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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복잡성 속 숨은 질서 찾는 확률과 통계 우주선 예비부품 몇개가 필요할까

우주선 운행 도중 부품이 고장난다면 아마도 제대로 임무를 완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대비해서 우주선에는 예비부품이 실려야 한다. 얼마나 준비해야 할까. 이것이 응용수학의 한 분야인 확률의 문제다.

고고학 기록에 따르면 이미 기원전 2000년경에 고대 이집트인들은 끈고리를 이용해서 직각을 만들어 피라미드, 사원, 궁전 등을 짓는데 사용했다. 즉 매듭간 거리가 일정한 매듭이 12개인 끈고리로 세변의 길이비를 3:4:5로 맞추면 직각삼각형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내 직각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수학적 원리를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이용해서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수학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여기서 잠시 아인슈타인의 말을 음미해보자. “수학적 규칙이 실제 상황을 의미할 때 그 규칙은 불확실하며, 규칙이 확실할 때 그것은 실제 상황을 말하지 않는다.” 실제 상황을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떤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고자 할 때, 해당하는 실제 상황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적합한’이라는 말은 인간이 실제 상황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예상되는 불확실성에 대해서 가장 잘 대비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때 인간이 만든 시스템은 수학적으로 표현 가능해야 한다.

우주선 임무 수행 원활하게

그렇다면 어떻게 수학으로 불확실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일까.

여기서 하나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우주선은 운항 도중에 발생하는 부품 하나의 고장이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우주선에는 예비부품이 실려야 한다. 몇개의 예비부품을 준비해야 할까. 우주선은 가능한 한 가벼워야 한다. 때문에 임무완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비부품을 넣어야 한다. 그 개수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좀더 구체적으로 문제의 상황을 좁혀보자. 만약 우주왕복선의 여행계획이 1주일이고 총 부품의 개수가 n개일 때, 예비부품까지 합해서 총 몇개를 준비해야 되느냐를 생각해보자. 만약에 부품들의 평균수명이 2일이라면, 부품마다 4개씩 준비하면 충분할까.

그렇지는 않다. 부품의 평균수명이 2일이라 해도 어떤 것의 실제 수명은 1분도 안될 가능성이 있고 어떤 것은 10일 이상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평균값이 2일이라는 의미이다. 만약에 평균수명만 생각하고서 4개만 준비했는데, 이들 모두 실제 수명이 각각 1시간 이내이면 여행은 치명적인 결과로 끝날 것이다. 이와 같이 ‘예상되는 모든 경우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하는데, 이것은 확률을 통해 다룰 수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각각의 부품의 수명의 합이 1주일 이상이 될 확률을 계산해야 한다. 수명의 합이 1주일 이상일 확률이 1에 가깝게 되는 값을 구해서 부품의 개수를 정해야 한다. 대개는 4개보다 훨씬 많게 된다. 이렇게 할 때, 우주왕복선의 무사귀환이 확률적으로 거의 확실히 보장된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좀더 복잡하다. 부품과 부품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사고발생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부품 A의 기능 저하가 부품 B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다. 부품 A가 정상 작동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각각 부품 B가 정상 작동할 확률을 생각해야 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모든 부품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전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우주선은 비행중 사고가 나면 그것으로 인한 손실과 피해가 너무 크다. 때문에 실제로 그 임무를 완수할 확률이 1에 아주 가깝도록 부품배열과 예비부품 개수 등을 계산해서 그 값을 정한다.

이같은 일을 담당하는 곳이 바로 미항공우주국(NASA) 미션관제센터의 비스타프로젝트팀이다. 이곳의 주요임무는 우주선에 배치된 2만5천여개의 감지기와 지상의 수백개가 넘는 분석모형을 사용해서 우주선의 임무수행을 원활케 한다. 이밖에도 우주선의 총무게에 대한 제한, 이로 인한 중요 부품개수의 상한, 우주선의 공기저항을 줄이는 문제, 그러면서 우주선의 임무완수 확률 높이기 등과 같은 문제 해결에서 수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쓰이고 있다.

2002년 월드컵 16강의 가능성은?

우주비행과 같이 불확실한 미래 상황의 일에 대해서 준비하거나 계획을 세울 때, 가능한 상황에 대한 수학적인 사고과정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특히 확률은 우주선과 같은 첨단과학의 문제뿐 아니라 복잡한 사회현상을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확률은 또한 논리적 사고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에서 16강에 들 확률이 얼마인지 예측해보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단순히 우리나라의 축구성적 세계순위나 역대 게임전적을 보면 알 수 있을까. 아니면 예선전 대진표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 이들 모두를 참고해도 부족할 것이다.

매우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그 가능성을 따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논리와 근거자료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확률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확률값은 ‘근거자료와 논리적 사고’라는 하나의 함수에서 나온 결과다.

한편 확률과 더불어 각종 과학과 사회문제 해결에 쓰이는 수학분야로 통계가 있다. 통계는 자료에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뽑아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하자. 그리고 과목성적과 취미, 과목선호도, 과목담당 선생님에 대한 선호도, 가정에서의 부모님과의 대화시간, 부모님들의 교육수준과 직업, 가정의 연수입, 학생의 성별, 예습·복습관련 공부행태 등을 조사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이때 중요한 점은 조사대상이 전국규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나 성별, 가정의 연수입, 부모님 교육수준 등에서 치우침이 없이 ‘골고루’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수집된 자료가 실제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수집한 자료에 어떤 얘기가 숨어 있는지를 찾아야 한다. 이는 마치 아주 오래된 그림에 덮인 온갖 먼지와 때를 제거하고 손상된 그림 흔적에서 원래의 상태를 찾는 것과 같은 작업이다. 학업성취수준 문제의 경우, 학생이 시험볼 때 실수로 틀리거나, 재수로 답을 찍어서 맞거나, 또는 몸 상태가 안좋아서 제대로 실력발휘를 못하는 등 우리가 예상치 못한 이유 때문에 실제 상황과 다른 ‘먼지 낀’ 결과가 자료로 쓰이게 된다. 따라서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자료 = 실제 상황 + 먼지’로 간주하고, 실제 상황 부분과 먼지 부분을 구분하고 이 두부분을 표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수학적 표현과 이론을 필요로 한다.

실제 상황에 대한 수학적 표현을 위해서는 관련 내용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과목성적과 취미, 과목선호도, 부모님과의 대화시간 등 요소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할까에 대한 이 분야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먼지 부분에 대해서도 적절한 수학적 표현이 요구된다. 그리고 두부분에 대한 수학적 표현이 설정됐으면, 이제 이 표현을 완결하기 위한 계산과정을 거친다.

아주 간단한 수학적 표현의 예를 들어보자. ‘과목성적 = a×(과목담당 선생님에 대한 선호도) + b×(부모님의 교육수준)’이라고 표현한다면, 문자 a와 b는 자료로부터 계산해낸다. 그 결과, 이 수학적 표현은 완결된다. 실제 상황을 위한 수학적 표현에 포함된 문자들이 많을수록 그만큼 많은 수학적 계산시간과 정밀한 계산기법이 요구된다. 더불어 먼지에 대해 수학적으로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서 요구되는 계산상의 정밀도와 방법이 달라진다.

불확실성 속에서 계산능력 겸비하는 길
 

확률과 더불어 통계학은 거의 모든 학문과 산업분야에서 이용되는 대표적인 응용수학의 분야다. 예를 들어 통신분야의 시간대별·지역별 통신수요문제, 유전공학 관련문제, 의약품 개발과 의료진단 관련문제, 대기 및 환경오염 문제, 지구 온난화 문제, 인공지능 시스템 관련문제, 범죄자 판별문제, 금융상품 개발문제, 증권거래 및 주식동향 분석·예측문제, 여론조사 및 시장조사 관련문제, 경영개선문제, 교육평가 문제, 인지과학 관련문제, 사회적 현상 분석문제 등 우리가 직접 볼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데 확률론과 통계학이 유용하게 쓰인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상이 어떤 규칙을 따라 움직이는데, 그 움직임이 불확실성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생활과 사회환경이 복잡해질수록 확률론과 통계학의 필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확률과 통계학만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여러 수학분야가 함께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금융공학 분야에서는 금융거래상황을 복잡한 수학적 방정식으로 표현해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응용수학의 다른 큰 주류인 계산 관련분야와 유체역학적 기법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인공지능시스템 관련분야에서는 고도의 정밀 계산이 요구되는데, 이때는 특히 수학적 기법이 구현된 알고리듬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된다. 현재 통계분야의 기술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돼 각종 복잡한 상황에 대한 예측이나, 산업과 서비스 현장에 활용되는 예는 선진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덴마크의 휴긴사로, 금융, 유통, 경영, 의료분야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의사결정과 예측에 필요한 통계적 전문가 시스템을 개발한다. 그리고 덴마크 알보그대의 통계학 교수인 로리첸 박사가 이 분야에서 현재 매우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계산 관련 수학분야 지식이 시스템의 원천기술개발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다. 이 작업은 뇌 안에서 이뤄진다. 학교에서 교과내용을 공부할 때, 연습문제를 풀 때, 어떤 내용을 이해하려 할 때, 그리고 문제가 무엇을 묻는지를 인식하고 문제를 풀려고 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끊임없이, 오감을 통해서 들어온 내용을 판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추론하고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거나 문제에 대한 반응을 내보낸다.

수학에서 명제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에서처럼 진위(眞僞)가 분명한 것도 있지만, 자연과 사회 현상에 대해서는 그 구성요소들 사이의 관계가 불확실하게 표현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 하나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인간이 체계적으로 처리해내는데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 확률적 전문가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서 불확실성 속에서 예측이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

인간의 우수한 사고능력과 불확실성 속에서의 계산능력을 겸비한 시스템이 가능한 것도 통계학과 확률론의 공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스스로 지식을 축적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케 한다.

인류학자가 말하는 통계의 미학

확률과 통계를 얘기하면서 어느덧 시스템 얘기를 하고 있고 인간의 뇌에 대해 거론했다. 이 만큼 이 분야가 정보와 지식분야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학문적 계통으로 보면, 확률과 통계학은 수학의 한 지류이고 응용수학의 중요한 한 분야를 이룬다. 그러나 확률과 통계학은 물리, 생물, 전자, 통신, 전산, 사회과학, 심리학, 의학, 경영·경제학, 뇌과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특히 지식·정보관련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확률과 통계는 단순한 자료분석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리고 자연과 사회 현상에 내재하는 불확실성을 표현하는 도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사회 현상 그 자체를 설명하고 표현하는데 필요한 개념과 도구를 개발하는 것을 주목표로 하고 있다. 확률과 통계는 눈에 보이는 현상뿐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현상까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도움을 줌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데 여러모로 기여하는 학문 분야다.
끝으로 찰스 다윈의 사촌이며 영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유전학자이며 또한 우생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란시스 갈톤(Sir Francis Galton, 1822-1911)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이 글을 마치겠다.

“어떤 사람들은 통계라는 말 자체를 싫어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재미있는지를 안다. 통계자료는 그것이 함부로 다뤄지지 않고 고도의 방법으로 섬세하게 다뤄지고 조심스럽게 해석될 때, 그것이 복잡한 현상들을 처리하는데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모른다. 사람에 대한 학문을 추구하는 자들이 지나야 할 길은 어렵고 험한 숲을 지나는 것과 같은데, 통계학은 이 숲을 지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유일한 도구다.
 

200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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