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이 끝난 발포스티로폼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일본 소니사가 개발했다. 귤 껍질을 과낸 즙을 이용, 발포스티로폼을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귤 껍질을 짜낸 즙이란 식품첨가물인 '리모넨'을 말한다. 리모넨은 귤 등 감귤류의 껍질을 짜낸 즙에서 수분을 없앤 것으로 주스나 과자 등의 향료로 사용되고 있다. 리모넨에는 분자구조에 따라 d와 l의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번 발포스티로폼을 녹이는 용제로 사용한 'd-리모넨'은 순도 90%의 천연성분이다. 신선한 감귤류의 향기가 특징이다.
개발에 앞장선 것은 일본의 유명한 가전사 소니 중앙연구소 환경연구센터. 소니사는 3년 전부터 스티로폼의 품질을 떨어드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개 가전제품의 포장재 등으로 활용되는 발포스티로폼은 사용이 끝난 뒤에는 열처리하거나 타지 않는 쓰레기로 묻어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를 태우면 시커먼 연기를 방출하고 열로 녹이는 것도 효율이 좋지 않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녹이는 방법은 원료의 손실이 커서 품질이 저하돼 버리곤 했다.
발포스티로폼의 원료 폴리스티렌은 석유로 만든다. 그래서 톨루엔 등 유기용제로 녹이는 방법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거나 인화되기 쉽다는 점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연구진은 톨루엔 대신 인체에 영향이 없는 식품첨가물 속에서 폴리스티렌을 녹이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폴리스티렌 분자구조와 닮은 식품첨가물을 찾았다. 분자구조가 닮아 있으면 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 결과 폴리스티렌과 닮은 리모넨을 발견했다. 그 뒤 여러 실험을 거쳐 리모넨 18L 당 발포스티로폼 7백50L가 녹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포스티로폼 7백50L는 21인치 TV 40대분의 포장에 사용되는 양이다.
또 리모넨은 인화점이 석유 등에 비해 높으므로 실수로 담배불 등을 던져넣더라도 불이 붙지 않는다.
실제 리사이클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먼저 발포스티로폼을 리모넨으로 녹인다. 가령 3cm 크기의 발포스티로폼을 비커 속에 넣고 그 위에 소량의 리모넨을 부으면 발포스티로폼이 모두 녹는데 약 5초 정도 걸린다. 비커에는 투명하고 약간 점성을 가진 액체가 남게 된다.
이 액체를 1백50℃ 이상으로 가열, 감압(減壓)하여 리모넨을 증발시키고 남은 것을 상온으로 식히면 처음과 같은 품질의 폴레스티렌이 만들어진다. 폴레스티렌은 식히기 전에 기계 속에서 2-3mm의 입자상태로 만들어놓으면 재활용하기 쉽다. 이 입자상태의 폴리스티렌을 다시 발포시키면 발포스티로폼이 되는 것이다.
리모넨을 이용한 방법의 장점은 고품질의 폴리스티렌이 얻어진다는 점이다. 통상 폴리스티렌은 2백℃에서 가열하면 품질이 저하된다.
그러나 리모넨을 사용하면 리모넨이 산화방지제 역할을 하므로 폴리스티렌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리모넨 분자구조가 산소와 결합하기 쉬운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고, 폴리스티렌이 산화하기 전에 리모넨 자체가 산화하기 때문이다.
귤즙 사용법은 아직 실용화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기대리점에서 발포스티로폼을 녹여 회수하여 리사이클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때 문제는 발포스티로폼을 녹일 때 들어가는 이물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