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3월 19일 오전 7시 38분. 충남 천안의 주택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 혈흔을 포함해 200여개나 되는 방대한 양의 증거품이 있었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증거물이 가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변이었다. 대변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DNA는 몸을 빠져나오는 동안 표면에 묻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腸) 상피세포였다. 연구원들은 우선 대변을 꽁꽁 얼린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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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증거물이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현미경이나 돋보기 등의 다른 장비들을 이용해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로서, 섬유, 페인트, 토양, 머리카락, 플라스틱류, 수지류, 유리 등이 있다. 지문이나 혈흔의 DNA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범인이 증거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세증거물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들이 간과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국과수 연구원이 말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문상옥 연구원과 김명덕 연구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세증거물을 이용 해결한 사건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천안함 사건이에요. 천안함을 건져 올려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절단면이나 배의 구석구석을 분석했어요. (…중략…) 2008년에 있었던 숭례문 방화 사건도 기억에 남아요. 범인의 옷과 신발에서 묻어나온 옻으로 범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사람들이 국과수에 대해 부검만 하는 곳이라거나 국과수에 들어가려면 의사가 돼야 한다는 오해를 해요. 부검을 하긴 하지만 대중에게 그 부분이 부각됐을 뿐이에요. 국과수에는 부검을 하는 법의학과 뿐만 아니라 여러개의 과와 부서가 있고 마약이나 범인의 심리, 목소리나 CCTV 분석 등 (…중략…) 국과수에는 의사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국과수가 꿈이라면 생명공학이나 화학을 전공하는 게 좋아요. 대학원 석사과정까지는 필수로 밟아야 합니다. (…중략…) 국과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갖고 바라봐주시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