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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동이: 쌤! 프랑켄위니 보셨어요? 정말 멋져요. 과학을 좋아하는 소년이 사랑하는 강아지를 전기를 이용해서 다시 살려낸 후 벌어진 소동을 그린 이야기인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도 감동적이었고, 그 안에 과학기술 사용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었어요. 역시 팀 버튼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 영화가 클레이 인형을 하나하나 손으로 움직여서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컴퓨터 그래픽인 줄 알았는데 놀라웠어요.
쌤: 좋은 영화를 보고 왔군요. 쌤도 영화관에서 프랑켄위니를 봤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따뜻한 이야기였죠. 말한 것처럼 이번에 개봉한 프랑켄위니는 스톱모션 에니메이션이에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는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의 노력이 숨어 있답니다. 영화속 1초를 위해 인형을 24번 움직였다고 해요. 한번 움직일때마다 찍은 영상을 이어서 보면 부드럽게 연결된 동작으로 보이죠.
과동이: 1초에 24번이나요?
쌤: 네, 그래요. 보통일이 아니죠? 일주일 꼬박 작업을 하면 5초 분량의 영상이 만들어졌다네요. 2년이라는 제작기간이 결코 긴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과동이: 왜 24개의 장면(프레임)이 연결돼 보이는 거죠? 뚝뚝 끊어진, 각기춤처럼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끊어져 보이지 않아요.
쌤: 그건 바로 잔상 때문이에요. <;그림 1>;을 보세요. 왼쪽의 작은 하얀 점을 10초 동안 보다가 오른쪽의 검은 점을 보면 순간적으로 검은 원 주위에 큰 원이 나타났다가 사라질 거예요. 1824년 피트 마크 로제라는 영국의 의사는 우리의 눈이 사물을 볼 때 빛이 망막에 투영되면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빛이 사라져도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가 동시에 사라지지 않고 약 0.1초 동안 망막에 잔상을 남긴다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그러니까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그림을 보여주면 우리는 이를 마치 하나의 영상으로 본다는 거죠. 잔상이 남아있는 시간은 광선이 강할수록 길어요.
과동이: 그럼 1초의 장면을 위해 10장의 사진만 보여주면 되는데 왜 24번이나 동작을 고쳐가며 영상을 찍은 거죠?
쌤: 1초에 10장의 필름이 연속으로 지나가면 잔상으로 남아 있긴 해도 연결동작으로 보이지 않아요. 사실 잔상효과는 정확히 망막과 시신경 때문이에요. 인간의 시신경은 망막에 어떤 상이 맺혔다가 사라져도 약 1/50초 동안 그 상을 계속 느낍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서는 1초에 50장의 사진을 계속 보여주면 되죠. 그런데 왜 1초에 24프레임이냐고요? 그건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이론적으로 영화 필름은 1초에 50프레임씩의 속도로 찍고 돌려야 실제 움직임과 같은 영상을 볼 수 있죠. 하지만 그 절반 정도인 24프레임으로 영상을 만든답니다. 우리가 보는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1초에 24프레임으로도 우리 눈은 무리 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인지합니다. 현재 일반적으로 쓰는 초당 24프레임은 일종의 관행이에요. 피터 잿슨 감독은 초당 48프레임으로 ‘호빗:뜻밖의 여정’을 촬영하고 있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속편을 초당 60프레임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하고요. 애니메이션에서는 1초에 12프레임을 많이 써요. 역시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1초에 24장의 그림을 그리려면 10분 길이의 애니메이션 하나에 1만 4400장의 그림이 필요하죠. 그래서 초당 12프레임이나 8프레임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끊어져 보이지 않게 음악이나 다른 특수효과로 보완하죠. 그런 점에서 프랑켄위니가 초당 24프레임으로 촬영된 것은 엄청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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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또 다른 영국 의사 존 에어튼 파리스는 1826년에 잔상효과를 이용해서 간단한 애니메이션 도구를 만들었답니다. 소마트로프라는 장치에요. 종이 원판 앞에는 새를 그리고 뒷면에는 새장을 그렸어요. 원판 양쪽에 달린 실을 잡아당겨 원판을 회전시키면 잔상 효과 때문에 마치 새가 새장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죠.
과동이: 그건 저도 어렸을 때 만들어 봤어요.
쌤: 과동이, 이번 호 ‘Do! 과학동아’의 아래쪽을 보세요. 그림이 그려져 있죠? 바로 ‘플립북 애니메이션’을 위한 그림이에요. 책을 앞에서부터 빠르게 넘기면서 그림을 보면 공이 통통 튀는 것처럼 보인답니다. 가장 기본인 애니메이션이에요.
과동이: 정말 공이 통통 튀어요. 저도 그려보고 싶어요. 간단한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쌤: 수학자 윌리엄 호너가 개발한 조트로프도 있어요. 원통 안에 여러 장의 그림을 붙여놓고 통을 돌리면 원통에 나있는 좁은 틈을 통해서 그림들을 빠르게 연속으로 볼 수 있어요. 좁은 틈을 통해 보는 게 불편해서 이후에는 거울을 이용해 좀 더 편하게 연속 그림을 볼 수 있는 프락시노스코프도 만들어졌죠.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연결된 그림을 그려서 빠르게 보여주는 것에서 발전해 현재에 이르렀어요. 지금은 컴퓨터 그래픽 등을 많이 이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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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영화도 애니메이션처럼 잔상효과를 이용하는 점은 같아요. 다만 영화는 그림이 아니라 연속된 사진을 사용해움직임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죠.
과동이: 쌤,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치를 에디슨이 발명했다고 해요. 그런데 왜 뤼미에르 형제를 영화의 아버지라고 하는 걸까요?
쌤: 에디슨의 회사에서 처음 만든 것은 맞아요. 하지만 지금처럼 여러 명이 보는 형태의 상영장치는 아니었어요.
에디슨은 자신이 히트시킨 축음기처럼 음향과 함께 영상도 함께 저장했다가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의 연구소의 윌리엄 딕슨이 1891년 키네토그래프라는 카메라를 만들죠. 영상은 키네토스코프를 통해 볼수 있었답니다. 한 사람이 렌즈를 통해 신기한 장면을 볼수 있는 장치였죠. 영상은 에디슨 회사 직원들이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포크댄스를 추는 17초짜리 영상부터 역도선수의 근육자랑, 발레리나의 연기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답니다. 에디슨은 신기한 영상을 보여주는 영화의 인기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장치 자체를 파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는 이 와는 독자적으로 카메라와 영사기, 현상기를 겸할 수 있는 시네마토그래프라는 장치를 만들어냅니다. 피아노 크기만큼 크고, 무거웠던 키네토스코프의 단점을 개선한 장치였습니다. 지인들을 대상으로 ‘뤼미에르 공장의 점심시간’이라는 영상을 상영한 후 드디어 1895년, 파리의 한 카페에서 처음으로 입장료를 받고 여러 사람에게 ‘기차의 도착’이라는 영화를 상영했답니다. 기차가 역에 도착하는 장면을 찍은 이 영화를 보고 당시 사람들은 정말 기차가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고 난리가 났다고 하네요. 이렇게 화제가 되면서 뤼미에르 형제는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이를 본 에디슨이 대중 영화 상영으로 돌아섰다고 하네요.
과동이: 저도 유튜브에서 그 영화를 봤는데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그냥 동영상 수준이던걸요.
쌤: 지금처럼 편집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특수효과가 있는 영화는 마술사의 힘을 빌려야 해요.
과동이: 마술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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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조르주 멜리어스라는 프랑스의 마술사가 1902년에 만든 ‘달세계 여행’이라는 영화가 있답니다. 이 영화에는 이야기구조가 있고, 커트, 디졸브와 같은 현대 영화의 편집 개념에 해당하는 요소가 담겨있습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등 특수효과가 처음으로 사용되기도 했고요. 그런 의미에서 ‘달세계 여행’은 최초의 현대 영화라고 종종 일컬어집니다. 멜리어스는 5000여 편이 넘는 여러 종류의 영화를 만들었죠.
쌤: 참. 에디슨은 뤼미에르 형제의 상업적 성공을 보고 결국 대중 영화 상영의 길로 돌아섰다고 해요. 게다가 에디슨의 기술자들은 미국에서 개봉한 멜리어스의 영화를 복제해서 팔았답니다. 결국 에디슨만 돈을 벌고 애꿎은 멜리어스는 파산하고 말죠.
과동이: 불법복제는 예나 지금이나 문제군요. 그나저나 잔상효과를 이용한 소마트로프 같은 조그만한 장난감에서 시작한 영화가 이렇게 발전하게 될 줄 에디슨은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같은 발명품도 에디슨과 뤼미에르처럼 그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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