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윌리엄 호킹. 1942~2018. 우주학자, 우주 여행자 그리고 영웅.’
호킹의 공식 홈페이지(www.hawking.org.uk) 첫 화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중력 상태로 비행기 안에 떠 있는 호킹의 사진이 걸렸다.
2007년 4월 ‘제로-G’ 프로그램에서 4분간 무중력을 경험했던 그 사진이다.
휠체어가 없는 호킹. 저세상에서 만큼은 50여 년간 묶여 있던 휠체어에서 벗어나 이렇게 훨훨 날아 자유롭게 우주를 누비라는 뜻이리라.
내가 호킹을 알게 된 무렵 그는 이미 휠체어와 함께였다. 적어도 내게는 호킹과 휠체어가 같은 말이었다.
루게릭병으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그에게 휠체어는 세상과 그를 이어주는 분신 같은 존재였다.
1997년 인텔은 휠체어에 각종 장비를 구축했다. 휠체어 한쪽 팔에는 태블릿 PC가 달렸고, 등 뒤에는 음성 합성기가 들어갔다. 그의 안경에는 적외선 스위치(센서)가 추가됐다.
그는 뺨을 움직여 태블릿 PC에서 원하는 알파벳에 커서를 옮겼고, 그가 평소 쓰는 단어와 문장을 미리 학습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알파벳 첫 자만 나와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냈다. 이 말은 음성 합성기를 통해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미국식인지, 영국식인지 알 수 없는 특유의 억양을 가진 컴퓨터 음성은 호킹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호킹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추모하고 싶어 미드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의 몇 년전 에피소드를 뒤졌다. 2012년 4월 방영된 시즌 5의 21번째 에피소드 ‘The Hawking Excitation’이다. ‘호킹과의 흥분된 만남’ 정도로 번역된다.
우주 엔지니어인 주인공 하워드가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를 방문하는 호킹의 휠체어 관리를 맡게 되고, 호킹의 오랜 팬이었던 또 다른 주인공인 이론물리학자 쉘든이 하워드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논문을 호킹에게 전달하려고 애를 쓰는 이야기다. ‘특이점’을 수학적으로 입증해 빅뱅 이론을 지켜낸 호킹이 동일한 제목의 시트콤에 출연한 것은 참으로 절묘하다.
‘과학동아’ 독자들에게는 호킹의 일생과 과학적 업적을 집약한 특별부록을 준비했다. 1986년 창간 이후 ‘과학동아’에 실린 호킹 관련 글을 골라 새롭게 편집했다. R.I.P., 호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