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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겐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저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평가 받는 나라에 살게 될 거라는 꿈이.” 한 마디 연설로 흑인 인권의 역사를 바꾼 마틴 루터 킹. 그의 유명한 1963년 연설은 육성을 기록한 자기 테이프에 실린 채 인류의 유산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그 육성이 테이프도 CD도 MP3 파일도 아닌 몸 안에 남을지도 모른다. 생체분자 DNA에 정보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닉 골드먼 유럽생명정보학연구소(EBI) 박사팀은 생체분자인 DNA에 음성 파일과 문서 파일, 기호가 담긴 텍스트 파일 등을 각각 기록한 뒤 오류 없이 재생하는 데 성공해 그 결과를 2월 7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골드먼 박사팀은 마틴 루터킹의 음성 MP3 파일, DNA 구조를 밝힌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1953년 네이처 논문,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인간 게놈 정보, 사진 등 5가지 형식의 디지털 파일 75만 7051바이트(739KB) 용량을 준비했다. 그 뒤 117개의 염기(DNA가 서로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부위로, A, T, G, C 네 종류로 이뤄져 있다)로 된 DNA 가닥 15만 3335가닥을 만들고, 디지털 정보를 이 염기 서열로 전환해 기
록했다. 디지털 정보를 염기로 전환하기 위해 연구팀은 특정한 길이의 정보(예를 들면 1바이트)를 다른 길이의 염기서열 정보에 대응시켰다. 예를 들어 문자 ‘ㄱ’을 염기서열 ‘TAGAT’이라고 정해 DNA에 기록하는 식이다. 그 뒤 DNA 조각을 25개 염기 단위로 중첩시켜서 전체 정보를 끊어지는 부분 없이 끝까지 이었다.

연구팀은 이렇게 ‘기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거의 없도록 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염기 500개를 만들 때 오류 1개가 채 안 나올 정도였다. 또 저장이 끝난 데이터를 다시 원래의 디지털 파일로 100% 되돌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DNA 저장매체를 사용해 빅데이터 수준인 페타바이트(PB, 1PB=100만GB) 단위에서 70% 이상, 엑사바이트(EB, 1EB=10억GB) 단위에서는 65% 이상의 효율을 갖는 저장매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많은 과학 데이터를 생산하는 곳 중 하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다. 이곳에서 지난 2월까지 만든 데이터가 약 100PB다. ‘네이처’는 100PB의 정보도 골드
먼 박사의 방법을 쓰면 DNA 41g 안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201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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