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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IQ는 남성보다 높아질까



사람의 지능을 이야기할 때 흔히 척도로 쓰는 수치가 IQ(지능지수)다. 얼마 전 세계적인 지능 연구자인 제임스 플린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는 일부 국가에서 여성의 IQ 검사 점수가 남성보다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의 IQ가 남성을 능가한 건 IQ 검사가 시작된 지 10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앞으로는 여성이 더 똑똑한 시대가 오는 걸까.

이 연구를 발표한 플린 교수는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사람의 지능에 큰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연구했다. 그는 지능을 문화적인 요소와 구별되는 특성으로 규정했다. 현대인이 문명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나 원시 부족이 사막에서 생존하는 데 모두 지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플린 효과’를 발견하기도 했다. 플린 효과는 IQ 검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점수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오르는 정도는 달라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연령대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이 똑똑해진 것이다. 인류의 IQ 점수가 오르는 현상에 대한 이유로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첫 번째는 학습이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IQ 검사와 같은 시험에 점점 익숙해지기 때문에 점수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하고 자극적이 되면서 그만큼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졌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서 지능도 높아졌다는 해석도 있다.

여성의 점수가 남성을 따라잡은 이유로 거론된 것도 비슷하다. 여성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가려 있던 능력이 드러났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 여성은 보통 가사와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능력이 발달했고, 그게 점수에 반영됐다고 보는 설명도 있다.



[최초로 현대적인 지능 검사를 개발한 알프레드 비네. 그가 만든 지능 검사는 오늘날의 IQ 검사로 이어졌다.]

IQ 430도 가능할까

현대적인 지능 검사는 20세기 초 유럽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는 정신 연령이 떨어지는 학생을 골라내기 위한 지능 검사를 고안했다. 이 검사는 언어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 오늘날 사람의 지능을 나타내는 수치로 가장 많이 쓰는 IQ(Intelligent Quotient)는 독일의 심리학자 윌리엄 스턴이 도입했다. 스턴은 정신 연령을 실제연령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결과를 IQ로 정했다. 5살 어린이의 정신연령이 5살이면 IQ가 100이고, 6살이면 120이 되는 식이다.

최초의 대규모 IQ 검사는 1차 세계대전 중에 이뤄졌다. 미국의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은 비네의 지능 검사와 스턴의 IQ 개념을 받아들여 군인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비네의 검사가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던 반면, 터먼은 신병의 보직을 결정하거나 어린이에게 가장 적합한 장래 직업을 찾아내는 데 활용하려 했다. 그러나 정신연령과 실제연령의 비율로 나타내는 지능지수에는 문제가 있었다. 검사를 받는 사람이 어린이라면 정신연령을 측정하기 쉽지만, 성인은 정신연령을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평균이 100인 정규분포가 되도록 만든 IQ를 쓴다. 표준편차에 따라 같은 점수라도 IQ가 달라진다. 즉, IQ는 IQ 검사에서 받은 점수가 아니라 그 점수가 표본 집단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 주는 지수다. 보통 15, 16, 24를 표준편차로 쓴다.

IQ가 100이라면 지능이 평균이라는 소리다. 흔히 “IQ가 두 자리냐?”라며 누군가를 놀리곤 하는데, 실제로는 인구 전체의 절반 정도는 IQ가 두 자리다. 그렇게 놀려봤자 누워서 침뱉기가 될 확률이 50%는 되는 셈이다. IQ 100이 IQ50보다 두 배 똑똑한 것도 아니다. IQ 검사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표준편차가 몇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IQ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표준편차가 15일 때 IQ가 130이면 상위에서 2%다. 표준편차가 24라면 IQ가 148은 돼야 상위 2%에 들 수 있다.

그렇다면 허경영 씨가 주장하는 IQ 430은 과연 가능할까. 이론상 IQ는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 확률의 문제일 뿐이다. IQ가 200이 넘는 사람은 존재할 확률이 매우 낮다. IQ 200이 되려면 상위 60억분의 1이 돼야 하므로, 전 세계에 한 명 정도가 있을 수 있는 확률이다. IQ 200이면 세계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사람인 셈이다. IQ 430이라면 확률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확률이 1000억 분의 1 아래로 떨어지면 사실상 있을 확률이 없다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지구에 살았던 사람을 전부 합하면 약 1000억 명인데, 1000억 분의 1보다 확률이 작다는 건 미래에 태어날 사람까지 모두 포함해 그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뜻이다.



 
[4살 때 IQ 210을 기록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김웅용 박사(현 충북개발공사 근무)의 어린 시절 모습. 신동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IQ도 세월에 따라 기준 달라져

다시 IQ가 올랐다는 기사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IQ 검사가 시작된 이래 점수는 꾸준히 올라갔다. 여기서 말하는 점수는 IQ가 아니라 IQ 검사를 치러 나온 원래 점수다. 전체 집단에서 이 점수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수가 IQ다. 방금 설명한 대로 IQ는 평균을 100으로 설정하고 정규분포에 따라 만든 지수라 평균은 항상 100이어야 한다. IQ 검사의 원래 점수와 IQ를 구별해서 이해하면 쉽다.

그런데 IQ 자체가 오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곽태호 멘사코리아 홍보분과장은 “과거에 만들어 놓은 표본집단의 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IQ를 측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IQ를 검사하는 기관은 표본 집단을 선택해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검사를 실시해 기준을 만든다. IQ 검사를 받은 사람의 점수를 이 기준과 비교해 상위 몇 %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그런데 플린 효과에 따르면 IQ 검사 점수는 꾸준히 올라간다. 따라서 계속 과거의 표본 집단을 기준으로 IQ를 측정하면 나중에 태어난 세대의 IQ는 전 세대에 비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IQ 검사를 하는 기관은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표본을 뽑아 다시 기준을 만든다. 새로 기준을 만들 때는 새로운 세대를 대상으로 검사를 한다. 기준을 높여 IQ가 평균100이 되도록 맞추는 것이다.

IQ의 신뢰성은 어느 정도일까. 일반적으로 심리측정학자들 사이에서는 IQ가 신뢰성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IQ와 학교 성적 사이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관계가 있다. 1995년 미국 심리학회가 발표한 보고서 ‘지능:알려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IQ가 높은 학생이 더 나은 성적을 받는 경향이 있다.

뇌의 개별 능력 평가해야

IQ가 사람의 지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척도인 것은 사실이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먼저 지능이 무엇이냐는 문제가 있다. 지능의 정의는 아직 완전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음악이나 운동 능력이 지능의 영역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상태에서 함부로 지능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IQ가 문화 차이에 영향을 받는다는 비판도 있다. 아무리 공정한 검사를 만든다고 해도 살아온 환경에 따른 영향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보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에서는 IQ가 낮게 나와 인종차별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IQ의 역할이 과장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무수히 많다. IQ와 학교 성적의 예를 보아도, IQ와 성적의 관계는 절대적이지 않다. 성적에는 IQ 외에도 교육의 질, 주변의 지원, 의욕 같은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그 사람의 장래 성과나 업적을 예측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IQ는 시간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IQ가 측정하는 지능은 전체 지능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 일부 지능을 가지고 사람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요즘 뇌과학자들은 뇌의 일반적인 지능보다는 어떤 특정한 일을 처리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나 얼굴을 구분하는 방법,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 기억하는 방법처럼 구체적인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연구 대상이다. 앞으로도 다소 모호한 개념인 ‘일반적 지능’보다는 뇌의 구체적인 능력을 자세히 연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는 이처럼 뇌의 여러 가지 능력을 하나하나 판단하는 방법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수치 하나로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하나하나 공평하게 알 수 있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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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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