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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과 성기능 중 하나만 선택해야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택할까? 연애고민을 상담해주는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 최근 한 여성이 보낸 사연이 화제가 됐다.

남자친구가 탈모 치료제를 먹으면 성욕이 떨어지고, 약을 끊으면 다시 머리가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웃픈’ 사연이다. 이 사연은 남모를 고민을 하는 남성들 사이에서 격한 공감을 얻으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그런데 최근 이런 속설과는 반대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산부인과 프랭크 스탄지크 교수팀은 탈모 치료제로 많이 쓰이는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해도 성기능과 관련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전혀 줄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생식기 발달과 발기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연구진은 피나스테리드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춘다는 잘못된 속설을 반증하기 위해 57~79세 53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12개월간 피나스테리드 5mg을 하루 한 알씩 매일 복용하게 했다. 약을 복용하는 동안 1개월, 3개월, 6개월, 12개월 네 차례에 걸쳐 혈액 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는 평균 18.3% 증가했다. 이 수치가 증가한 것은 피나스테리드가 성기능을 향상시키지, 감퇴시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테스토스테론의 전구체인 안드로스테네디온까지 34.5% 증가시켰다.

거꾸로 탈모를 유발하는 또다른 남성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은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머리카락을 가늘게 하고 모낭을 죽게 만들어 탈모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DHT는 이 약을 복용하자 1개월 만에 78.6% 감소했다. 탈모를 막는 데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층 이상에서는 DHT 수치가 줄어들면 오히려 성기능이 좋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비대증이 흔해지고 이 때문에 성기능 장애가 오기도 하는데, DHT 수치를 낮추면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실제 DHT 생성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는 전립성 비대증 치료제에 쓰이기도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피나스테리드 복용 후 3개월 만에 전립선 암의 표지인 ‘전립선 특이항원’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전립선암이 생길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피나스테리드가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막아 성욕을 떨어뜨린다는 기존의 잘못된 속설을 정정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처음에 소개한 사연처럼 탈모 치료제를 먹은 남성 중 실제 성욕감퇴, 발기부전 등 성기능 저하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 전문가들은 약이 해롭다는 믿음으로 인해 실제 안 좋은 효과가 발생하는 ‘노시보 효과’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시보 효과는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 약이라도 진짜 약인 줄 알고 먹으면 심리적 효과 때문에 병세가 호전되는 ‘플라세보 효과’의 반대말이다.

약을 먹으며 성기능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다가 결국 그것 때문에 비극을 맞았다는 말이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스테로이드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저널’에 실렸다.

참고로 DHT는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와 결합할 때 만들어지는데, 탈모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가 이 결합과정을 방해한다.
 

201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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