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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으로 식량난, 질병 해결해요”

과학동아 청소년 기자 농촌진흥청 취재기




과학동아의 꽃, 청소년 기자와 첫 만남

넓디넓은 대지와 잔디밭이 있고, 그 위에 아담한 건물들이 곳곳에 자리 잡은 그곳!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을 찾았습니다. 광주, 부산, 군산 등 전국 방방곡곡의 청소년 기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리 도착해 행사 소개책자를 읽어보는 센스까지 발휘하는 멋진 청소년 기자들이 많았어요.

이 날은 2012년 상반기 정기자로 선발된 ‘과학동아 청소년 정기자’ 임명식이 있는 날. 농진청 연구원과 함께 하는 생명공학 체험활동도 아울러 진행됐죠.

김상연 과학동아 편집장님의 간단한 행사 소개와 함께 시작된 임명식. 마치 김춘수의 시 ‘꽃’처럼 게시판에서 낯익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임명장을 받는 발그레한 얼굴의 수줍어 하는 청소년 기자들을 만날 수 있었죠. 하지만 수줍은 모습도 잠시, 과학잡지가 만들어지는 법과 기사 쓰는 요령에 대해 편집장님이 설명을 시작하자 펜과 수첩을 꺼내 뭔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과학동아 청소년기자는 뭔가 다르죠? 편집장님은 “앞으로도 게시판에서 청소년 기자들의 기사를 더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한다”고 격려했습니다. 게시판에서 새로운 이름을 더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할게요.






생명공학으로 유전자 넣고 빼고

임명식과 기사 작성법 강의 후, 생명공학 체험활동과 청소년 기자들의 열띤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조현석 농업생명자원부 생물안전성과 과장님이 농촌진흥청에서 하는 일과 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농사짓는 법만 연구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우리의 먹거리와 생활을 더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육종과 생명공학 등을 연구합니다. 조 과장님의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육종과 생명공학을 이용한 방법 모두 작물을 개량하는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방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병에 약하고 맛이 좋은 토마토와 병에 강하지만 맛이 없는 토마토가 있다면 육종은 이 둘을 교배시켜서 자손 토마토 중병에 강하고 맛이 좋은 토마토를 계속 교배시켜서 개량합니다. 원하는 형질의 토마토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고 오랜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요즘은 생명공학을 이용합니다.

토마토를 병에 강하게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내서 그 유전자를 병에 약하고 맛이 좋은 토마토에 집어넣습니다. 그러면 짧은 시간에 맛도 좋고 병에 강한, 우리가 원하는 토마토를 얻을 수 있죠. 이렇게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유전자를 재조합한 작물을 ‘유전자재조합작물(GM작물, GMO)’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추위를 잘 견디는 물고기에게서 해당 유전자를 뽑아 식물에 넣으면 추위에 강한 작물을 만들 수 있죠. 서로 다른 종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면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에서도 가뭄에 강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고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백신 등을 만드는 유전자를 식물에 넣어서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유전자(DNA)를 다른 식물에 집어넣을까요. “주로 아그로 박테리움이라는 미생물을 이용하거나 유전자총으로 기계적으로 DNA를 쏘아 넣습니다.”

조 과장님의 설명입니다.

자신의 유전자를 식물 유전자 틈에 끼워 넣는 성질이 있는 아그로박테리움을 운반자로 이용하는 것이죠. 유전자총은 DNA를 아주 작은 금속에 붙인 뒤 세포에 발사해 넣습니다. 정말 총 같죠?

우리가 먹는 식품에도 DNA가 당연히 들어있습니다. 먹은 DNA는 소화기관에서 모두 소화하고요. DNA가 몸에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범규 생명안전성과 농업연구사님과 함께 DNA칵테일도 만들었답니다. 딸기의 DNA를 직접 보고 먹을 수 있었어요(13쪽 박스 참조).




[테오신테(왼쪽)는 오랜기간 육종을 통해 현재의 옥수수(오른쪽)형태가 됐다.]




[GM작물 재배온실(왼쪽)과 식물대사 실험의 GM작물(오른쪽).]






5초에 1명씩 아이들이 굶어 죽는다

“앗! 완전 후덥지근해요.”

식물대사 실험실에 들어갔더니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집니다. 김영미 연구원(생물소재공학과)은 “안에서 키우고 있는 작물의 생육환경에 따라 습도와 온도를 조절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직접 개발한 유전자재조합작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 연구원을 따라 연구실도 볼 수 있었죠. 여기저기서 캘러스(완전한 식물체로 성장할 수 있는 식물세포 덩어리)들과 파릇한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베타카로틴이 더 많이 포함된 황금쌀 등을 연구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실험실에서 캘러스 상태를 거쳐 식물체로 어느 정도 자란 것은 온실로 옮겨 기르면서 안전성 검사 등을 거칩니다.

지난 8월 20일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가뭄에 끄떡없는 감자’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개발된 것이죠.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식량을 개량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5초에 한명씩 죽는다!” 인질범이 경찰에게 외치는 말이 아닙니다. 2005년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5초에 1명씩 굶주린 아이들이 죽어갑니다. 지속적으로 유엔에서는 이들을 위해 식량을 지원하는 것 외에도 농업을 지원했습니다. 당장 식량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그 곳에서 직접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합니다.

빌 게이츠는 이들이 “구식이고 중복된 활동을 비효율적으로 한다”며 비판했습니다. 그 지역에서 정말 잘 자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가뭄에 잘 견디고 뜨거운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해 아프리카에서 오래도록 잘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는 거죠. 실제로 그는 자신의 재단을 통해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유전자재조합작물 개발과 보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무려 2조 2000여억 원을 투자하고 가뭄에 잘 견디는 옥수수나 가축 백신 등을 개발하고 있죠.

사실 전세계적으로 GM작물 재배 면적은 우리나라 면적의 약 16배인 1억 6000만 헥타르 정도랍니다. 세계에서 거래되는 종자(씨앗)의 1/3이 GM작물이라고 해요. 가장 많이 재배되는 콩, 옥수수, 면화, 유채 중 면화의 82%, 콩의 75% 정도가 GM작물이라고합니다. 놀랍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30%도 안됩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으면 곡물가격과 더불어 물가가 전체적으로 올라갑니다.

이것이 바로 요즘 신문에 매일 나오고 있는 ‘애그플레이션’입니다. 세계는 지금 식량전쟁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식량안보가 중요한 현안이고요. 그렇다고 논이나 밭 면적을 늘릴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생명공학기술을 농업에 이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한 안전성 검사 등의 이유로 아직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GM작물은 없습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죠.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명공학기술은 매우 발전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식물에서 만들어진 백신, 호르몬을 사용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안전성은 철저히 검사해야합니다. 새로운 기술이니까요.

개발한 GM작물은 겉으로 봐서는 일반작물인지 GM작물인지 알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전기영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검사를 합니다. 그 중 청소년 과학기자가 체험한 GM작물 검사용 진단막대를 이용한 검사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다가 오프라인에서 만나 활동하니 즐거웠다”는 김태인 학생의 말처럼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연말에도 정기자 임명식을 겸한 행사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준비돼 있으니 꾸준한 활동 부탁합니다.



[김영미 연구원이 연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201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글 이정훈 기자·사진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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