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빙하가 숨겨 놓은 얼음 세계



높이 4478m로 알프스를 대표하는 산봉우리인 마터호른. 지금은 관광객과 등산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아직 이곳에도 미지의 세계는 있다. 바로 빙하 속 얼음 동굴이다. 과학동아에 동굴 화보를 게재했던 탐험가 겸 사진작가 로비 숀이 이번에는 이곳을 찾았다.(2012년 10월호 화보 ‘태고의 어둠 속에서 찾은 절경’ 참조.) 로비 숀을 포함해 8명으로 이뤄진 영국 탐험대는 지난해 말 마터호른 산을 탐험하며 빙하 속 깊숙한 곳으로 이어지는 동굴을 발견해 신비한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번 탐험 대상은 마터호른 산의 고너 빙하다. 길이가 13km에 달하는 빙하로 알프스 산맥에서 두 번째로 크다. 탐험대는 빙하 위를 탐사하다가 빙하에 틈이 보이면 아래로 내려가서 빙하 밑으로 이어지는 동굴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영하 18℃의 강추위와 휘몰아치는 눈보라는 동굴 입구를 찾는 과정부터 힘겹게 만든다. 깊은 눈에 빠져 전진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들게 해 놓은 작업도 몇 시간 만에 묻혀 버리기 일쑤다. 숀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빙하까지 내려가는 통로를 뚫는 데 이틀이나 걸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탐험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빙하 속 깊이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동굴 입구는 수직으로 난 틈새다. 탐험대는 동굴에 들어가기 위해 높이가 20m나 되는 얼음 절벽을 내려가기도 했다. 얼음 동굴은 일반적인 동굴과 많이 다르다. 온도가 매우 낮고, 표면이 미끄러워 금속 스파이크가 달린 신발을 신어야 한다.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사이에 드러나 있던 바위가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바닥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단단한 얼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표면만 얼어붙은 웅덩이일 수도 있다. 깊이 들어갈수록 위험한 순간은 늘어난다.







빙하는 1년에 10여m씩 움직인다. 따라서 그 순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그 순간뿐이다. 숀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얼음 동굴 내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차이점이라면 플래시와 함께 햇빛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햇빛은 얼음을 뚫고 동굴 속까지 들어오기 때문이다. 숀은 “강추위 속에서 카메라를 제대로 다룰 수 있도록 손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탐험대의 관찰 기록은 과학자들이 알프스 빙하의 모습과 녹는 속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1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글 고호관 | 사진 로비 숀 기자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 도시·지역·지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