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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두려움이야!

즐거운 뇌 우울한 뇌



운전석과 승객 공간이 구분된 택시 ‘블랙캡’은 빨간 2층 버스, 지하철 ‘튜브’와 함께 영국 대중교통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블랙캡에 대해서는 유명한 심리학 연구 결과가 있다. 2000년, 영국의 런던대 연구팀이 블랙캡 기사 16명의 뇌지도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살펴보니 공간 정보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이 기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 비해 컸다. 택시 운행을 오래 한 기사일수록 더 컸다. 교육이나 경험에 의해 뇌 자체가 마치 근육처럼 변화한다는 뜻이었다.

사실 근육 비유는 정확하지 않다. 기타를 치기 위해 손가락 두 개를 동시에 함께 움직이는 훈련을 반복했다고 해보자. 뇌에서 이 손가락을 담당하는 부위가 점차 발달할 것이다. 이는 이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회로가 여러 가닥으로 보강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때로는 이 둘이 하나의 신경회로로 합쳐지기도 한다. 마치 계속해서 넓어지던 도로가 나중에는 하나의 도로가 돼버리듯이. 이 단계가 되면 단지 지도에서 도로를 넓힌 수준이 아니라 지도를 바꾸는 단계가 된다. 두 손가락을 따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니까 말이다.

뇌의 ‘지도’라 할 수 있는 신경회로가 어른이 돼도 바뀔 수 있다는 ‘뇌 가소성’의 무수한 사례 중 하나다. 뇌는 특정 부위에 이상이 생겨도 우회로가 생겨 잃어버린 신체 기능이나 뇌 기능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다. 또 시각 장애인의 경우 청각을 담당하는 뇌피질이 더 발달하는 등 잃어버린 기능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도 있어, 많은 뇌과학자와 의사들이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런데 심리학자인 일레인 폭스 영국 옥스퍼드대 정서신경과학연구소장은 다른 관점에서 가소성을 주목하고 있다. 바로 ‘긍정적인 뇌’ 만들기다. 비관적이고 미래를 두려워하기만 하던 우울한 뇌조차,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뇌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뇌는, 두려움에 웅크리고 비관적인 생각에 망설이는 사람을 자신감 있고 도전적인 사람으로 바꿔준다고 폭스 소장은 말한다.

폭스 소장은 책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든다.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장에 가던 중, 옆에서 들리는 휴대전화 통화 소리에 짜증을 내던 한 여성이 극단적인 얼굴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상황은 곧 나아졌지만 이후에도 이 여성은 주기적으로 통증을 느꼈고, 어느 날 그 원인이 바로 휴대전화 벨소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휴대전화 전자파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치료를 위해 노력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나중에 안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바로 면접 날 들었던 휴대전화 벨소리가 그날의 심한 스트레스와 연결된 것이었다.

조상 때부터, 아니면 진화적으로 보다 먼저인 초기 영장류 혹은 포유류 시절부터 깊이 각인돼 온 ‘동물적인’ 공포(예를 들어 뱀 그림)는 그 어떤 현대적인 공포(예를 들어 총 그림)보다 우리를 강하게 사로잡는다. 뇌가 두려움에 민감한 탓이다. 부작용도 생겼다. 면접 때 여성이 느낀 스트레스는 바로 ‘동물적인’ 공포로 연결됐고, 그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통증까지 불러왔다. 그럼 이 여성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비밀도 뇌에 있다. 위험한 것에 더 민감하게 편향된 뇌를 낙관적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위험하지 않은 상황 사진을 반복해 보여주고, 평소 하던 작업을 그런 상황과 연결지어 주기만 해도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뀐다. 그 외에도 최신 심리학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공포 기억을 제거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해 주며, 마음챙김 명상과 ‘몰입’ 등 대안도 알려준다.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삶이 고통스럽고 비관적인 사람이라면, 대대로 이어져 온 본능적인 공포에 몸을 내맡기지 말고 한번 책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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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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