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학교 2학년 시절 필자는 전자재료 수업을 받으면서 벤 스트리트먼의 ‘고체전자공학’이란 책을 접했다. 도체, 반도체 및 절연체 재료의 기본적인 전기적 특성과 소자물리에 대한 내용을 배우면서 필자는 재료공학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실제 재료공학의 가장 큰 장점은 필자의 손으로 직접 다양한 형태의 소자를 만들고 그 특성을 평가하며 제조 공정과 물성을 연관 지어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울대 재료공학부 유상임 교수님 연구실에 지원해 눈물겨운(?)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다. 박사과정 졸업 직전인 요즘 지금껏 진행된 많은 연구내용을 정리하면서 지나간 대학원 생활을 하나씩 돌이켜 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 정도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7년을 거치는 공대 박사과정 생활은 엄청난 체력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필자의 전공인 유전 물질은 다양한 형태로 커패시터(축전기)소자에 이용되는 재료다. 덩어리(벌크) 및 박막의 형태로 제조된다. 필자는 학부 때부터 관심이 많던 유전 물질의 물성 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선배를 따라다니면서 제조공정 및 특성 평가 과정 하나하나를 배우고 익혔다.
신입생 시절에는 교수님에게 연구지도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샘플 제조 노하우를 아는 선배의 마음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 선배가 좋아하는 음식 정도는 훤히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또한 관심 분야를 연구하는 박사님을 학회장에서 만나면 무조건 달려가 필자가 원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매달리기 일쑤였다. 사실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연구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없이 들어도 박사 3년차까지는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지도교수님이 “이렇게 해보면 좋은 결과 얻을 것 같은데” 라고 가볍게 한마디 하신 것을 듣고나서 좋은 샘플을 만들면, 기쁘기보다 “도대체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할까?”하는 자책을 했다. 박사과정 5년차에 접어들면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연구량과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힘들었다. 그때마다 동기부여를 받고, 핵심을 찌르는 한 말씀을 듣기 위해 더욱더 교수님을 괴롭혔다.
필자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학생들이 공대 대학원에 더욱더 많이 진학했으면 좋겠다. 현대사회는 더 이상 ‘사농공상’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충분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2006~7년에 느낀 중국 칭화대 공대 학생들의 자신감과 일본 도쿄대 공대 학생들의 자부심에 필자는 무척 놀랐다. 좋은 전자기기를 남들보다 잘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보단 남들보다 좋은 전자기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공대를 기피하는 학생들이 추후에는 필자보다 훨씬 더 좋은 여건 속에서 공대 공부에 전념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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