깨졌을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생명의 바다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효소들이 A + B = C라는 뉴턴적인 고정된 사고틀 속에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다양성과 적응성을 가지고 있음을 체험케 하고 싶었다. 실수도 많았고 그래서 실험을 여러번 반복해야 했지만 고등학교에서 효소를 이용한 정량실험을 그들 스스로 해냈다는 점을 지도교사로서 크게 칭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