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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대로 만들어진다! 3D 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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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다 낙서를 하면 그대로 선으로 된 조각이 만들어지는 일명 ‘3차원(3D) 펜’이 나왔다. 펜촉에서 잉크 대신 나온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이 바로 굳어 3차원 물체를 만든다. 손으로 그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인형, 귀걸이, 1m가 넘는 에펠탑 모형까지 무궁무진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인 피터 딜워스와 맥스웰 보그가 세운 소형 로봇 회사인 워블워크스사에서 지난 2월에 ‘3두들(3Doodler)’라는 이름으로 시제품을 공개했다. 두들러는 ‘낙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올해 9월에 완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요술지팡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나보다. 보그와 딜워스 공동대표는 지난 2월에 창의적인 프로젝트와 후원자를 연결해 주는 기관인 킥스타터(www.kickstarter.com)를 통해 이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후원자를 모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이 킥스타터 홈페이지에서 아이디어를 보고 흥미로우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는데, 3D펜이 기술 분야에서 모금액 3위를 기록했다. 5주 만에 전 세계 2만 6400여 명이 후원을 약속했으며 후원금 총액이 약 26억 원이었다.

플라스틱 심지 녹였다 굳혔다
3D 펜의 원리는 글루 건과 비슷하다. 지름이 3mm인 가느다란 막대기 모양의 플라스틱 심지가 펜 속에서 최고 270℃의 고열을 받고 녹는다. 녹은 플라스틱이 펜촉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굳기 때문에 허공에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 펜 길이 18cm, 무게 200g으로 한 손에 들어온다.

3D 펜에서 관건은 녹은 플라스틱을 재빨리 다시 굳히는 기술이다. 그래야 플라스틱이 공중에서 늘어지거나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펜 속으로 시원한 공기를 불어넣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보그는 온라인 IT매체인 엔가젯과의 인터뷰에서 “이 펜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끝에 달린 작은 환풍기다. 환풍기에서 나온 바람이 펜촉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순간적으로 식히기 때문에 허공에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 다니엘 코웬 워블워크스사 홍보부서장에게 물어보자 “이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구체적인 기술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3D 펜이 원료로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ABS와 PLA다. ABS는 일상에서 선풍기 날개, 컵 등에 흔히 쓰이고 내구성이 강한 플라스틱이다. PLA는 옥수수 등으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색상은 빨강, 노랑 등 원색은 물론 야광과 금색까지 다양하다. 이미 3D 프린터용으로 지름 3mm인 가는 국수 가락 형태의 제품이 나왔다. 길이 100m씩 두루마리로 묶어서 파는데, 3D펜으로 작품을 1000개 이상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 펜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예술가들이 진가를 먼저 알아봤다. 철사 공예 작가 5명이 테스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철사로 장신구와 동물 모형을 주로 만드는 루스 젠슨 작가는 e메일 인터뷰에서 “6월부터 3D 펜으로 소형 작품을 만들 예정인데 매우 기다려진다”고 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션 작가인 드루 그리스틴은 세계 최초로 3D 펜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일상에서는 간단한 소품을 만들거나 고장 난 물건을 고칠 때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새로운 방법은 없을까. 딜워스는 “3D 펜으로 만들 수 있는 도안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키우고 싶다”며 “아이디어를 서로 나누다 보면 상상하지 못한 활용법들이 나오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그린 그림이 노래를 한다
그림을 그리면 음악이 나오는 연필도 있다. 직접 그린 피아노로 연주를 할 수 있다. 강아지를 그리고 쓰다듬으면 ‘그릉그릉’ 소리를 내기도 한다. 비밀은 연필에 달린 스피커. 그린 선의 길이에 따라 다른 음을 낸다. 제이 실버 미국 MIT 미디어랩 연구원이 2008년에 개발한 드라디오(Drawdio)다. 영어로 ‘그리다(draw)’와 ‘소리(audio)’를 합한 말이다.

실버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어서 바람, 저항,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소리, 색, 촉감으로 전환하는 장치들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저항을 측정해 소리로 들려주는 장치(전기회로)다. 이 회로는 저항이 클수록 낮은 음이 난다. 회로 속에는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장치인 오실레이터가 들어있는데, 저항이 클수록 낮은 주파수의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스피커가 이 전기신호를 소리로 바꿔준다. 주파수가 낮으면 저음이, 높으면 고음이 된다.

처음에는 이 회로를 그대로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음식, 식물, 자전거, 냄비 등 일상 속 물건들의 저항을 측정하는 데 푹 빠졌다. 몸도 된다. 이마, 볼, 혓바닥,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저항을 소리로 느낄 수 있다.

실버는 흑연도 될 것이라는 친구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회로를 연필에 붙였다. 이것이 최초의 드라디오다. 연필을 잡은 사람의 몸과 연필로 그은 선이 회로를 완성한다. 그은 선의 한 쪽 끝은 연필이, 다른 끝은 사람 손이 집어야 한다. 그은 선이 길수록 저항이 커서 낮은 음이 난다.

몇 년 뒤에 교구 회사인 미국 컬러폼스사에서 드라디오 장치를 연필 대신 붓에 연결해 ‘천재의 그림놀이’라는 장난감을 만들었다. 원리는 드라디오 연필과 같은데 흑연 대신 물로 전류가 흐른다. 물이 묻는 곳이면 어디든 그리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채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효과음을 내거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선생님들은 저항과 회로에 대한 교육용으로 사용한다. 2011년 미국 장난감박람회에서 선정한 똑똑한 장난감 15위에 들었다.



그림 속 별이 실제로 반짝반짝
소리가 있다면 빛도 빠질 수 없다. 전구가 반짝이고 음악이 흐르는 그림책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림 속 별이 실제로 빛난다.

리아 부첼리 교수가 이끄는 미국 MIT 하이로우텍그룹에서는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에서 은색으로 빛나는 부분이 바로 붓으로 그린 전선이다. 물감으로 전기회로를 만드는 셈이다.

이 방식은 교육적 효과도 좋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한 새뮤엘 제이코비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에 나도 놀랐다. 개구리가 알부터 성장해서 다시 개구리 알을 낳는 순환 구조를 이야기해주는 작품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도성 물감은 단점이 있다. 약하다는 점이다. 하이로우텍그룹의 워크숍에 참가한 팝업북 작가 콜레트 푸는 “전도성 물감을 사용할 경우 종이가 접히면 회로가 끊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은 펜도 있다. 종이가 접혀도 회로가 끊기지 않는다. 제니퍼 루이스 일리노이대 재료과학공학과 교수가 개발해 2011년 ‘응용재료’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개발 현장에서 다양한 표면에 쉽게 회로를 그리기 위해 개발했다. 종이 등 휘는 곳에도 사용할 수 있다.

미래의 펜은 어떨까
상상력 넘치는 펜의 모험은 끝나지 않는다.

필립스사는 2008년에 ‘감정을 표현하는 펜’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발해 특허로 등록했다. 글을 쓰는 순간의 감정을 종이에 남긴다는 개념이다. 펜이 맥박, 손의 온도, 압력 등을 토대로 사용자의 감정을 인식해 펜촉의 굵기와 색상 등이 변한다. 예를 들어, 이 펜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면 자신이 망설였는지, 확신에 차있었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펜을 만드는 회사인 미국 라이브스크라이브사는 2012년에 ‘오디오 잉크’라는 개념을 특허로 등록했다. 펜 안에 작은 컴퓨터가 있어서 펜의 카메라가 인식할 수 있는 전용지에 적으면 쓴 내용과 주변 소리를 같이 녹음해 저장한다. 저장된 내용은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e메일 등으로 전송할 수 있다. 이 펜으로 적어 놓은 메모의 특정 부분을 짚으면 메모할 때 녹음한 내용을 다시 들려준다. 예를 들어,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하트를 그리면, 나중에 하트를 짚었을 때 ‘사랑해’라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 펜으로 마음이 담긴 목소리와 함께 연애편지를 보내 볼까.

201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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