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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상상 속 건물을 마음대로 짓는 비밀, 파라메트릭 디자인

기상천외한 건축을 꿈꾸다

Part 2. 상상 속 건물을 마음대로 짓는 비밀, 파라메트릭 디자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기상천외한 건축물 뒤에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설계방식이 있다. 일각에서는 건축의 산업혁명으로 부를 정도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건축의 일종인데 비결은 바로 수학이다.


전통적으로 건축은 같은 모듈을 반복해서 만들었다. 효율적인 대신 디자인에 한계도 많았다. 하지만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서로 다른 모듈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붙여볼 수 있게 됐다. 건축가들은 신이 나서 다양한 도전을 하게 됐고, 덕분에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다. 2000년대 초반엔 컴퓨터로 3D 건물을 재현해보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모양을 기하학적으로 계산해서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만든 힘이 바로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다.


 
독일 뮌헨에 있는 BMW 벨트의 전경(위)과 내부(아래).
 
파라메트릭 디자인의 예시
 
 


▶ Algorithmic Design

기하학적인 건축 알고리듬을 짜는 것


옷은 만들어 가면서 줄이거나 늘릴 수 있지만, 건물은 마음에 안 든다고 허물고 다시 지을 수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기하학적인 계산을 정확하게 해야만 했다. 문제는 건축물이 복잡해질수록 계산도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일단 건축 디자인에 쓰이는 변수가 많은 데다 서로 맞물려 있어서 하나를 바꾸면 다른 곳에 미치는 영향을 다 계산해 바꿔야 했다.


그런데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컴퓨터를 이용해 건물에 대한 함수를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는 변수를 쉽게 바꾸거나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라메트릭(Parametric) 디자인이란 이처럼 컴퓨터로 매개변수(parameter)를 바꿔가며 건축물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새로 지은 서울시청은 건물 전체가 곡면이면서 유리로 덮여있다. 울퉁불퉁한 벽면에 판판한 유리를 붙이기 위한 도면을 손으로 계산하려면 한세월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벽면의 곡률을 변수로 두고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알고리듬을 짜면, 표면이 아무리 울퉁불퉁해도 정확한 도면을 자동으로 구할 수 있다. 과거 디자인 기하학이 ‘산수’였다면,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수학’이다. 이는 건축가에게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할 수 있게 해줬다.


  Performance Design

더 똑똑한 건물로 업그레이드



요즘은 건축물도 예쁘면서 동시에 ‘스마트’해야 한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활용하면 설계 초기부터 건축물의 성능을 미리 시뮬레이션 해서 더 똑똑하고 경제적인 건물을 만들 수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살펴보자. 건물 외피는 여러 개의 평면 혹은 곡면 패널을 붙여서 완성했다. 곡면 패널의 가격이 평면보다 많게는 8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곡면 패널을 적게 쓸수록 좋다. 가능하다면 큰 곡면패널 하나보다 작은 평면패널 여러 개를 붙이는 것이 이득이다. 이걸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라면 거뜬하다. 처음부터 평면과 곡면 패널의 개수를 매개변수로 설정한 뒤 수학 방정식을 풀듯이 곡면 패널의 개수가 최소값이 되는 설계도를 구한다. 전체 4만5133장 중에서 실제로 곡면인 패널은 3만1292장이다.


2011년에 두바이에서 완공된 O-14 타워(O-14 Tower)의 외피 패턴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 기능적인 목적에 맞도록 디자인됐다. 각 층마다 창 모양이 다르고, 다양한 방향의 전망을 주면서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조건을 찾았다. 또한 구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기둥 없이 외피만으로 건물의 특이한 형태를 지지할 수 있는 창의 밀도와 배치를 구했다.

 

 
 


Fabricating Design

로봇으로 한 번에 뚝딱!



집도 공장에서 뚝딱뚝딱 찍어낼 수 없을까. 20세기 초 미국의 건축가인 버크민스터 풀러는 공장형 이동식 주택을 제안했다. 비행기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하고 집터에서는 조립만 했다. 하지만 재료와 기술적 한계로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최근 등장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공장에서 집을 만들려는 시도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건축물 각 부분의 도면을 그리고, 3D프린터나 로봇으로 정확하게 제작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각 부분을 조립하고 설치하기만 한다. 예를 들어 이화여대 디지털건축연구실에 있는 실험 작품인 ‘필스/레필스(Plis/Replis)’는 미국과 프랑스의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만들었는데, 현장설치 직전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모든 단계가 디지털 작업으로 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파라메트릭 프로그램은 총 570개 패널들의 볼트 구멍과 이음새의 정확한 위치까지 자동으로 계산해줬다.


더 나아가 3차원으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건물의 외피를 제작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스위스취리히연방공대의 그램지오 코호러연구실은 2012년에 세계 최초로 건축물을 만들 때 하늘을 나는 로봇을 활용했다.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제작한 설계도에 맞춰 흔히 쓰는 크기의 벽돌 1500장 이상을 공중을 나는 로봇이 하나씩 옮겨서 원통형 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동영상 참조). 연구팀은 이 기술이 발전해서 벽돌보다 큰 모듈도 헬리콥터 같은 로봇으로 작업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제조공하과 베로흐 코슈네비스는 3D 프린터의 원리로 집 정도의 규모를 제작하는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목표는 파라메트릭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된 디지털 모형을 별도의 도면 없이 바로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진실을 찾아나가는 건축


파라메트릭 디자인이 건축 설계에 미친 영향은 마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의 사고와 생활방식을 바꾼 것과 같다.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서 설계 및 시공, 디자인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건축가 루이스칸은 ‘건축은 진실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의 진실은 인간과 사회, 공간과 재료 등이 갖는 관계다. 스마트폰 SNS가 친구 맺는 걸 도와주듯, 파라메트릭 디자인은 새로운 방식으로 건축의 본질을 더 발전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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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국형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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