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화성의 ‘웃는 얼굴’ 지형 사진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저게 무슨 웃는 얼굴이냐”며 완전 억지라는 식의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속사정이 있었다.
우리 몸에서 650여개 근육 가운데 230여개가 관여하는 ‘자연스런 운동’이 바로 웃음이다. 우주 얘기를 하는데 웬 웃음이냐고? 지난 4월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화성의 특이한 지형 사진을 공개했다. 이른바 ‘웃는 얼굴’ 지형.
웃는 얼굴 지형은 30년 전에 발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바이킹 1호가 1976년 6월 화성 궤도에 진입한 뒤 표면의 다양한 모습을 찍었다. 그 중의 하나가 ‘웃는 얼굴’ 지형이었다. 멀리서 잡히기도 했지만 비스듬하게 찍힌 모습이 영락없이 사람의 웃는 얼굴처럼 보였던 것이다.
화성의 웃는 얼굴 지형은 정면에서 보면 평범한 모양이다. 더구나 바이킹 호 시절보다 해상도가 좋은 카메라로 찍으면 온갖 ‘잡티’가 발견되기 때문에 웃는 얼굴로 보기 더 힘들다. 멀리서 매끈해 보이는 얼굴도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면 잡티가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웃는 얼굴 지형에 대한 누리꾼의 불평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웃는 얼굴 지형이 왜 생겼을까.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는 웃음을 사랑한 여신이기도 하다. ‘미녀’ 아프로디테는 ‘야수’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했다. 미녀와 야수의 만남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정숙하지 못했던 아프로디테는 전쟁의 신 아레스(마르스)와 바람을 피웠다.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가 벌거벗은 채 껴안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화가난 헤파이스토스는 다른 남신들을 불러 둘의 애정행각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그뒤 아프로디테는 쌍둥이 형제 ‘데이모스’(패배)와 ‘포보스’(공포)를 낳았다. 아레스는 화성을 상징하고 데이모스와 포보스는 화성을 돌고 있는 두 위성의 이름이다.
화성에 웃는 얼굴이 있는 이유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정을 통하던 장면을 몰래 봤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화성의 웃는 얼굴은 방긋 웃는 표정이라 음흉한 미소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웃는 얼굴 지형은 화성 남반구에 있는 ‘갈레 크레이터’다. 지름이 230km나 되는 이 크레이터는 커다란 유성이 화성 표면에 충돌하면서 만든 대규모 구덩이다. 화성에는 충돌 구덩이인 크레이터가 많은데 유독 갈레 크레이터가 웃는 얼굴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천문학자들은 크레이터 내부의 특징이 충돌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져 웃는 얼굴을 닮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크레이터 남쪽 가장자리에서는 퇴적물이 상당히 많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협곡도 여럿 만날 수 있다. 이 협곡들은 물이 흘렀던 흔적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