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와 색조 그리고 날개모양에 있어 어느 나비보다도 아름다운 2종의 생태를 자세히 살펴본다.
나비는 누가 보더라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러나 아름다운 한마리의 나비가 있기 까지에는 교미에서부터 산란 유충 번데기의 상태를 거쳐 날개가 돋아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나비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이같은 생명현상을 거친 뒤의 것이기 때문에 더욱 보기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산과 들에 나비가 흔한 여름철을 맞아 특히 아름다우면서도 희귀한 두종류의 나비, 왕오색나비와 홍점알락나비의 자태를 감상하고 그 생태를 살펴보자.
네발나비과(Nynphalidae)의 왕오색나비(Sasakia charonda Hewitson)와 홍점알락나비(Hestina assimilis Linnaeus)는 무늬(斑紋)와 색조(色調) 그리고 날개모양(翅形) 등에 있어서 어느 나비보다도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 나비는 유충때 느름나무과의 팽나무만을 섭식식물(攝食植物)로 삼고 있는 식성이 까다로운 친척뻘되는 사이인데, 겉모습으로 보아도 알, 유충, 번데기의 모양이 비슷하고 습성 또한 비슷한 점이 많다.
이들은 유충으로 월동(홍점알락나비는 이화기발생<;二化期発生>;때만)을 하는데, 이 두 종류가 혼생(混生)하는 경우도 간혹 있어 전문지식이 없으면 혼동하기 쉬울 정도로 흡사하다.각 단계별로 왕오색나비와 홍점알락나비의 생태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성충 : 왕오색나비는 앞날개의 길이가 암컷은 52~61㎜이고 수컷은 47~52㎜인데 홍점알락나비는 암컷이 49~56㎜이며 수컷은 38~48㎜여서 왕오색나비보다 작다.
색조와 무늬를 보면 왕오색나비는 수컷의 경우 날개표면의 안쪽 반부는 남색이고 뒷면에는 푸른색의 비늘이 발달되어 있다. 홍점알락나비는 뒷날개의 제1방에서 5방까지 각 1개씩의 주홍색 무늬가 있으며 그중 5방의 것이 가장 작게 보인다.
이들의 생태과정을 보면 왕오색나비는 연간 발생횟수가 1회인데 홍점알락나비는 2회이다. 왕오색나비의 경우 6월중순부터 날개가 돋기 시작하여(羽化) 7월상순까지 계속되지만, 홍점알락나비는 5월초순에서부터 우화하여 6월초순까지 출현한다. 그리고 이화기발생(二化期発生)이 8월초순에서 중순까지 계속된다. 다만 홍점알락나비의 경우는 5월에 우화하는 봄형은 날개가 크지만 7월에 우화하는 여름형은 작은 것이 특징이다.
■성충의 먹이 : 날개가 돋아난 왕오색나비는 수목(樹木)에서 수목을 일직선으로 날기도 하고, 수목의 주변을 날개치며 미끄러지듯 선회하기도 한다. 밤나무의 꽃을 찾아 꿀을 빠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나 주로 수액(樹液)을 먹이로 삼는다. 몇마리씩 집단으로 참나무에 앉아 그 진액을 흡입하는 것을 발생지에서 간혹 볼 수가 있다.
그외에도 벚나무의 과실이나 부패된 과실 등에도 날아드는가하면 습지에서도 물을 빨기에 여념없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또 가축이나 사람의 분뇨등에도 날아드는데 간혹 수컷의 경우에는 집단을 형성하기도 한다.
한편 홍점알락나비의 수컷은 우화가 끝나면 유충의 식수(食樹) 또는 부근의 수림(樹林)위를 날면서 점유행동(点有行動)을 하는데 그러다가 날개를 벌린채로 나뭇잎에 앉아 쉴때도 간혹 있다. 홍점알락나비의 먹이가 수액인지는 확실치가 않다. 필자가 수년간을 답사하면서도 어떤 나무의 수액을 흡입하는지 목격할 수가 없었다. 다만 거의 부패한 과실(자두)에앉아 흡즙(吸汁)한다는 것과 진딧물의 분비물을 흡입한다는 기록이 문헌에 있을 뿐이다.
■교미 : 왕오색나비의 수컷은 아침일찍부터 수목의 잎에 날개를 벌리고 앉아 일광욕을 하기도 한다. 이때 다른 나비가 오면 쫓아버리는 점유행동을 하기도 한다. 오후에도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는데, 비상할때 암컷이 나뭇잎이나 땅위에 앉으면 수컷은 잽싸게 그 부근에 앉아 구애행동을 한다.
그리고는 짝짓기(配偶行動)에 들어가는데 수컷이 암컷의 앞쪽에다 촉각을 부비는 듯한 시늉을 하다가 복부를 J자형으로 구부리고 파악기(把握器)를 크게 벌리면서 서서히 암컷있는쪽으로 접근하게 된다. 암컷은 날개를 조금씩 진동시키면서 결국 수컷이 암컷의 뒷쪽으로 돌아서 복부의 끄트머리에 접하고 갈구리모양의 구상기(鉤狀器)를 걸어서 파악기(把握器)로 강하게 암컷의 복부에 밀면 교미가 성립된다.
교미시간은 이른아침 암컷이 우화(羽化)되는 직후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4~5시간이 걸린다. 이때는 비상을 하지 못한다.
홍점알락나비의 짝짓기행동은 자세히 관찰하지 못하였지만 높은 나무 위에서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신란 : 왕오색나비는 교미후 2~3일 후에 산란을 한다. 먹이(食樹)가 되는 팽나무잎에 산란을 할 때는 잎표면에 앉아 촉각을 잎에 대고 산란한다. 또 어느 것은 식수의 작은 가지가 돌출한 곳에 산란을 하기도 하는데, 약 10초마다 1개씩 일렬로 차례차례 산란하며 잎의 끝까지 도달하면 방향을 바꾸어서 다시 1개씩 일렬로 산란을 한다.
이렇게 몇번씩 되풀이되는 동안에 40개를 산란하고 또다시 장소를 옮겨 60여개를 산란, 보통 1백여개를 산란하는데 어느 것은 1~2개를 산란하고 이동하거나 한꺼번에 1백80개를 산란하는 것도 있다.
홍점알락나비는 왕오색나비와는 다르게 잎뒷면에 복부를 강하게 구부려 1개씩 여기 저기 난잡하게 산란을 한다. 간혹 잎표면에 산란하는 것도 있는가 하면 식수의 작은 나무가지에서 줄기까지 날개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산란을 하기도 한다. 홍점알락나비가 몇개나 산란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알 : 왕오색나비의 알은 거의 둥근공 모양인데 알의 직경이 1.65㎜이고 높이가 1.49㎜이다. 산란 직후에는 담녹색에 18~22개의 종융기(縱隆起)가 있는데 며칠이 경과되면 알의 위쪽에서부터 담자색 그리고 다시 황갈색으로 변한다.
홍점알락나비의 알도 역시 구형에 가깝고 알의 직경이 1.49㎜, 높이가 1.44㎜정도이다. 산란직후에는 청녹색이며 20~21개의 종융기가 있다. 부화가 될 무렵에는 갈색의 반점이 생긴다.
■유충 : 왕오색나비의 유충은 알에서 7~10일이 경과되면 알의 껍질(卵殼) 윗쪽에 구멍을 뚫고 그것을 기점으로 하여 둥글게 원을 만들어 그 알껍질을 밀어 올리고는 알속에서 탈출한다. 이때 뚫린 구멍으로부터 밖으로 나올때까지는 약 4~5시간이 소요되며, 밖에 나와서도 압껍질을 거의 다 먹어버린다. 이렇게 탈출한 유충들은 차츰 보행하여 다른 잎으로 이동을 한다.
이동하였던 유충들은 분산했다가 다시 집단상태로 된후 또다시 다른 잎으로 각각 흩어져 잎의 끝 부근에 가느다란 실을 뱉어낸다(吐絲). 유충들은 다시 토사한 자리에서 잎맥 끝으로부터 잎자루쪽에다 머리를 향하여 정지해 있다가 잎을 섭식(攝食)하게 된다.
약령유충(若令幼虫)에서는 잎의 중맥(中脈)을 남기고 잎가장자리에서부터 섭식하는 경우도 있고, 점과 같이 구멍을 뚫어서 섭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 유충들은 약령유충이나 노령유충(老令幼虫)이 모두 머리에 각상돌기(角狀突起)라는 뿔같은 것이 나있는데, 알에서 부화된 1령유충만이 이 각상돌기가 없다.
왕오색나비는 2령유충까지는 홍점알락나비와 형태적으로 거의 비슷하지만 3령유충이 되면 등에 3각형의 인편상(鱗片狀)이라는 것이 생기는데, 중흉부(中胸部)와 복부(腹部)의 제2, 제4, 제7마디에 1쌍의 3각형 인편상이 크게 보인다.
홍점알락나비의 유충은 복부 제2절에 1쌍의 3각형 인편상이 없어서 왕오색나비의 유충과 구별할 수가 있다. 한편 홍점알락나비의 유충은 2~3령때 두부(頭部), 흉부(胸部)를 들고서 정지해 있는데 왕오색나비의 유충은 몸전체를 잎면에 밀착하는 경우가 많다. 월동유충에 있어서도 3령유충 때 월동하는 것과 4령유충 때 월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3령유충 때 월동하는 것은 9월초순에 부화된 유충이고 4령유충 때 월동하는 것은 8월중순에 부화된 것으로 이들은 부화와 성장시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월동후에는 주로 이른 아침이나 저녁때 섭식을 하는데 그후의 5령유충이 되면 약 2간을 성장하며 탈피한다. 그래서 6령유충(終令)이 되는데 3령유충에서 월동하는 유충은 5령유충에서 종령유충이 되는 수도 있다.
■번데기: 왕오색나비의 몸길이가 약 69㎜가 되던 것이 전용기(前蛹期)에 들어가면 50㎜로 축소되고 다시 용화(蛹化) 즉, 번데기가 될 때는 26㎜로 줄어든 후에 번데기가 된다. 용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가끔 꿈틀거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행동이 중지되면 복부의 피부가 미단(尾端)쪽으로 쏠리어 미단의 고리가 벗겨지며 토해낸 실에 매달려 완전한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의 복부 측면에는 백색의 선이 보이게 되는데 이때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13~15분이다. 이 번데기를 건드리면 매달려 있는 나무가지가 흔들릴 정도로 몸을 흔든다.
홍점알락나비의 유충이 번데기로 탈바꿈하는 것이 왕오색나비의 습성과 비슷하지만 다만 형태적으로 홍점알락나비의 번데기에는 배면선단(背面先端)에 좌우로 돌기(突起)가 둥글게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화(羽化) : 왕오색나비의 번데기와 홍점알락나비의 번데기에서 체색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날개가 돋아나기 24시간 전쯤으로 앞날개가 될 부분과 가슴은 검은색으로 되고 복안(複眼)은 다갈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약 1시간 전에는 복부의 제4번째의 마디가 크게 늘어나 터지기 시작하며 다음으로는 흉부등쪽이 터져 가슴이 나타나고 이어서 복안, 촉각, 배, 다리의 순으로 날개가 펴지지 않은 나비로 되는 것이다.
이때 나비의 몸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데 다리는 아직 번데기에서 완전히 뽑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리가 뽑혀져 나오면 동시에 머리를 위로 들고 가운데다리와 뒷다리를 탈각(脱殼)에 대어 움켜잡고 있는 사이에 서서히 우화가 일어나는데 그 소요시간이 약 40분이다. 이후 약 4~5시간 후면 완전히 나비가 되어 다른 장소로 훨훨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왕오색나비와 홍점알락나비의 생태는 실제로 관찰을 해보아야만 생생하게 그 신비스러움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하겠다.
나비를 비롯한 곤충들의 전성기인 여름철을 맞아 자연생태계를 눈여겨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