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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브뤼셀 시내의 한 와플 진열대. 갖가지 토핑이 올라간 와플이 행인을 유혹하고 있다.
➋ 와플 가게가 몰려 있는 곳에서는 길거리에서 와플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벨기에 사람들은 정말로 와플을 자주 먹나요?”
벨기에 브리셀에 있는 와플 회사인 ‘비탈고푸르’의 영업 책임자 디어터 코스터망 씨를 만나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다. 와플은 초콜릿, 맥주와 함께 벨기에 하면 떠오르는 명물인데, 정말 벨기에인이 와플을 즐기는지 궁금했다.
“그럼요. 주로 간식으로 먹지만 집에서 식사용으로도 많이 만들어 먹습니다.”
코스터망 씨의 대답. 역시 벨기에가 괜히 와플로 유명한 건 아닌 모양이다. 기자는 지난 4월부터 브뤼셀에 3달 일정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브뤼셀 관광의 중심지인 그랑플라스 광장 근처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와플을 파는 가게나 노점, 식당을 볼 수 있다. 생크림, 초콜릿, 아이스크림, 생과일 등이 올라간 다양한 와플은 진열대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한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와플을 하나씩 손에 들고 걷는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같은 토핑이 올라간 와플은 주로 관광객을 노리고 만든 와플입니다. 벨기에 사람들은 와플에 뭘 잔뜩 올려서 먹지 않아요.”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부터 인기
밀가루 반죽을 금속틀 두 개 사이에 넣은 뒤 구워 만드는 와플은 중세 시절부터 기록이 남아 있다. 벨기에 와플이 세계에 알려진 건 벨기에 사람인 모리스 베르머쉬가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와플을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와플을 만드는 재료는 간단하다. 밀가루와 달걀, 우유, 효모, 설탕, 바닐라가 주재료다.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시중에서 파는 와플은 초콜릿이나 딸기 향을 첨가하기도 한다. 적정한 배합으로 섞은 재료는 3~4일 동안 숙성시킨다. 팽창제로 베이킹파우더 대신 효모를 쓰기 때문에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코스터망 씨는 “현재 벨기에의 와플 가게는 대부분 5~6개 회사에서 반죽을 제공받고 있다”며 “우리 회사의 반죽이 전체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재료의 비율이 어떻게 되냐고 묻자 비밀이라며 대답하지 않았다. 반죽 배합을 연구하는 곳을 보여 달라는 요청도 경쟁사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벨기에 와플에는 두 종류가 있다.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플이다. 둘 다 벨기에의 도시 이름에서 유래했다. 둘은 어떻게 다를까.
일단 겉모습만 봐도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플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브뤼셀 와플은 와플 기계의 틀과 같은 네모난 모양이다. 반면 리에주 와플은 손바닥처럼 타원 모양이다. 이것은 와플을 처음 만들 때 반죽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브뤼셀 와플 반죽은 액체에 가깝다. 네모난 금속 틀에 부으면 틀에 꽉 차면서 틀 모양의 와플이 된다. 반면 리에주 와플은 반죽이 상대적으로 단단하다. 주먹 크기 정도로 둥그렇게 뭉쳐 있는 반죽을 틀 사이에 넣고 닫으면 눌리면서 둥그런 모양이 된다. 그래서 리에주 와플은 하나하나가 전부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당연히 맛도 다르다. 먼저 브뤼셀 와플에는 리에주 와플보다 설탕이 적게 들어간다. 그냥 먹으면 다소 심심한 맛이라 보통 그 위에 설탕 가루를 뿌려 먹는다. 또한 반죽이 액체에 가까워 겉은 바삭바삭한 반면 속에는 촉촉함이 남아 있다. 손으로 들고 먹기는 조금 어렵기 때문에 길가에서 주문하면 네모난 종이 접시에 담아 포크와 함께 준다.
리에주 와플은 브뤼셀 와플보다 단단해서 손에 들고 다니면서 먹기가 편하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 맛도 달콤하다. 코스터망 씨는 “리에주 와플 반죽에는 펄슈거(알이 굵은 설탕)가 들어가는데, 가열하면 펄슈거가 녹으면서 바깥쪽에 카라멜 층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리에주 와플을 주문해 받아보면 겉이 끈적끈적하고 달콤하다. 속도 브뤼셀 와플보다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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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➌ 맛을 보기 위해 리에주 와플을 사먹어 봤다. 리에주 와플은 간편하게 손에 들고 먹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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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➍ 리에주 와플 반죽은 단단한 편이라 틀 위에 올려 놓고 눌러서 편다.
➎ 브뤼셀 와플은 네모난 모양이며, 하얀 설탕 가루를 뿌려 준다. 움푹 들어간 부분이 리에주 와플보다 더 깊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
리에주 와플을 제대로 맛보겠다는 생각에 직접 리에주 지역을 찾아가 와플을 사먹어보기도 했다. 다음날 인터뷰에서 대부분 반죽을 같은 회사에서 공급받는다는 이야기에 허탈해지긴 했지만. 코스터망 씨는 “리에주 와플이 리에주에서 태어난 것은 맞지만 현재 가장 와플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은 수도인 브뤼셀”이라고 말했다.
둘 중 어느 와플이 더 인기일까. 적어도 브뤼셀 거리에서는 리에주 와플이 더 많다. 비탈고푸르도 리에주 와플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다. 더 달콤하다는 점, 손에 들고 다니면서 먹기 편하다는 점 때문일까. 실제로 설탕가루가 얹힌 브뤼셀 와플을 들고 다니면서 먹자니 가루가 날리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단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기자의 입맛에는 담백하고 촉촉한 브뤼셀 와플이 더 잘 맞았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벨기에 와플을 쉽게 먹어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 같은 토핑을 얹어 먹지만, 기회가 된다면 와플 그 자체만 먹어 보자. 진짜 벨기에 와플에 가까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