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의 본질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력평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고등학교 입학 전에 보는 반배치 고사 등과 같이 수업 시작 전에 실시하는 ‘진단평가’. 둘째, 수업진행 중 실시하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형성평가’. 마지막으로 수능이나 대학별 고사인 적성시험, 논술시험, 구술시험 등 ‘학업능력평가’다. 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하는 ‘학습능력평가’다. 따라서 학교시험과 다른 점이 많다.
가장 큰 차이는 시험 범위다.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만 출제 대상인 것은 아니다. 수학, 과학처럼 학습내용이 비교적 정확히 정해진 과목에서도 그 동안 한 번도 다뤄지지 않은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 국어, 영어의 문법과 어휘, 문학 작품 등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또한 교과서 개념에 관한 지식이나 이해를 묻는 문제도 나오지만, 고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추리를 통해 판단, 종합할 수 있는 내용도 종종 나온다. 대학 공부는 개념 이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능은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잘 한 학생보다 대학에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학생을 뽑기 위한 시험이다.
일반적으로 수능성적과 학교성적은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세밀하게 분석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수능에 적합한 능력이 따로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 속의 개념만 익히는 것으로는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쉽지 않다.
2014학년도, 학교로 들어간 수능
한 때, 수능에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려운 문제를 집중적으로 냈다. 반대로 변별력을 낮추기 위해 쉬운 문제를 중심으로 출제한 경우도 있다. 문제 난이도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결정되는데 2011학년도 수능부터는 쉽게 출제하는 쪽으로 굳어졌다. 특히,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정착되면서 수능의 원래 기능인 선발 기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1%의 만점자를 내는 쉬운 수능, EBS 교재와 70% 연계는 수능의 사교육 유발효과를 끊기 위한 것이다.
2014 새로운 수능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일단 시험 과목명이 바뀐다. 언어, 수리, 외국어가 국어, 수학, 영어로 바뀐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 중심으로 출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8년 수능부터 이어진 교과서 중심 출제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학교공부와 수능준비를 함께 할 수 있고, 학교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수능도 잘 보게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 영역별 수능 출제 범위도 <;표 1>;과 같이 교과서로 제한하고 있다.
난이도가 다른 A형과 B형 수능
2014 수능의 또 하나 특징은 수준별로 출제한다는 것이다. 현재 수리영역만 (가)형과 (나)형으로 자연계와 인문계로 크게 나눠져 있다. 2014 수능은 국어와 영어도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으로 나눠 출제한다. 대신 국어와 수학을 모두 B형을 선택하는 것은 금하고 있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들 중 인문계열은 B-A-B, 자연계열은 A-B-B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대학에서도 이렇게 선택하도록 전형요강에 명시할 것이다. 그리고 중위권 학생들은 다양하게 조합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문계 학생 중 목표대학이 높은 학생들은 B-A-B, 학과 중심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은 A-A-A, 영어에 자신 있는 학생들은 A-A-B, 국어가 자신 있는 학생들은 B-A-A 등으로 선택할 것이다. 자연계 수험생도 수학과 영어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A-A-A, 영어에 비교적 자신이 있다면 A-A-B, 수학에 자신 있다면 A-B-A 등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다. 자연계나 인문계 수험생들은 세 과목 중 한 과목 정도는 어려운 B를 선택할 것이다. 그래야 대학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하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A-A-A를 선택할 것이다. 아직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표 2>;는 2014년에 대학에서 반영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이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국어와 영어의 문항수를 50문항에서 45문항으로 축소하고, 탐구과목은 현재 3개 과목에서 2개 과목으로 선택과목 수가 줄어든 것이다. 수험생의 부담이 상당히 줄었다. 탐구과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탐구과목은 3개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보고, 대부분의 대학은 상위 2개 과목, 중하위권 대학은 상위 1개 과목만을 반영했다. 그러나 2014학년 입시에서는 2개 과목만 선택할 수 있고, 대부분의 대학이 2개 과목을 모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즉, 탐구과목은 여유가 없어진 셈이다. 한 과목이라도 크게 실수한다면 원하는 대학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2014 수능 전략은 이렇게!
2014 수능을 겉으로 보면 수험생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떤 시험이든 문항수나 선택과목 수가 줄어들고, 시험문제가 수준별로 출제돼 쉬워진다고 해도 수험생의 부담이 반드시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수능시험의 본연의 기능은 자격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즉, 과목별 점수를 합산해 총점을 내고, 석차를 매기고, 정원만큼 합격시키고 나머지 수험생은 모두 불합격처리하는 것이 수능이라고 할 수 있다. 남보다 단 1점이라도 더 맞춰야 합격에 가까워지는 시험이다. 수험생의 부담은 쉽게 줄지 않는다.
2014 수능은 현재 수능과 출제 형식뿐만 아니라 범위까지 달라진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부터는 기존의 방식으로 수능시험에 접근해서는 큰 우를 범할 수 있다. 새로운 전략으로 무장하고, 5월 17일 치룬 모의평가부터 분석해야 한다.
1. 기출 문제집!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지금까지 수능 대비법 중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EBS 교재 풀이와 수능 기출문제집 풀이. 그러나 이제부터는 절대 아아니다. 그 동안 수능문제는 7차 교육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2014학년도 수능은 2009개정 교육과정에서 출제한다. 물론 수학은 2012학년도 수능부터 개정된 교육과정에서 출제됐지만, 나머지 과목은 상황이 달라졌다. 교육과정의 변화로 평가 방법까지 달라졌으며, 각 교과별로 학습 목표도 달라졌다.
특히 사회와 과학은 내용도 크게 달라졌다. 따라서 전년도 기출 문제집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으며, 빠진 내용도 많다. 학교 선생님과 상의해 어떤 기출 문제집이 새로운 교육과정에 충실한지 판단하고 풀어야 한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내용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부분이 추가로 보강된 문제집을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춘 EBS 교재도 출시됐으나, 실제 연계되는 것은 올 겨울에 출시될 수능특강이라는 점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2. 자연계는 수학 B와 과학탐구(이하 과탐)가 결정적!
2014학년도 수능에서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은 자연계 수험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어와 수학을 동시에 B형(난이도 높음)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요대학의 경우 자연계열에서는 국어 A, 수학 B, 영어 B를 채택할 것이다. 자연계열 학생들은 국어 A형(난이도 낮음) 시험을 보기 때문에 국어 과목에서 부담이 줄어든다. 이전에는 인문계와 자연계가 공통으로 동일한 언어 시험을 봤기 때문에 자연계 학생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쉬운 국어A형에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없어질 가능성도 대단히 커졌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자연계에서 국어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수학과 과탐의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위권 대학은 수학과 과탐의 성적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의 우선 선발도 수학과 과탐 성적 중심으로 선발할 공산이 크다. 이미 고려대는 이를 고려해 2013학년도 입시부터 수학(40%)과 과탐(40%) 성적을 중심으로 우선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자연계열 학생들은 국어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수학과 과탐 학습 비중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3. 국어B, 영어B 만만치 않을 듯!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국어와 영어의 문항 수는 현행 50개에서 45개로 줄고, 시험시간은 변함이 없으며 현행 수능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출제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자연계열과 예체능계열 학생들이 국어 A형으로 빠져나가고, 자신 있는 수험생들만 국어 B형을 선택할 것이다. 현재 수능에서 수학에 자신 있는 수험생들만 수리 (나)형을 선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난이도가 높은 B형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난이도를 약간 높일 가능성도 있다. 문항 수가 줄어드는 대신 지문이 길어질 수도 있다. 특히 국어와 영어에서 난이도를 높일 때 심층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 수가 늘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인문계 수험생은 국어와 영어 수능 준비에 있어, 긴 지문의 문제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영어는 듣기 평가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
4. 자연계 수험생 과탐 선택전략
과탐은 최대 2과목 선택으로 바뀐다. 2과목만을 집중적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수험생의 과학 과목 성적이 전반적으로 오를 것이다.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 학과는 과학 과목의 반영 비율이 상당히 높다. 2012학년도 입시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난이도가 낮아져 탐구 과목이 상위권 대학 당락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바 있다. 가능한 선택 과목을 빨리 결정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모든 단원을 혼자 힘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과목, 전공학과와 관련 있는 과목, 자연계 논술이나 구술시험의 출제 범위에 속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과학이나 물리처럼 선택하는 학생이 적은 과목이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고 3이 되면 누구나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개인별로 공부하는 양과 속도는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앞서 있는 사람을 따라잡는 것은 힘들다. 독자 여러분! 미리 출발해 입시에서 꼭 성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