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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해결책 찾아 지구 한바퀴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블랑딘과 엘로디라는 두 명의 여성 과학자가 있다. 둘 다 프랑스의 명문 공대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했고 각각 미국과 러시아에서 핵 에너지와 전기, 가스, 경제학을 공부했다. 물리학과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두 친구는 세계가 마주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의기투합했다. 1년에 걸친 준비 끝에 둘이 도달한 결론은 엉뚱하게도 세계일주였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한다? 단, 조건이 붙었다.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에너지 전문가들을 찾아 다니는 것이다. 그것도 최고만 골라서! 두 친구는 바로 자기 덩치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대학을, 연구소를, 발전소와 폐기물처리장을, 때로는 묘지와 화장장을 찾아 다녔다. 오로지 에너지 분야의 고수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시작한 여행은 꼬박 2년이 걸렸고, 그 결과 세상에 둘도 없을 특이한 ‘에너지’ 배낭여행기를 내놨다.

둘이 찾은 나라는 16개국이었고 만난 전문가는 200명에 이른다. 이들이 취재한 내용은 현재 지구가 맞닥뜨린 거의 모든 에너지 문제를 포함한다. 구시대의 에너지라는 화석연료와 최근 ‘르네상스’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원전, 신에너지로 불리는 수소전지와 핵융합에너지, 그리고 풍력과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다.

과학과 경제학을 훈련한 두 친구의 눈은 기술적인 해결책에 호감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만을 고집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 중 어느 한쪽도 편애하지 않는다. 모국인 프랑스의 주력 에너지 산업인 원전에 대해서도 찬양 일변도로 말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부작용이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산림조성에 대해서는 대차대조를 분명히 하자고 자를 들이댄다. 수력발전 역시 마찬가지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댐을 막아야 하는가, 아니면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을 없애기 위해 자연을 희생해서라도 댐을 세워야 하는가. 이렇게 가치판단이 어려운 알쏭달쏭한 사례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두 사람은 야차무리를 헤치는 나한처럼 의문을 뚫고 자신들만의 결론에 도달한다.

그들이 도달한 결론은 결국 에너지는 에너지로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에너지 너머의 해결책, 즉 ‘에너지 대안’이다. 팽창할 대로 팽창한 에너지 소비를 차츰 줄여야 한다. 도시 설계자도, 행정가도 에너지를 적게 쓰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교육 현장에서, 가정에서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 뻔한 제안이라고 보기에는 400쪽에 걸친 두 젊은 과학자의 탐색이 만만치 않다. 전 세계의 ‘에너지 고수’들과 직접 부딪힌 뒤 얻은 결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사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세계적 수준의 핵융합 기술과 변산공동체 등 에너지 자립 마을이 있는데도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이웃 일본과 중국,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사례는 여러 번 나온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2010년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석유 수입국이며(2008년) 3위의 석탄 수입국이다(2009년). 탄소배출량 9위의 에너지 과소비국이기도 하다(2008년). 하지만 재생에너지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은 전체 에너지의 2.5%에 불과해(2009기준) 미국(5.7%), 일본(3.4%) 등보다 뒤지고, 그나마 폐기물 에너지가 74.8%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저자들이 미래의 힌트를 얻으려 방문하기에는 아무래도 매력이 부족했을 것이다.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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