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추석, 귀향길에 거치는 고속도로는 영동고속도로 하나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내부순환도로에 서해안고속도로, 그리고 중부내륙고속도로까지 여러 고속도로를 거쳐갈 수 있게 됐다. 지하철 노선도 역시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이 새로운 길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휴대전화 사용, 활동 예측 등 교통 계획의 새로운 기법을 알아봤다.
지난 7월 인천 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되면서 국내 경전철 구간은 총 5개로 늘었다. 경전철은 수송인원이 버스와 중전철(기존 지하철)의 중간 정도이고 중전철에 비해 건설비가 저렴해 1990년 후반부터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운행이 시작된 이후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계속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자체가 매년 100억~1000억 원씩 예산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2014년까지 전국 고속도로 28개 노선에서 건설투자비로 회수한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이런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수요예측에 있다. 경전철 노선들의 실제 수요를 측정한 결과, 건설 전 예측한 수요와 차이가 컸다. 의정부경전철, 부산 4호선, 부산·김해선 세 곳의 경우 예측 수요의 약 20%에 그친다.
수요예측은 신규 교통사업을 시작할지 말지 결정하는 첫 단계다. 수요예측을 할 때는 통행량, 건설비용, 정책, 환경 등 그 지역의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다. 특히 현재의 교통량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교통량을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시대가 바뀌면 교통 계획도 변해야
교통량을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선 예측모형과, 이 모형에 넣을 자료(데이터)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용해 온 예측모형은 ‘통행기반의 4단계 모형’이다. 각 지역의 통행량을 계산한 뒤 그 통행이 어떤 길, 어떤 수단을 이용해 이뤄지는지 추적해 현재 교통상황을 파악하고, 여기에 예상교통량을 고려해 교통계획을 짠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잘 맞는 모델이었다. 자동차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당시 상황에선 통행량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부터 성장이 둔화되고, 저출산과 고령화, 카 셰어링의 진화 등 사회적 여건이 변하면서 교통 패턴이 달라졌다. 그 결과 기존 예측 방식이 맞지 않기 시작했다. 이제는 통행의 근본적인 원인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최근 부상하고 있는 것이 ‘활동기반모형’이다. 활동 목적, 활동 시간, 활동 지역 등을 데이터로 한다. 시간별로 어느 지역에 어떤 목적으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그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지 파악할 수 있다. 또 사회 변화에 따른 교통패턴의 변동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쇼핑 언제 하세요? 저녁 아니세요?
윤서연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에 맞는 활동기반모형(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수도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검증했다. 한 예로 아래 그림은 평일에 나타나는 쇼핑활동의 분포를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다.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 사이에 쇼핑활동이 이뤄지며, 오전은 11시, 오후는 3~5시에 가장 많다. 이렇게 특정 목적을 위주로 통행을 파악하면 그 다음 행선지나 사회적 변화로 일어날 활동 변화도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부들의 쇼핑과 자녀를 마중 ․ 배웅하는 활동을 분석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했을 때 교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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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할 때를 보자. 자녀를 마중 배웅하는 활동에는 성별 ․ 시간대별 차이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쇼핑 활동의 경우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 여성의 쇼핑활동 시간대가 저녁시간으로 집중되고, 남성도 저녁시간 쇼핑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저녁시간 쇼핑몰 주변 교통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단순히 통행량만 분석하던 기존 모형으로는 이런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수요예측의 또 다른 변화는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고 빅데이터가 등장한 것이다. 이로 인해 예측모형에 들어갈 자료가 다양해졌다. 특히 휴대전화와 버스카드 데이터는 개인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 7월 30일에 이뤄진 인천광역시의 시내버스 노선 개편도 휴대전화와 교통카드 데이터를 이용했다. 한종학 인천발전 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연구원은 “휴대전화 통신자료를 통해 특정 지역으로 유입된 사람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파악하고, 교통카드 자료로 대중교통 이용자의 탑승지역과 이용한 노선 등을 파악했다”며 “이를 통해 노선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컨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휴대전화 통신 데이터를 봤을 때 동춘동, 연수동, 논현동 등의 지역에서 많이 유입됐다. 교통카드 자료 데이터를 봐도 동춘동과 연수동에 이용자들이 집중됐다. 하지만 논현동은 휴대전화 통신자료 상으로는 유입자가 세 번째로 많음에도 대중교통의 이용량은 적었다. 송도국제도시로 이동하는 논현동 거주자는 많지만 정작 대중교통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분석을 할 수 있다. 이에 인천광역시는 송도국제도시와 논현한화택지를 연계하는 노선을 신설하거나 개편하고, 진입로 지역에도 신규노선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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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대중교통으로 더 편리하게
기존의 버스와 중전철(지하철)은 간극이 너무 컸다. 버스는 시간당 1000~5000명 정도를 운송할 수 있는 반면, 중전철은 시간당 2만 명 이상 운송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비만 km당 900억~1000억 원이 들어 비쌌다. 버스로는 운송인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중전철을 개통하기엔 경제성이 크게 떨어질 때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버스와 중전철의 중간인 새로운 교통수단들이 떠오르고 있다. BRT, 바이모달트램, 노면전차(무가선트램 포함)다.
세 가지 새로운 대안은 지하철의 장점을 조금씩 가져왔다. 트램에 속하는 노면전차와 바이모달트램은 모두 레일 위를 달린다. 다만 노면전차의 레인은 도로 위에 설치돼 있고, 바이모달트램은 지하에 매설된 자석이 레일 역할을 한다. 이 자석을 벗어나 일반도로를 달릴 때는 버스처럼 운행이 가능하다. 유연한 노선선정이 가능한 것이다. BRT는 레일은 없지만 전용도로가 있다. 기존 버스와 달리 도로 신호체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하철과 같이 정거장에서만 정차한다. 현재 세종시 전역과 인천 청라-계양 지역 등에서 운행되고 있다.
교통수요예측을 할 때는 이런 기술적 요소 외에도 경제, 정치, 문화 등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야 한다. 지금껏 문제가 돼 온 과다한 수요예측은 이런 정치,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방경현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2015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투자정책 전문가 9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과다한 수요예측의 원인으로 정치적 요인(70%)을 첫째로 꼽았다. 경제적 요인(11%)를 포함하면 80%가 넘는다. 기술적 요인(15%)보다 영향이 큼을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예측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기술의 정확성도 높여야 한다. 한 연구원은 “정확
하고 객관적인 수요예측기술이 발달하면 지역 간의 대립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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