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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에 오랜만에 반가운 편지가 도착했다.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금요일에 과학터치’강연 현장취재와 강연자 정상섬 연세대 교수 인터뷰를 도와달라는 e메일이었다. 당연히 즐거운 마음으로 취재 섭외를 진행했다.
금요일에 과학터치는 국민의 세금으로 하고 있는 창의적 연구 진흥사업, 21세기 프론티어 연구 개발사업, 원천 기술 개발사업, 국가지정연구실사업, 우수연구센터사업의 연구결과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과학지식 나눔의 장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대구의 지정 장소에서 연구과제 책임자들이 자발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취재 약속을 잡고 강연이 열리는 서울 정독도서관으로 향했다. 일반인을 비롯해 초, 중, 고등학교 학생까지 많은 사람들이 강연 장소를 가득 메웠다. 그 많은 사람 중에도 교복을 깔끔하게 입고 노트북을 꺼내 열심히 강연 내용을 기록하는 멋진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바로 인천국제고 Sci-Fac 과학동아 동아리 학생들이었다.
서울 세륜초 이길경 교사의 ‘반응속도 왕 뽑기’ 도입강연을 시작으로 연세대 ‘기후변화 적응형 사회기반시설 연구 센터(GIT4CC)’ 정상섬 교수의 강연이 이어졌다. 정 교수는 이날 ‘기후변화, 토목·환경공학의 역할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기후변화라는 말을 들으면 탄소배출을 적게 하는 방법이나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분야를 떠올린다. 교육이나 실제 연구도 이쪽으로 치우쳐 있다. 하지만 빗물에 토사가 쓸려 내려와 인명피해를 낸 우면산 산사태처럼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토목공학 연구가 최근 중요해졌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앞으로 70년 뒤 폭염은 90%, 집중호우는 66%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만큼 기반시설의 급작스런 변화가 예상된다.
정상섬 교수는 “저탄소 녹색성장 등은 생태·환경 전문가 등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사회기반시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면서 “기후변화 때문에 전국적으로 1년에 무너지는 교량이 100여개에 달하는 실정이다. 많은 돈을 들여 복원하는 것보다 미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변화로 예상되는 우리나라 대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산사태다. 산사태는 10년, 20년 전에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큰 산사대가 더 짧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 온난화 속도를 감안하면 사회기반시설을 100년 빈도 강수에 맞춰 대비해도 안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Sci-Fac 학생들이 빛을 발했다. 마이크를 들고 “인천국제고 과학동아 청소년 기자, 전혜지입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인천 지역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라 최근 인천 지역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면서 기후변화 이슈와 이와 관련된 사회기반시설에도 관심이 많았다.
“사회기반시설을 이용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예가 있냐”는 질문을 했다. 정 교수는 “생태공원을 만들거나 연못 등을 만들면 여름에 열섬 현상을 줄일 수 있다”며 “인천 송도나 청라지구에도 인공 하천이 도심을 흘러가도록 해 폭염을 줄일 수 있었다”는 예를 들었다. 물론 녹화사업을 명목으로 산에 등산로나 생태공원, 경작지 등을 마구잡이로 만들면 필요한 구조물도 생겨나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문제
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지형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우수관을 확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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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학생의 100년에 한 번 오는 비에 대비하기 위해 세밀한 분석을 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100년에 한 번이면 엄청난 양의 비다. 그런데 그 정도 양의 비가 지금은 더 자주 오고 있다. 10년에 한 번 올 정도의 비는 이미 빈번해지고 있다. 대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조용해진 강연장에서 드디어 정상섬 교수와 Sci-Fac학생들이 마주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김도은 학생이 토목공학과를 선택한 계기를 묻자 정 교수는 ‘사상누각’을 이야기했다. 모래 위에 지은 건물은 제대로 서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땅을 알아야 한다. 물리, 수학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둘을 모두 할 수 있는 토목공학을 택했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공학이 매력적이었다. 정교수는 공대가 취직도 잘 된다고 귀띔했다.
“아직도 자연과학·공학은 연구할 것이 많습니다.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어요. 학생들이 K팝이나 연예인만 꿈꾸지 말고 과학을 더 연구했으면 좋겠어요.” 행사에 참석한 5명의 학생 중 3명이 여학생이었다. 학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공대에 여학생이 1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 교수는 여학생도 공대에서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공학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