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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함부로 때리지 마라

영재의 뇌가 남과 다른 5가지 특징





1.  뇌 이곳저곳이 동시에 활발해진다

김유미 서울교대 교수(브레인업연구센터장)는 초등학교 5학년 과학 영재 13명과 일반 아동 13명을 검사했다. 선행학습 요인을 최대한 배제한 숫자 짝짓기나 부호 쓰기, 도형 유추, 표현주의력, 문장 이해 등의 과제를 해결하게 한 뒤 ‘종합인지기능진단검사(CAS)’를 했다.

각 과제는 뇌 기능 중에서 계획, 주의집중, 동시처리, 순차처리 기능을 나타내는 과제로 구성됐다. 모든 기능에서 영재의 뇌가 일반 아동보다 뛰어났다. 계획기능은 주로 뇌의 전두엽, 주의집중은 뇌간-전두엽-두정엽, 동시처리는 주로 우뇌, 순차처리는 주로 좌뇌에서 맡는다. 영재는 일반 아동에 비해 전두엽을 비롯한 뇌의 여러 부위가 우수하고 각 부분 사이의 교류가 활발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연구로 뇌의 그 부위가 실제 활동하는지는 직접 알 수 없다. 김경화 이화여대 과학교육학과 박사는 박사논문에서 뇌파를 활용해 과학영재의 뇌를 분석했다. 김 박사는 서울시교육청 산하 과학영재 교육원에 다니는 중학교 1학년 과학영재 20명과 일반 중학교 1학년 학생 19명의 뇌파를 측정했다. 편안한 환경에서 ‘과학적 창의성’을 측정하는 문항을 풀도록 하고 전전두엽,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에 전극을 달아 뇌파변화를 관찰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뇌의 각 부위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였다. 영재의 뇌는 과학문제를 풀 때 전두엽과 측·후두엽 에서 기능적으로 연결된 영역들이 함께 활동하는 경향이 컸다. 뇌 이곳저곳에서 기능적으로 분화된 부분들이 교류했다는 말이다. 반면 일반 학생은 뇌가 부분적으로 활성화됐다. 만일 뇌파를 이용해 뇌의 분화 정도와 활동성을 측정하면 영재인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재 학생과 보통 학생이 각각 편안히 있을 때(왼쪽 둘)와 창의적인 과학문제를 풀 때(오른쪽 둘)의 뇌파를 통계처리해 비교한 모습.
과학문제를 풀자 영재의 뇌 특정 부위가 보통 학생과 다르게 활성화된다. 상호작용이 활발할수록 붉게 표시된다.



2.  할 때 하고, 쉴 땐 쉰다

영화 ‘샤인’에는 주인공인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가 연주를 하는 중에 고정장치가 풀려 피아노가 이리저리 밀리는 장면이 나온다. 일반사람이라면 곧 연주를 멈추고 고정장치를 들여다보거나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천재’다. 흔들리는 피아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연주에만 집중한다.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피아노와 함께 움직이며 연주를 해낸다.

영재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이 바로 집중력, 과제집착력이다. 관심을 가진 과제에 집중하고 끝까지 풀어내기 위해 매달린다. 이들의 뇌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김경화 박사는 문제를 풀지 않는 휴식 상태에서의 뇌파와 과학문제를 풀 때의 뇌파를 비교했다. 휴식 상태일 때는 일반 학생의 뇌파가 더 활성화됐다. 그러나 과학문제를 풀 때는 영재의 뇌파가 더 활성이 높았다. 김 박사는 “영재가 집중력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공부할 때는 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는 집중력을 보인 것이다. 데이비드의 뇌파를 측정했다면 아마도 위의 연구결과와 같지 않았을까.



3.  뇌의 뒤쪽이 활발하고, 좌뇌 옆이 두껍다

fMRI나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술)를 이용해 영재의 뇌를 들여다보는 연구도 활발하다. 2005년 이건호 서울대 교수팀(현재 조선대 교수)은 과학고, 일반고, 실업계고에서 일반 지능이 상위 1%안에 드는 학생(영재) 20명과 상위 40%안에 드는 학생(보통) 20명을 선별해 두뇌활동성을 fMRI로 관찰했다. 학생들은 단순 블록 문제와 높은 추론능력이 필요한 복잡 블록 문제를 30초마다 번갈아 풀었다. 두 그룹의 뇌 활성도를 비교했더니 영재와 일반 학생 모두 좌우 반구의 외측전전두엽피질, 전대상피질, 후두정엽피질 부분이 활발해졌다.

특히 영재의 뇌가 더 많이 활성화됐으며, 머리의 정수리 뒤쪽에 위치한 후두정엽 피질에서 이런 결과는 두드러졌다. 영재라면 높은 지능지수도 필수요소다. 연구팀은 지능지수(IQ)도MRI 뇌 사진으로 판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후속 연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언어능력처럼 경험이나 지식이 축적되면서 형성 되는 결정성 지능이 뛰어날수록 뇌 왼쪽 측두엽(측두극, 베르니케 영역)이 두꺼워졌고, 추론이나 계산능력과 같은 유동성 지능이 높을수록 전전두엽과 후두정엽 부위의 뇌 활동이 활발했다. 즉 뒤통수에 있는 후두정엽피질이 활발하고, 좌뇌측두엽이 두꺼우면 영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 과제를 주고 fMRI만 찍으면 영재인지 알 수 있을까? 문제는 창의성이다. 후두정엽피질의 활성도는 지능지수와는 확실히 관계가 있었지만, 창의성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4.  창의성은 내측전전두피질에서 올까

지식만 많다고 우리는 그를 영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뭔가를 생각하거나 만들어내는 사람을 영재 또는 천재라고 부른다. 일본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 나오는 수학천재 교수는 가정부에게 생일을 묻는다. 가정부의 생일은 2월 20일. 그는 곧 숫자 220과 자신이 받은 상장 번호 284를 연결해 의미를 부여한다.

220의 약수의 합은 284. 284의 약수의 합은 220. 자신만의 방법을 이용해 생활 속 수를 이해하는 창의성이 드러난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나오는 영재 피아니스트도 마찬가지다. 흔히 보는 풍경을 음악으로 즉흥적으로 바꿔 피아노 연주를 해낸다. 기자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런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도대체 이들의 뇌는 무엇이 다를까.

이런 창의적인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기자만은 아닌가보다. 미국 국립난청및소통질환연구소의 시유안 류 연구원은 프리스타일 래퍼의 뇌를 fMRI 로 들여다봤다. 가사를 외워 리듬에 맞춰 랩을 하는 것과 달리 프리스타일 랩은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가사를 리듬에 맞춰 노래한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창의성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12명의 래퍼에게 처음에는 가사를 암기해 랩을 하도록 하고, 다음에는 프리스타일 랩을 하도록 한 다음, 뇌 활성부위를 비교했다. 그랬더니 프리스타일 랩을 할 때, 전두엽에 있는 배외측전전두피질이라는 부분의 활성도가 낮아진 반면 내측전전두피질의 활동은 활발해졌다. 내측전전두피질의 활동성을 보면 창의성을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래퍼가 프리스타일 랩을 부를 때는 높은 수준의 창의성이 필요하다. 실험결과 이들의 뇌에서는 내측전전두피질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사진은 힙합뮤지션인 부가킹즈의 쥬비트레인, 도끼, 더블케이, 스모키제이(왼쪽부터).



5.  좌뇌, 우뇌가 서로 도와야 창의성 발휘

흔히 우뇌는 창의적, 좌뇌는 이성적, 논리적 역할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천재 과학자나 예술가는 왼손잡이가 많다며, 따라서 우뇌가 발달해야 창의력이 좋다는 이야기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이런 상식에 의문을 가졌다. 연구팀은 비슷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창의성이 뛰어난 건축학과 학생들의뇌를 fMRI로 들여다봤다.

창의성이 많이 발휘될 때와 아닐 때를 비교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두 가지 문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 문제는 기하학적 모양 세 개를 움직여 조립해 정사각형이 되는지 직사각형이 되는지를 맞추는 단순한 문제였다. 두 번째 문제는 반원, 8자 원, 큰 원을 이용해 무엇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이 필요한 문제였다.

연구결과, 우뇌의 활동이 조금 더 주도적이었지만 좌뇌의 활동도 분명 달라졌다. 창의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좌뇌에서 후두정엽, 전운동피질, 배외측전전두피질, 내측전전두피질이 실제로 더 활발해졌다. 창의성이 발휘될 때 우뇌에 부담이 가해지면 좌뇌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말이다. 우뇌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연구팀의 아지즈 자데 교수는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양쪽 반구가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종합해 보자. 일단 뇌의 각 부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고, 특히 머리 뒤통수에 있는 후두정엽피질이 활발한 학생일수록 지능이 높다. 여기에 내측전전두피질이 활발하고, 우뇌와 함께 좌뇌의 활동도 활발하다면 창의성까지 갖춘 진짜 영재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럼 이제 영재 판별은 시험 없이 fMRI만 찍으면 되겠다 싶지만 아직은 좀 무리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아지즈 자데 교수의 연구결과는 앞서 말한 시유안 류 연구원의 연구결과와 미묘하게 다르다. 시유안 류의 연구는 창의성이 발휘될 때 배외측전전두 피질의 활성도가 낮다고 말한 반면, 아지즈 자데 교수는 배외측전전 두피질의 활성도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주어진 과제의 유형이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마다 결론이 조금씩 다르다. 게다가 과학, 수학,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휘되는 창의성이 모두 같은 타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래퍼가 노래할 때 발휘되는 창의성과 건축학과 학생들이 도형을 갖고 문제를 풀 때 발휘되는 창의성이 뇌의 다른 부위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제다양한 유형의 영재성이 각각 뇌의 어떤 부분에서 만들어지는지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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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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