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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서호주 아웃백에서 은하수를 보다




어린왕자,
서호주 아웃백에서
은하수를 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는 매일 아침 바오밥나무의 새싹을 뽑아준다. 바오밥나무가 너무나 빨리, 크게 자라기 때문에 그 뿌리가 파고들면 별이 산산조각이 나버린다는 것이다. 호주대륙의 서쪽, 서호주의 아웃백(오지)에도 거대한 바오밥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다. 황량한 초원 어딘가에서 바오밥나무와 씨름하는 어린왕자가 나타날 것만 같다. 서호주는 우리나라의 약 77배인 땅에 사람은 반도 안되고 대부분이 황무지라 신기한 경치가 차고 넘친다.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에 거대한 바오밥나무가 우뚝 서 있다. 바오밥나무 열매는 꼭 죽은 쥐를 매달아 놓은 모양이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죽은 쥐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오밥나무의 수명은 수천 년이나 된다고 전해진다.


바오밥나무의 은밀한 사랑


바오밥나무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곳에서 자란다. 우기 때 나무의 굵은 몸통에 물을 저장해서 건기를 버틴다. 매우 빨리 자라서, 정말로 며칠만에 어린왕자의 소행성을 덮어버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지를 이쪽저쪽으로 마구 뻗어서 기괴하게 생겼다. 흔히 바오밥나무하면 아프리카 동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를 떠올리는데, 서호주 지역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아프리카와 호주는 대륙의 이동으로 지금은 멀리 떨어졌지만, 옛날에는 붙어 있었기 때문에 환경이나 동식물에 비슷한 점이 많다. 바오밥나무도 대륙이동설의 살아있는 증거인 셈이다.




➊ 바오밥나무 두 그루가 사랑을 나누듯 감싸 안으며 자랐다. 바오밥나무가 이렇게 정갈한 모양인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매우 괴기하게 생겨서 밤에 보면 무서울 정도다.


➋ 호주를 대표하는 유칼립투스나무가 말라서 죽었다. 유칼립투스나무는 호주 대륙에만 수백 종이 사는데, 일부는 코알라의 주식이다. 동이 트는 동쪽 하늘에 오리온자리가 뒤집혀 있고, 지평선 위에 걸린 가장 밝은 별은 시리우스이다. 사진 속 나무의 오른쪽에 대마젤란은하가 보인다.


➌ 노을 위로 오른쪽 하늘이 황도광으로 밝다. 황도광은 해 뜨기 전, 또는 해가 진 직후에 하늘의 황도를 따라 원뿔 모양으로 희미하게 밝게 보이는 현상이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당시 여러 원자들이 뭉쳐서 태양과 행성이 됐는데, 이 때 같이 뭉치지 않고 주변을 떠도는 가스 등의 미립 천체 등이 소량 있다. 태양 주변에도 이런 가스들이 모여 있다. 워낙 미약해서 평소에는 보기 어렵고, 밤하늘이 어두워지는 절묘한 시점에 비로소 태양빛을 반사하며 드러난다. 그 빛이 너무 약해서 하늘이 아주 깨끗한 곳에서만 볼 수 있다.


35억 년의 역사를 품은 붉은 땅


서호주의 ‘필바라’는 붉은 땅이 끝없이 펼쳐진 건조한 지역이다. 약 35억 년 전 광합성을 하는 최초의 생명체인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가 지구에 등장, 이들이 산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산소는 바닷물에 있던 철분과 결합해 산화철로 퇴적됐다. 이 퇴적층이 드러난 곳이 바로 필바라 지역이다. 이곳 어디서나 녹슨 것 같은 검붉은 모래와 바위들을 볼 수 있다. 전세계 철광석의 80%가 이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인근의 ’샤크배이’에는 아직도 살아있는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아주 조금씩 커지는 바위들이 있다.






➍ 달빛이 계곡을 비추고, 남쪽 하늘에는 은하수와 대, 소 마젤란은하가 떴다. 마젤란은하는 우리은하의 위성 은하다. 한 자리에서 맨 눈으로도 은하를 세 개나 볼 수 있는 신기한 풍경이다.


➎ 카리지니국립공원 데일스협곡의 저녁 빛깔. 협곡 너머로 지구의 그림자(검푸른 부분)와 그 위로 핑크빛의 이른바 ‘비너스 벨트’가 선명하다. 날씨가 아주 맑은 곳에서 해가 지는 반대 방향에서 볼 수 있다. 이곳은 35억 년 전의 산화철 퇴적층 사이로 침식이 진행돼 거대한 붉은 협곡이 됐다.




광야의 건축가, 흰개미


서호주의 ‘필바라’는 붉은 땅이 끝없이 펼쳐진 건조한 지역이다. 약 35억 년 전 광합성을 하는 최초의 생명체인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가 지구에 등장, 이들이 산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산소는 바닷물에 있던 철분과 결합해 산화철로 퇴적됐다. 이 퇴적층이 드러난 곳이 바로 필바라 지역이다. 이곳 어디서나 녹슨 것 같은 검붉은 모래와 바위들을 볼 수 있다. 전세계 철광석의 80%가 이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인근의 ’샤크배이’에는 아직도 살아있는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아주 조금씩 커지는 바위들이 있다.

 

 


 


➏ 카리지니국립공원의 ‘에코 리트리트’ 숙소의 야경. 숙소 사이사이에 개미집들이 있다. 사람 사는 집보다 개미집이 훨씬 많다. 이곳은 일부러 전기를 공급하지 않는 자연친화적 운영 때문에 해만 지면 별천지가 된다. 덕분에 작은 달만 떠도 이렇게 주위가 환해진다.


➐ 황무지에 사람 키를 훨씬 넘는 개미집들이 흩어져 있다. 뒤에 보이는 지형이 독특한데, 지표면의 약한 틈을 마그마가 뚫고 올라와서 굳은 것이다. 이런 지형을 육지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 단 두 곳이라고 한다. 땅에 철 성분이 많아서 언덕 윗부분이 검붉다.


➑ 카리지니국립공원에서 은하수와 개미집을 담았다. 개미집에 붉은 조명을 비춰서 잘 보이게 찍었다.


 

 

 

권오철
권오철 천체사진가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고 NASA의 ‘오늘의 천체사진’에 3번 선정됐다. 현재 ‘내셔널지오그래픽’ 영문 인터넷판에 사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의 ‘2009 세계 천문의 해’ 특별 프로젝트인 TWAN(The World At Night)에 참여했다. ‘권오철의 별과 사진’ 홈페이지 (blog.kwonochul.com)를 운영하고 있다. kwon5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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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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