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르핀이 인간과 침팬지 사이를 갈랐을까.
인간과 침팬지의 DNA는 기껏해야 2% 밖에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이 지금처럼 진화할 수 있었는지는 큰 수수께끼다. 최근 가능성 있는 답 하나가 공개됐다. 바로 엔도르핀의 차이다.
미국 듀크대 그레고리 워레이 교수는 인간과 침팬지가 모두 갖고 있는 한 유전자를 연구했다. 이 유전자는 ‘프로디노르핀’이라는 물질을 만든다. 바로 엔도르핀의 원재료가 되는 물질이다. 엔도르핀은 학습, 고통지각, 사회적 유대와 관련되며 모르핀과 비슷한 구조의 물질이다.
연구팀이 사람 74명의 염색체와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7종의 다른 영장류 32마리의 염색체를 조사한 결과 이 유전자에서 큰 차이가 났다. 사람은 이 유전자를 1~4개씩 갖고 있지만 영장류는 오직 한 개만 갖고 있었다. 또 사람은 이 유전자에 다른 영장류에서 찾아볼 수 없는 5개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으며 단백질을 만드는 능력도 20%나 높았다.
워레이 교수는 “인간과 침팬지가 500만~700만년전에 서로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뒤 이 유전자의 변화가 사람에게 진화의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는 ‘생물학 공중도서관’(PloS Biology) 12월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