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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카프카의 ‘변신’의 첫 문장이다. 이번엔 다른 문장을 보자.

“어느 날 험악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내가 죽었고 내 몸도 썩는 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프카의 말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는 멋진 소설 문장 같다.

하지만 신경정신과에서 진료했던 환자의 사례로, 허구가 아닌 사실이다. 예전 같으면 ‘미쳤다’라는 말과 함께 격리됐겠지만(소설 ‘제인에어’의 남자 주인공 로체스터의 부인처럼), 지금은 뇌과학의 발전으로 정밀한 진찰이 가능해졌고 치료법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문장으로 가면 고개가 조금 갸우뚱해진다.

“깨어났을 때, 나는 천국의 문 앞에 있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함께 데이지 꽃밭을 걸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
소위 ‘임사체험’이라고 부르는 이야기다. 천국이니 돌아가신 할아버지니 하는 말에서 종교적인 냄새가 난다며 웃고 말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의사에게 털어놓은 환자의 고백이다. 잠시 정신이 나갔을 때 겪은 환각이라고 무시해도 될까.

‘뇌의 가장 깊숙한 곳’(해나무)의 저자인 신경과학자 케빈 넬슨 박사는 30년 넘게 임사체험과 영적 경험을 채집하고 연구했다. 그래서 내밀하고 주관적이며, 영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임사체험을 대담하게 뇌과학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임사체험 중에는 터널을 통과하거나 자신의 몸을 보는 느낌이 따른다. ‘영혼이 몸에서 분리됐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넬슨 박사는 안구에서 피가 빠지거나 내이에 이상이 생긴 환자도 흔히 느끼는 느낌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고 환각이나 꿈도 아니다. 임상의로서, 환자가 느낀 경험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실체다. 그는 의식과 렘수면(대부분의 꿈을 꾸는 깊은 수면 상태) 사이의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반(半)의식 상태에 주목한다. 임사체험은 죽음의 문턱이 아니라 의식의 경계를 방문하고 온 것일지도 모른다. 제목 그대로, ‘뇌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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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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