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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꽃가루의 춤

[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

쿼크나 원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 돌멩이, 행성, 은하처럼 눈에 보이는 세계 사이에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은 이 세계에 속한 모든 것들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춤을 추고 있음을 발견했다. 처음에 그는 꽃이 수분하는 방법을 연구하려고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몇 달을 수분 연구에 몰두했지만 브라운은 결국 식물의 성도, 수분이 되는 과정도 하나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 대신 그는 현미경을 통해 아주 놀랍고 불가사의한 현상을 보았다. 물방울 속에서 꽃가루 하나하나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브라운은 꽃가루가 가장 기본적인 생명의 단위, 즉 ‘생명의 원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곧 이 운동이 생명현상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에서 발견하는 대로 작은 입자라면 모두 다 현미경으로 관찰해본 결과,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꽃가루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초콜릿 가루와 암석 가루, 검댕 입자, 금속가루, 심지어 먼지도 왕성하게 운동했다. 마치 춤을 추는 듯이 위아래로 뛰고, 앞뒤로 지그재그로 왕복하면서 모든 방향으로 움직였다. 브라운이 아무리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어도 입자들은 춤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철학 잡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꽃가루를 비롯해 죽은 물질인 입자들도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브라운 운동’에 대한 내용이었다.

로버트 브라운의 일대기로 서막을 여는 듯한 이 책은 브라운 운동을 하는 작은 입자들의 세계를 소개한다. 브라운 운동을 하는 입자들은 크기가 모두 비슷하다. 가장 작은 것은 지름이 1000분의 1mm였다. 사람 머리카락의 100분의 1만 한 크기다. 크다고 해봐야 이것의 10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 노팅엄대의 재료과학자이자 10여 년 동안 브라운 운동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이렇게 움직이는 입자, 즉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에서 10분의 1 사이의 크기를 가진 것들의 세계에 ‘중간세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뒤 수많은 과학자들이 중간세계에 대해 연구해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중간세계의 입자들은 에너지에 의해 운동하고 있으며, 이 에너지는 온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액체 속에 있는 모든 분자와 입자들의 온도가 같아야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온도가 다르면 입자들은 분자와 온도가 같아질 때까지 에너지를 얻거나 잃으면서 온도를 맞춘다. 아인슈타인은 액체가 실제로는 수십억 개의 작은 입자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액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로, 분자는 그보다 더 작은 입자로 구성돼 있으며, 일정한 온도와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입자들은 마구잡이로 뛰면서 계속 충돌한다는 것이다.

브라운이 현미경 속 꽃가루에서 입자들의 운동을 처음 발견한 뒤 20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중간세계에 대해 아직도 잘 알지 못한다. 1000분의 1mm보다도 훨씬 작은 전자와 핵, 쿼크와 초끈, 양자에 대해서는 수많은 연구 결과와 책이 나와 있는데도 말이다. 저자는 중간 세계는 우리가 존재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세계이며 아주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라고 말한다. 또 10억 분의 1, 나노 단위에서 일어나는 물체의 움직임을 대표한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브라운을 시작으로 맥스웰과 볼츠만, 아인슈타인 같은 유명과학자들이 연구해온, 그리고 그들에게 가려졌지만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해온 중간세계를 흥미롭고도 섬세하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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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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