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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은 진주에만 떨어졌을까

‘진주 운석’ 둘러싼 5가지 의문

운석은 진주에만 떨어졌을까 - ‘진주 운석’ 둘러싼 5가지 의문






Q. 그날 밤 유성은 정말 하나였나?


이번 유성현상은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 충청, 호남, 영남모든 곳에서 관측됐다. 처음에는 ‘유성우’라는 표현이 나왔다. 그래서 진주에서 발견된 돌이 운석으로 판명되었을 때, 유성을 목격한 장소마다 운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오해가 생겨났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 운석으로 의심되는 암석에 대한 신고가 잇달았다. 그러나 운석은 오직 진주에만 떨어졌을 뿐이다.

밝은 유성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은 그 유성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흔히 일어나는 착각이다. 보름달이 뜨거나 질 때도, 바로 앞산이나 뒷산 곁에서 올라오고 내려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유성체 현상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전문적인 영상관측장비나 유성레이더가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천문학자조차 유성이 정말 하나였는지 아니면 여러 개가 동시에 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촬영된 위치와 방향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일부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 3차원 분석을 하자마자, 유성 현상은 하나였으며 한반도 상공에서 유성체의 궤적이 진주지역을 향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성이 하나였다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당시 유성의 출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한 유일한 과학장비가 있었다. 지난 겨울 연세대 탐사천문학연구실이 국내 몇 군데에 설치한 ‘천문조도측정기’다. 밤낮으로 하늘의 밝기를 측정해 기상현상과 대기상태에 따라 한반도의 하늘 밝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내기 위한 장비다.

3월 9일 저녁 8시 4분 34초, 보현산천문대에 설치된 천문조도계는 갑자기 하늘 전체가 순간적으로 밝아진 현상을 기록했다. 낙하하던 유성이 일으킨 폭발을 검출한 것이다. 같은 현상이 멀리 떨어진 강원도 양구 국토정중앙천문대에 설치된 천문조도계에서도 감지됐다. 그날 해는 저녁 6시 26분에 졌으며, 하늘은 오직 서쪽하늘에 걸친 상현달의 빛에 의존하던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순간적인 대기발광은 오직 그 시각에 1회 검출됐다.

부산과 대전의 제보영상을 이용해 도출한 유성의 3차원 궤적. 진주를 향해 진행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연세대 탐사천문학연구실)

Q 운석은 진주에만 떨어졌을까?

운석을 찾는 사람들은 진주 외에 다른 곳에도 운석이 있을지 궁금할 것이다. 진주 유성은 수도권 남부에서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해서 남남동 방향으로 날아가며 떨어졌다. 유성체의 지구 진입속도는 보통 초속 11~72km다. 이번처럼 저녁 시간에 발견되는 유성은, 초속 30km의 속도로 이동하는 지구의 뒤쪽으로 부딪히는 것이므로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한다. 반대로 새벽시간에 나타나는 유성은 지구의 진행방향에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므로 속도가 빠르다. 아주 빠른 속도로 진입하는 유성은 대부분 상층대기에서 다 증발해버리고 운석을 남기지 않는다.

블랙박스 영상으로 찍혔을 때는 유성체가 대전 이남으로 이동해서 비교적 낮은 고도로 내려오며 아주 밝아진 상황이었다. 대부분의 유성은 아주 잠깐 빛을 발하고 소멸하는데, 이 유성은 5~6초 동안 빛을 내며 아주 먼 거리를 비행했다.

유성은 경남 함양-산청 구간을 지나다 몇 번 폭발하며 작은 조각으로 분리됐고, 1~2초 후 불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유성이 빛을 내는 것은 지구 대기에 빠른 속도로 진입하면서 높은 열을 내며 몸체의 일부가 증발하게 되고, 그 열을 전달받은 주변 공기가 이온화되면서 긴 꼬리를 그리며 밝아지기 때문이다. 공기저항으로 유성체가 많이 느려지면,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하고 암흑비행을 하며 지상에 도달한다. 실제로 암흑비행 구간에서 유성체는 더욱 느려졌고, 지상에 닿을 때는 속도가 불과 초속 수십m였다. 유성체가 느려지면 운석 조각들은 바람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3월 9일 밤 9시에 포항에서 측정된 연직기상자료를 보면, 고도 5~15km 구간에서는 거의 초속 46m에 달하는 강한 서풍이 불고 있었다. 추락하는 운석 조각 중 무거운 것들은 유성 진행방향인 남쪽으로 더 멀리 날아가 떨어지고, 가벼운 조각들은 북쪽에 떨어지게 된다. 그 위치는 바람 때문에 유성 경로의 동편이 된다. 물론 운석 조각의 낙하 위치는 유성이 어느 고도에서 폭발할 때 분리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모든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운석의 분포는 10~20km의 범위를 넘지 않을 것이다. 그림으로 본다면 진행방향을 축으로 하는 긴 타원에 가까운 분포이다. 즉, 이번 유성으로 발생한 운석들은 오직 진주 지역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지역에서 운석을 찾는 수고를 하지 마시길….


Q 진주 유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진주 운석의 고향은 어디였을까? 천문연-연세대 공동연구팀이 알아내려는 중요한 질문 중 하나다. 태양계의 소행성 대부분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원궤도를 그리고 있어 지구에 접근하지 않는다. 이들과는 달리 지구 주변을 총알처럼 지나는 작은 소천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지구근접천체’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이미 1만여 개의 지구근접천체가 발견됐지만 모두 발견하기 쉬운 큰 것들이고, 수 미터 혹은 수십 미터 크기의 천체들은 개수나 분포, 특성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진주운석도 이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지구근접천체 대부분은 소행성대에서 벌어진 자기들끼리의 충돌로 궤도가 변경돼 지구가 있는 안쪽으로 들어온 것으로 생각되지만, 일부는 멀리 태양계 외곽에서 여행을 시작한 혜성의 잔재다. 그러나 혜성 부스러기는 지구에 충돌할 때 상층대기에서 모두 증발해버려 운석을 남기지 않는다. 태양계 외곽에서 형성된 혜성들은 매우 성긴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주 유성체는 소행성대에서 파생된 지구근접천체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로로 태양계 공간을 운동해 왔는지, 고향이 과연 어디였는지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는 우선 진주유성체가 어떤 궤도 종족의 지구근접천체인지부터 밝혀내야 한다.


지구근접천체는 궤도에 따라 크게 세 부류로 나눈다. 아폴로, 아텐, 그리고 아모르다. 아폴로는 근일점(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이 1AU보다 작고 장반경(타원에서 장축 길이의 절반을 의미)이 1AU보다 큰 소천체들이다. 1AU는 지구와 태양 사이 평균거리에 해당한다. 아모르는 장반경이 1AU보다 크고, 근일점이 1.3AU보다 작다. 그리고 아텐은 장반경이 1AU보다 작고, 원일점 (태양에서 가장 먼 위치)이 0.983AU보다 크다.

천문연과 연세대가 진행하는 분석작업이 조만간 완료되면 태양계에서 진주 유성체가 지구에 충돌하기 전 가장 최근에 지나왔던 경로가 밝혀질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진주 유성체의 과거를 더듬어가는 일이다. 과거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동안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안쪽의 행성들에 접근하면서 진주 유성체의 궤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지구근접천체들과 혹시 가족관계에 있는 것은 아닌지 파악하는 일도 진행될 것이다.

진주 운석 사건의 전모

Q 운석은 얼마나 자주 떨어질까?

진주 운석은 71년 만에 한반도에서 다시 발견된 운석이다.

그동안 유성현상과 운석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밝은 유성이 발견됐을 때도 운석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었다. 설사 운석이 떨어졌다고 해도 이번 경우처럼 민가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전혀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제운석목록에 등재된 한반도 운석은 모두 4개이며, 1924~1943년까지 일제강점기 때 발견된 것이다. 두원운석을 포함한 3개는 유성현상이 보인 후에 찾은 ‘낙하운석’이다. 모두 일본인이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한반도 운석은 이보다 훨씬 많다. 선조들의 천문기록을 보면 유성과 운석 기록이 풍부하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 기록된 밝은 유성의 관측기록은 무려 4000건에 달한다. ‘운석이 발견됐다’는 기사도 50건이 넘는다. 우리 현대천문학의 역량이 수백 년 전 선조들에게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운석 : 태양계 타임캡슐

Q 운석 충돌은 대재앙을 일으킬까

진주 운석은 두 가지 면에서 행운이었다. 민가 근처에 떨어져 운석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다친 사람이나 재산 피해가 없다는 점이다. 항상 이렇게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지역에 떨어진 유성체는 수천 채의 건물피해와 1500명에 달하는 부상자를 낳았다. 1908년 시베리아 퉁그스카에 떨어진 소행성체는 무려 2200km2에 달하는 넓은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공룡을 멸종시켰을 정도의 커다란 소행성의 지구 충돌은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그러나 수십m 크기의 작은 소천체 충돌은 과학자들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자주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 첼랴빈스크의 운석은 불과 600kg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성체가 전달한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20배에 달했다.

운석 질량으로만 판단해도 이번 규모의 충돌은 비일비재하다. 투르크메니스탄에 1998년 1.1t짜리 운석이 낙하했으며, 미국에서도 1948년 같은 질량의 운석이 떨어졌다. 1969년 멕시코에는 2t짜리 운석이, 1976년 중국에는 4t짜리 운석이 떨어졌다. 1947년 러시아 식호테 알린에 떨어진 운석의 총량은 23t이었다. 중국 사서에 따르면 1490년 섬서성 경양이라는 곳에 크고 작은 운석이 우박처럼 쏟아지며 1만 명 이상이 죽었다고 한다. 태양계를 떠도는 소천체를 탐색하고 추적하는 일은 우주에 대한 과학적 탐구뿐 아니라 지구인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필자가 추천하는 운석 인포그래픽

과학카페 5번째 >; 진주 운석 카페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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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변지민 | 글 변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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