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암치료의 지름길. 여기에 암세포를 추적해 파괴시키는 단클론항체를 이용한 최첨단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일반 세균성 질병과 전염병은 완전 퇴치되었거나 또는 쉽게 치료되고 있다. 그러나 암은 아직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남아있다.
미국의 경우 연간 암발생률은 점차 증가 해 인구 10만명 당 1백74명으로 심장병에 이어 사망률 2위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인구 10만명당 1백45명으로 4년전까지만 해도 사망률 1위였던 뇌졸증을 추월해 이제는 제1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매년 5만~6만명의 암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암치료에 있어서 많은 발전이 있어, 대부분의 암에서 치료후 5년 이후에 재발하지 않는 경우 완치로 보는 것이 통례화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전체적으로 치료받은 암환자의 약 반수가 치료후에 5년이상 생존하고 있다.
근치(根治) 수술, 암치료의 고전
가장 확실하게 암을 완치시키는 방법은 일찍 발견해 처음부터 정확히 진단한 후 암수술을 전공한 외과의사에게 근치수술을 시행받는 것이다. 처음부터 암인지 모르고 작은 수술을 받은 후 암이 남아있게 되거나, 혹은 처음부터 광범위하게 암이 퍼져 있어 완전한 절제가 시행되지 못한 경우에는 완치율이 대단히 낮아 후속치료에도 난관이 따른다. 따라서 일단 수술을 받은 사람은 암 수술 전문 외과의사에게 다시 재수술을 시행받는다 하더라도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와같이 근치수술이 암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암이 그 발생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주위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이 퍼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기관과 조직, 특히 임파선을 전부 제거해야 하므로 광범위한 수술이 필수적이다.
우리 몸의 여러 부위에서 각종 암이 발생하므로 암의 발생부위에 따라 외과의사의 전문분야도 다르다. 즉 위암이나 대장암은 일반외과의사, 폐암은 흉곽외과의사, 방광암은 비뇨기과의사, 난소암은 산부인과의사 등이 전문이다.
조기진단만 되면 수술로 완치율이 높은 것이 암이다. 위암(50~90%) 자궁암(100 %) 유방암(80%) 대장암(80%) 갑상선암(90%) 방광암(70%) 신장암(80%) 피부암(100%) 소아에서 발생하는 암(80%) 등은 높은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추세는 다방면 요법
과거에는 확실히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수술외에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나, 문제는 수술만 하고 더 이상의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에 재발돼 결국은 생명을 잃게되는 것이다. 수술에 의한 초(初)치료시 많은 환자들에게서 원발병소 부위 외에 현미경적인 미세전이가 이미 발생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세 전이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 약물요법이 최근 20년간 시도됐다. 아울러 암의 분자생물학적인 구조에 대한 이해가 증진됨에 따라 가능한 항암 약물치료를 수술 후 일찍 시작하려는 새로운 시도도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유방암이 발병해 2기상태인 환자(유방암의 암덩어리가 2㎝보다 크거나 겨드랑이 임파선까지 암이 퍼진 상태)를 수술을 잘하는 암전문 외과의사가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해도 수술 단독치료만으로는 20% 정도만 완치가 가능하고 80%의 환자는 재발해 사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과거 20년간 연구가 계속돼, 그 결과 이 방면의 치료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비록 훌륭한 외과의사가 만족스럽게 수술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암의 종류에 따라 재발률이 높은 경우가 많으며, 또 근치적 절제가 완전히 시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외과의사 외에 방사선치료 전문가, 항암제를 전문으로 하는 약물요법전문가, 그리고 면역치료 전문가가 환자를 함께 보고 추가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치료방법을 암의 다방면요법 (multimodality treatment)이라고 한다. 이 요법은 전세계적으로 암치료의 근본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다.
환자들은 암의 치료에 있어 수술이 가장 중요하지만 수술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하며 외과의사들은 수술후 방사선치료나 항암약물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검토해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환자를 의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수술후 추가 치료가 시행됨으로써 완치율이 증가하는 암의 종류는 많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위암의 경우 수술시 암이 위벽 바깥까지, 혹은 위주의의 임파선까지 퍼져있을 때는 수술 단독만으로는 15% 정도의 완치율이 기대되나 항암제와 면역치료제를 1년이상 병용 투여하면 60~70%까지 치료성적이 향상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유방암의 경우도 2기의 경우 수술후 항암제를 6개월이상 투여하고, 또 일부는 호르몬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완치율이 20%에서 80%까지 향상되고 있다. 직장암의 경우 주위임파선까지 암이 퍼져나오면 방사선치료가 꼭 필요하며, 방사선 치료가 충분히 시행된 경우에 완치율이 40%에서 80%까지 증가되고 있다. 소아의 신장암은 수술단독으로는 20%의 완치율이 기대되나, 방사선치료 항암제 및 면역치료를 병용함으로써 8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방광암에서는 방사선치료, 난소암 폐암 고환암에서는 방사선 및 약물치료, 뼈암에서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현재 암치료의 세계적인 추세다.
물론 수술 이후에 환자의 상태가 겨우 호전돼 식사를 잘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이 됐는데, 방사선치료나 약물요법이 시행되면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식욕부진 구토 구내염 골수기능장애 등의 위험성이 따른다. 따라서 이런 위험성을 환자와 그 가족이 잘 이해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특수치료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받아야 부작용을 극소화시키고 치료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신에 퍼진 암도 완치(?) 가능
앞에서 살펴본대로 조기진단이 된 경우는 수술단독만으로, 혹은 추가로 방사선치료나 약물치료를 병용함으로써 비교적 용이하게 완치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주위의 암환자는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전신에 암이 퍼지는 경우는 의학적으로 크게 다음과 같이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진단 당시에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병원에 왔거나 수술을 시행받았지만 암이 주위에 심하게 퍼져서 완전제거가 어려웠던 경우이며, 둘째는 백혈병 악성임파종과 같이 처음부터 전신의 피를 통해서 발생하는 혈액암 등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암이 퍼져있는 것이 진단되면 불치로 간주하고 포기하는 의사와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이에대한 새로운 계몽이 필요하다. 최근에 발전한 암의 다방면요법, 특히 약물치료는 전신에 퍼진 암도 완치시킬 수 있을 정도로 발전됐다. 예를 들어 백혈병의 경우 소아에서 발생하는 급성 임파구성 백혈병은 약 50% 완치가 되며, 여성의 융모상피암은 폐로 전이가 돼도 80%, 뼈암의 경우 30%, 소세포폐암은 10%, 악성임파종은 60%의 완치율을 보인다.
한편 비록 전신에 암이 다 퍼진 경우에 완치는 크게 기대하지 못하지만 최신요법으로 상당한 기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치료 가능한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유방암의 경우 전신에 퍼져도 장기생존이 거의 반수의 환자에서 가능하며, 급성 및 만성 골수성 백혈병, 다발성 골수암, 섭호선암, 두경부암, 갑상선암 등도 오랜 기간 정상적인 삶을 지속할 수 있다.
■ 위암/수술 불가능을 가능으로
수술후 항암 보조치료법은 연세 암센터에서 지난 10년간 시행됐다. 약물요법과 암진행 부위의 방사선치료를 병행한 초기의 연구에서는 불행히도 생존율의 증가를 관찰하지 못했으나 지난 5년간 연세 암센터의 새로운 약제에 의한 항암약물요법 결과, 이 요법을 시행한 환자에서 뚜렷한 생존율의 증가(5년생존율 60%)를 관찰했다. 보조 약물요법에 대한 3단계 연구로 전신 항암약물요법과 함께 면역치료를 시행한 결과 면역치료 시행군의 5년생존율이 보다 증가했다.
이같은 새로운 약제의 발달에 따라 진단시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 환자에게서도 수술전 항암약제 투여로 인한 수술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 간암/색전술 치료등 속속개발
서양사람은 대부분 B형 간염에 걸려도 곧 회복되는 반면, 우리나라 국민은 B형 간염에 걸리면 10~15%는 문제가 생긴다. 즉 10명중 1명이 만성간염이 돼 남에게 전염시키는 것은 물론, 자신은 간경화나 간암으로 발전한다. 간암은 진단 당시 병이 이미 진행돼 있거나 혹은 간경화증을 동반 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치료가 어려운 암 중의 하나다. 최근 개발 치료법은 간동맥 색전술 치료,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 온열요법이 대표적이다.
간동맥 색전술 치료란 간동맥으로 직접방사선약제와 항암제를 투여해 장기간 암세포내로 방사선치료를 시행해 효과를 얻는 방법이다.
약물치료와 함께 41℃ 이상에서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온열치료도 새로 개발됐다. 이는 방사선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세포들을 선택적으로 죽이거나, 혹은 이들 세포가 방사선치료에 민감해지도록 암세포들을 감작(感作)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온열치료의 주대상은 핵산이 합성중인 암세포나 저산소증이 발생한 신체부위에 존재하는 암세포들이다. 이런 온열치료는 고주파를 투여하는 온열기로 시행되며, 항암제투여 혹은 방사선치료 1시간내에 시행하고 있다.
■ 유방암/약물요법으로 완치율 높인다
유방암은 매월 정기적으로 환자가 이학적 검사를 받아 조기 발견되면 수술에 의해 완치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 2기 혹은 3기 환자의 75% 가량이 수술후에 병이 재발돼 10년 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이들이 약물치료를 받는다면 완치율은 증가될 수 있다. 일단 진단이 늦어져서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도 새로운 약제의 개발에 힘입어, 수술전 약물치료를 시행해 암덩어리를 수술이 가능하도록 줄인 후에 수술할 수 있게 됐다.
재발된 유방암은 약물요법을 시행해 50~60% 정도의 환자는 암의 진행을 정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된다. 폐경기 이후이거나 호르몬수용체가 양성인 환자는 호르몬치료만으로도 진행성 병변을 치료할 수 있다.
■ 폐암/조기진단 쉽지 않아
최근의 통계는 우리나라에서 폐암의 발생 빈도가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폐암의 조기진단은 아직도 쉽지 않다. 비(非)소세포 폐암은 초기에는 수술이 절대적인 치료법이다. 1기, 2기의 폐암은 환자 3명중 1명에서 근치 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술제거가 불가능한 환자는 극히 일부만이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로 장기 생존할 수 있다.
소세포폐암은 조기에 전이가 잘돼 병세의 진전을 쉽게 단정할 수 없지만, 다행히도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에는 민감하다. 지난 10년간 약물치료와 함께 흉부 및 두부의 방사선치료가 표준치료였으나, 아직 치료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암세포 추적 크루즈미사일
최근에 새롭게 시도되는 몇가지 치료법이 더욱 발전되고 종합화되면 암이 정복되는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최첨단 암치료법을 살펴보자.
골수이식은 두가지로 대별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완치되지 않는 질환으로 생각 됐으나 최근에 이들 환자에 다량의 항암제와 방사선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형제간에 잘 맞는 골수를 선별해 수혈함으로써 완치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치료경비가 많이 들고 치료시 발생하는 부작용이 문제가 되긴 하나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자가 골수이식으로서 치료 전에 환자자신의 골수를 뽑아 냉동 보관 후, 다량의 항암제로 암을 완전히 죽인후 다시 자기골수를 수혈하는 방법이다. 선진국에서는 점차 이 방법이 증가하고 있다.
면역치료로서 인터페론 인터루킨 등이 많이 연구되고 있으나 이는 암을 완치시키는 기적의 약은 아니다. 이 약을 사용함으로써 환자 체내에 저하된 방어세포의 기능을 향상시켜 완치율을 증가시키는 방법일 뿐이다. 또 이들 단독으로 몇가지 특수한 암을 치료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유전공학의 발달에 따라 인터페론이나 인터루킨 등의 대량생산이 가능해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면역치료는 암치료의 보조치료제이며 암완치율을 다소 높이는데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
암항체(monoclonal antibody)의 이용가 능성이 증대되었다. 먼저 암세포를 주입해서 형성된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에 대한 항체를 다량으로 실험관내에서 생산한 후 이를 환자에 투여하는 시도가 일부 암에서 시도 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생산하는데 기술상의 난관이 있고, 모든 암환자에게 통일된 항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므로, 옷을 맞추듯이 각 환자 개개인에 대한 각자의 항체를 생산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실제 사용시 기대만큼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이지 못해서 더욱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완전히 성공하게 되면 크루즈 미사일과 같이 암세포를 추적해 파괴시키는 방법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현재 연구단계이지만 전망있는 방법으로 우리 체내의 세포내 발암인자를 직접 공격해 이들의 활동을 억제시킴으로써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환되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이것이 가능하면 암의 발생을 그 뿌리에서부터 막을 수 있는 길이 가능해진다. 21세기에 들어야 실제 임상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의 약물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암수술시 적출해낸 암세포를 배양 해 실험관내에서 환자의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수 있는 항암제를 찾아내는 감수성 검사가 이용되며, 이같이 선택돼 사용한 약제에 대해 암세포가 다시 저항성을 나타 낼 경우 이를 확인하고서 즉시 약제를 바꾸는 방법이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이런 방법은 환자에게 효과적인 항암제를 선택할 수 있을뿐 아니라 환자에게 투약해도 효과가 없는 항암제를 감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일단 암이 발생하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진다. 또 많은 경우 사회 각 기관이 참여하는 기구가 있어서 환자 치료를 돕고 있으며 암연구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의 각 계층이 기금을 조성해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국가에서 시행할 더 급한 일이 많은 이유로 이러한 암퇴치에 도움을 못 주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사회 기금 조성은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해태그룹에서 연세 암센터에 매년 1억원씩 기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