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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에티켓이나 소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에 관한 책들은 흔히 아이컨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내 눈을 바라봐. 너는 행복해지고’라는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눈을 마주치면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예컨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의 과정에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것과 눈을 보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까?
경계의 눈빛 vs. 사랑의 눈빛
당연하게 여기는 현상도 진짜 그런지 확인하는 것이 과학자들이 하는 일.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심리학자 프란시스 첸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안락사, 동물 복지, 핵발전소, 등록금 문제 등 찬성과 반대가 나뉘는 주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이 주제들에 대해 ‘나는 안락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등 자기주장을 열심히 말하는 사람의 동영상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는 동안 아이트래커로 눈동자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아이트래커는 눈동자 움직임을 정밀하게 기록하는 장치다. 이를 이용해 사람들이 화면에서 어느 부분을 얼마나 응시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동영상을 보고 난 후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각 주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만약 눈을 마주치는 것이 설득에 정말 효과적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영상 속 사람의 ‘눈’을 더 많이 쳐다본 사람들이 다른 곳을 쳐다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의견을 바꾸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연사에게 이미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하는 이의 눈을 많이 볼수록 기존의 자기 의견을 강하게 고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설득 상황에서 듣는 이와 눈을 마주치는 것은 되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관객(설득의 대상)에게 자신의 주장을 열심히 말하는 사람의 눈이나 입을 쳐다보도록 했다.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설득하는 이의 눈을 쳐다본 사람들은 입을 쳐다본 사람들에 비해 ‘이 사람의 의견을 더 듣고 토론하고 싶다’, ‘이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 같은 수용적인 태도를 비교적 적게 보였다. 소위 ‘마음이 닫힌’ 것이다. 그 결과 기존의 주장을 그대로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하면 더 좋다고들 하던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연구팀은 아이컨택을 하는 상황과 맥락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봐줄 때는 뇌의 보상중추(초콜릿, 선물, 돈 등 좋은 게 생겼을 때 반응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 된다. ‘사랑 호르몬’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옥시토신 호르몬(애정을 느끼고 상대방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현상에 관여)에 노출되면 서로의 눈을 더 많이 쳐다보기도 한다.
이처럼 호의적이고 아름다운 상황에서는 아이컨택이 좋을지 모르지만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아이컨택이 불편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동물의 세계에서 눈을 마주치는 것은 ‘널 공격하겠다’는 위협의 신호로도 사용된다고 지적한다. 사람도 화난 얼굴의 눈을 마주보면 위협을 느낀다는 연구들이 있다. 위협적인 상대가 나를 바라본다는 것은 내가 그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신호이니 말이다.
진정한 설득은 편안함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설득 상황’ 같이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이 사람이 사기를 치거나 약을 파는 게 아닐까’라며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상당히 경계할 때는 눈을 쳐다보는 것이 위협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을 많이 마주치면 되려 ‘내가 너를 굴복시키겠다’는 위협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더 크게 저항하며 마음을 닫게 된다. 결국 눈을 많이 마주쳐서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대상이나 상황에 따라 아이컨택을 위협적으로 느끼는 현상은 일상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보통 부모님, 교수님, 상사 등 나를 위협할 수 있는 권력자와 함께 있을 때는 눈길을 주고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담스럽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누가 대답해볼래?’라고 물을 때 다들 무의식적으로 눈길을 피하지 않는가.
다시 설득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설득의 중요성은 다들 동감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설득을 해내기 위해서는 위협적인 요소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참에 여러분이 평소 사용하는 설득 방식은 사람들의 진정한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종류인지, 아니면 권위와 힘을 앞세우는 방식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