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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대지를 찾은 나그네 아이슬란드

국제적인 판화가로 서베를린에서 20년동안 살고있는 옛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다.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다 이 친구는 필자에게 아이슬란(Iceland·수도 레이캬비크)가 사람들을 얼마나 매혹시키는 곳인가에 대해 얘기해줬다.

백야와 용암과 빙하의나라
 

화구호의 안벽^ 호면 가강자리를 따라 깎아지른듯한 낭떨어지가 둘러처져 있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북극권에서 찬바람이 불어와 한여름에도 눈이 남아 있다.관광객이 찾아오는일을 거의 없다.


시야에 넓게 펼쳐진 빙하, 마치 지퍼를 연것처럼 지표가 벌어지면서 뿜어나온 용얌이 20여km가 넘게 흘러내린것등….

87년초의 겨울이었다.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이에 필자는 그 대지를 꼭 찾아가 보고싶은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동행을 청했다. 그는 나의 청을 쾌히 받아들였다. 결정이 되었으면 빨리 실행해야 한다. 그해 여름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만나 약4시간반동안 비행기를 타고 아이슬란드 공항에 내렸다. 트랩을 내리니 폐를 말끔히 씻어내는것 같이 공기가 상쾌했다.

약 30년이라는 오랜동안 사람만을 주제로 촬영해온 필자로서는 자연경관을 테마로한 촬영여행은 이번이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지프에 텐트와 취사도구를 싣고 아이슬란드 종단여행을 떠났다. 아름다운 풍경을 촬영하려고 자동차를 5분마다 멈추고 그냥 정신없이 셔터를 계속해서 눌렀다. 때로는 이곳에 아름다운 여인을 세워놓고 찍어봤으면…하는 생각을 문득문득 떠올리면서 앵글을 맞추어나가고 있었다.
너무나 장대하고 광대한 이런 풍경이 작은 카메라 속에 담길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이 들때는 렌즈를 광각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느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의 세계다. 그 처절함에 어쩐지 두려움 같은것을 느끼기도 했다.

백야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밤11시경까지 해가 지지않아 환상적인 사광(斜光)이 내려 비치고 있었다. 일이 끈난뒤 새삼 하느님에게 감사하면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어떤 때는 한밤에 앞길을 가로막고 흐르는 강을 만나 건너가지를 못하고 그냥 두려움 속에 지새운적도 있었다. 그 다음날에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는 45만년 전의 빙하를 바라보며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또 30cm나 되는 두꺼운 이끼에 몸을 푹신하게 묻고 하늘에 흐르는 구름을 보면서 바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북극권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덜덜 떨기도 했다. 북쪽의 도시 '아쿠레리'에서 한밤중에 들어갔던 수심 4m의 천연지하욕탕은 어쩐지 강한 인상으로 남아 지금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8일간 여행의 마지막날은 비가 왔다. 하늘에는 가을을 알리는 철새가 날아가고 있었다.

필자는 요즈음 또 사람들이 거의 찾아가지 않는다는 그곳의 겨울나그네가 되어보고픈 강한 충동에 자극받고 있다.
 

이끼의 융단^광대한 모래땅 속에 멀리 녹색지대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이끼가 융단같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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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후지이 히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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