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가 3월 23일 오후 3시, 러시아 당국의 추락 예상 지점인 서경 150도 남위 40도 남태평양에 추락, 15년의 일생을 마감했다.
러시아 우주통제센터는 이날 오후 3시 “미르의 파편들이 바다에 떨어지는 중”이라고 발표했다. 호주 재해관리국 대변인도 이날 오후 3시 5분 교토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르가 지금 막 바다에 떨어졌다”고 확인했다.
현지에 있던 미국 CNN방송 취재기자는 “불이 붙은 미르호 파편들이 긴 오렌지색 꼬리를 달고 피지 섬의 하늘을 수놓았다”면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뉴질랜드 해양안전국에 따르면 미르가 추락할 당시 인근 해역에 참치잡이 어선들이 지나가고 있었으나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미르는 추락하기 약 30분 전 남한 상공을 지나갔다. 오후 2시 28분 신의주 지역을 통과한 미르는 30분 강릉 남쪽 1백50km상공을 빠져나갔다. 그 뒤 오후 2시 45분에 대기권에 진입해 3시에 예상 폐기지점에 추락했다. 미르의 한반도 통과가 낮 시간대에 이뤄졌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관측되지는 않았다.
한편 지난 97년 우주화물선 충돌사고 후 미르에 1백98일간 머물면서 보수작업을 했던 우주비행사 파벨 비노그라도프는“마치 정든 집을 태우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AFP, AP통신이 전했다. 그는“만약 러시아가 재정이 튼튼했다면미르호를개조할수도있었을것”이라면서,“ 미르가 낡았다는 주장은 정치적 의도를 정당화하려는 처사”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