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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과 조화를 이룬 UNIST 교정에 들어서자 새로 지어진 깔끔한 연구동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UNIST는 이공계 중점대학으로서 더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시설과 교수진, 교육과정 모든 측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일정 학점 이상 성적을 유지하면 학비를 걱정할 필요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어 요즘 같은 초고가 등록금 시대에 매력적인 학교다. UNIST 교정에서 만난 은지 양은 수줍은 듯 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는 눈이 반짝이는 재미있는 학생이었다.
선생님의 눈으로 보면, 답이 보인다
은지 양은 충남 연기군에 있는 조치원여고(농산, 어촌 우수고 육성연구학교)를 졸업했다. 최신 입시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도심이 아니었기 때문에 늘 입시정보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게다가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처럼 학원을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었다. 다행히도 은지 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학교 숙제를 하고 문제를 풀고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재밌었어요. 책임감이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부터 숙제가 있으면 집에 와서도 일단 숙제를 다 끝내기 전까지는 밥도 안 먹고 화장실도 안 가고 숙제를 했어요. 다 끝나고 나서는 펑펑 놀았죠. 수학을 참 좋아했는데 역시 학교에서 주는 것을 열심히 했어요. 교과서랑 개념원리 같은 기본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교과서나 문제집을 그냥 푼다고 해서 모두 은지 양처럼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은지 양의 비법은 ‘선생님 돼 보기’다. 선생님 입장에서 이 부분에서 무엇을 물어볼 지, 어떤 문제를 낼 지를 생각해 보면 시험 문제가 보인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께 물어보면 된다.
보통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의 학생들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중압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는 집중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건강도 해칠 수 있다. 수험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스트레스 해소다. 낙천적인 성격의 은지 양도 역시 스트레스를 받았다.
“서울대 합격생 수기를 보고 똑같이 시도해봤어요. 그런데 저랑 안 맞았어요. 틈틈이 자투리 시간에 공부하라는 내용이었는데, 집중도 안 되고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앉아있으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였죠. 그래서 그냥 제 스타일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집중이 잘 되는 시간, 장소 등을 잘 관찰해야 해요.”
은지 양은 틈틈이 공부를 하기보다는 놀 때는 확실히 놀고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방과 후 기숙사로 들어가서 친구들과 열심히 놀다가 새벽에 몰아서 공부했다. 화나거나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생기면 종이에 그 상황을 차근차근 글로 썼다. 글로 정리하면 좀 더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은지 양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 방법을 따라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모두를 위한 전자 기계
은지 양은 전기전자공학 쪽에 관심이 있다. 전자기기 관련 일을 하시는 아버지 영향이 컸다. 은지 양이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생물이다. 서로 전혀 다른 분야지만 잘 조합하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때 유전적으로 눈이 좋지 않은 친구가 있었어요. 친구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휴대전화는 단순한 기계였죠.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똑같이 첨단기술의 편리함을 누릴 권리가 있어요. 그 일을 제가 하고 싶어요. 더 확고하게 목표를 세운 것이죠.”
고등학교 때는 발명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쉽게 딸 수 있는 캔뚜껑’을 비롯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발명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 열심히 수학, 과학 공부를 했음은 물론이다. 고교 3년 동안 수학은 모두 1등급, 과학은 한번 빼고 다 1등급을 차지했다. 이과반 학생수가 70여명이어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학생수도 적고,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라 더 치열했어요. 전교 3등이면 1등급은 아슬아슬할 정도였죠.”
고등학교에서 물리, 화학, 생물 Ⅰ, Ⅱ과목을 모두 배웠다. 덕분에 대학에 와서 관련 과목을 들을 때 이해가 빨리 돼서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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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동아리 활동, ‘없으면 만들어라’
공부만 열심히 한 것이 아니다. 2학년 때부터는 진로·체험 관련 활동을 활발하게 했다. 마침 학교에서도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수학을 유난히 좋아했던 은지 양은 ‘수리 퍼스트’라는 수학 동아리를 만들었다. 친구들끼리 모둠을 만들어 서로 문제를 출제하고 풀이한 후 발표도 하고, 점심시간에 모여 수학관련 토론 활동을 했다. 학교 축제 때는 수학을 이용한 퍼즐, 퀴즈 등을 하는 행사를 해 학생들의 호응을 받았다.
주말에는 과학실험동아리 활동을 했다. 학교 실험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수업시간에 못했던 실험을 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3학년 때는 발명 동아리를 만들었다. 아쉽게도 발명품을 완전히 만들지는 못했지만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발명품을 만들기 위해 토론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한 경험들이 쌓였다. 이 과정에서 썼던 탐구 보고서, 축제 활동을 찍은 사진 등은 우수성 입증자료로 제출했다.
이렇게 직접 동아리를 만들어 이끌어 나갔던 경험은 그에게 중요한 의미였다. 토론·심화 학습으로 학습면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모인 친구들의 뜻이 맞지 않아 힘들기도 했지만 여러 의견을 조율해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도 익힐수 있었다.
대학에서 하는 각종 캠프에도 참여했다. 서울대 자연과학캠프을 비롯해 포스텍, UNIST의 캠프에 참여했다. “이렇게 참여한 캠프를 자기소개서에 썼어요. KAIST 사이버 영재교육원에서 문제를 푼 자료는 우수성 입증자료로 냈어요. 참여해서 얻은 경험도 좋았지만 저의 열정을
보이기에 좋은 소재가 됐어요.”
특목고 학생들은 R&E 결과물 등 여러 우수성 입증자료를 내지만 일반고 학생들은 우수성 입증자료 소재가 부족하다. 무엇이든 자신의 활동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활동량만 많다고 열정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질도 중요하다. 원하는 대학이나 진로에 관련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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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로 가는 길
은지 양은 다면면접을 받을 때 시계를 두 개 차고 있었다. 하나가 고장나서 새로 시계를 장만했는데 고장났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두 시계가 매번 미묘하게 시간이 달랐다. 그래서 아예 둘 다 하고 다니기로 한 것이다.
“남자 교수님 두 분은 제 시계에 관심을 가지셨어요. 그래서 저는 어떤 결정을 할 때 한쪽의 이야기만 듣는 건 편협한 판단을 하기 쉬우니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이유 때문에 시계를 두 개 다 참고한다고 답했죠. 두 분 모두 웃으셨고 면접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고려대 대자보 자퇴’ 사태에 대한 질문도 하셨고, 제 꿈에 대해서도 물으셨어요. 자신의 꿈과 관련된 분야는 확실히 알고 가는 것이 좋아요.”
질문을 유도할 만한 거리를 갖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질문이 나올 수 있게 쓰면 예상문제를 만들기도 쉽다.
김은지 양은 현재 1학년 기초과정을 듣고 있다. UNIST는 입학할 때 학과를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학과로 입학 후 1학년 기초 과정을 들어보고 학과를 선택한다. 은지 양이 UNIST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보가 많지 않은 고등학교 시절에 진로나 학과를 정해서 진학하는 것은 좀 불안했어요. 그런 면에서 대학에 들어와서 여러 전공과목을 들어보고 진로를 정하는 UNIST가 매력적이었어요.”
현재도 농구 동아리 매니저를 맡고 있으면서 동아리 연합회 집행부, 봉사동아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다이내믹한 김은지 양. 그라면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무언가를 만들어 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