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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망원경 총정리

우주를 보고 싶다면 지구를 떠나라



흔히 우주를 텅 빈 암흑의 공간이라고 부른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가까운 태양계 내 천체를 빼면 아주 멀리 떨어진 별이나 외부은하에서 오는 빛이다. 그것도 우리 눈에는 기껏해야 작은 점으로만 보일 정도로 약하다. 이런 약한 빛에 의존해 먼 천체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어떻게든 빛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고 싶어한다.

지구를 둘러싼 대기가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대기는 빛을 완전히 통과시키지 않는다. 통과해도 빛이 흔들려서 천체의 모습을 왜곡시킨다. 그나마 가시광선은 낫다. 가시광선을 제외한 나머지 파장은 대부분 지구 대기를 통과하지도 못한다. 감마선과 엑스선은 대기 상층부에서 가로막혀 지상에 도달하지 못한다. 파장이 10m를 넘는 전파도 대기에 가로막히고, 자외선과 적외선은 일부만 통과한다. 방해꾼인 대기를 피하는 방법은 하나, 바로 망원경을 들고 우주로 나가는 것이다. 우주망원경은 지상에서 볼 수 없는 여러 파장의 전자기파를 관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날씨나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망원경을 우주에 올리자는 아이디어는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되기 10년도 더 전에 나왔다. 제안한 사람은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라이만 스피처였다. 1946년 그는 대기의 방해도 받지 않고 더 넓은 파장을 관측할 수 있는 우주에 망원경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지구 밖 관측소의 천문학적 이점’이라는 논문도 썼다.

그는 이후 우주개발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를 거치면서 이 꿈을 실현시키려고 오랫동안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정부를 설득했다.

꿈이 이뤄진 건 무려 40여 년 뒤였다. 1990년 4월 24일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에는 최초의 우주망원경인 허블우주망원경이 실려 있었다. 우주 팽창을 뒷받침하는 증거인 적색편이를 발견한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땄으며, 자외선과 가시광선 영역을 관측한다. 허블우주망원경은 4번에 걸쳐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받은 뒤 애초 기대했던 수명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위대한 관측의 시작을 연 허블

허블우주망원경은 원대한 계획의 시작이었다. 바로 NASA의 ‘위대한 관측 프로그램’이다. 서로 다른 파장을 관측하는 우주망원경 네 대를 띄워 운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첫 번째인 허블우주망원경을 발사하고 1년 뒤에는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 호로 콤튼감마선망원경을 실어 올렸다. 감마선과 파장이 0.01~0.1nm(나노미터, 10억분의 1m)인 엑스선을 관측한다. 감마선은 전자기파 중에서 파장이 가장 짧고 에너지가 가장 크다. 초신성 폭발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는 현상에서 많이 나온다. 태양이 평생 내놓는 에너지를 몇 초 만에 방출하는 감마선폭발은 우주에서 가장 격렬한 현상으로 초기 우주의 상태나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다른 별의 최후, 최초의 별과 같은 천문학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감마선폭발에 대해서는 2012년 2월호 ‘우주의 불꽃축제, 감마선폭발’ 참조). 콤튼감마선망원경은 2000년 자이로스코프 고장으로 임무를 마칠 때까지 수천 개의 감마선폭발을 관측하며 우주의 고에너지 현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세 번째는 찬드라엑스선망원경이다. 인도 물리학자 수브라마얀 찬드라세카의 이름을 땄으며, 파장이 0.1~10nm인 엑스선 영역을 담당한다. 1999년 발사됐을 때는 수명을 5년으로 계획했지만, 뛰어난 성과에 힘입어 지금까지도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엑스선은 활동성은하핵이나 중성자성,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는 천체에서 나와 이들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위대한 관측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2003년 발사된 스피처우주망원경이다. 우주망원경을 제안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한 라이만 스피처의 이름은 13년 만에야 우주망원경에 붙었다. 스피처우주망원경은 다른 셋과 달리 지구의 뒤를 따라 태양 주위를 돌며, 적외선 영역을 관측한다. 적외선은 작은 별이나 멀어지는 은하,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천체를 관측하는 데 적합하다.

위대한 관측 시리즈를 합하면 감마선에서 적외선까지의 영역을 모두 관측할 수 있다. 지상에서 관측할 수 없는 감마선과 엑스선, 적외선은 물론이고 가시광선을 관측한 허블우주망원경도 우주에 올라간 덕을 톡톡히 봤다.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를 선명하게 담아낸 ‘울트라 딥필드’와 같은 유명한 사진도 지상에서라면 불가능했다.








위대한 관측의 뒤를 잇는 자는 누구

위대한 관측의 후계자는 누구일까. 이미 임무를 마친 콤튼감마선망원경의 역할은 몇몇 후계자가 뒤를 이었고, 가장 오래된 허블우주망원경도 슬슬 후계자가 등장할 예정이다. 현재 감마선을 관측하는 우주망원경으로는 NASA의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과 스위프트, 유럽우주기구(ESA)의 인테그랄(INTEGRAL)이 있다.

2008년 발사된 페르미감마선우주망원경은 중성자성인 펄서에서 전파뿐만 아니라 감마선도 나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발견은 미국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2009년 10대 과학뉴스에 뽑히기도 했다. 스위프트도 2004년 임무를 시작한 이래 600개 이상의 감마선폭발을 찾아냈다. 그중에는 지금까지 관측한 천체 중 가장 밝은 감마선폭발도 있고, 빅뱅 이후 6억 3000만 년 뒤에 일어나 우주 초기에 있었던 먼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감마선 폭발도 있었다. ESA의 인테그랄은 2002년에 발사된 이래 지금까지 가장 가깝고 희미한 감마선폭발을 관측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감마선으로 본 은하 평면 지도를 만들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후계자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다. 사람을 달에 보낸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제임스 웹의 이름을 땄다. 공식적으로는 허블의 후계자지만 관측 영역이 주로 근적외선에 집중돼 있어 스피처우주망원경의 대체 역할까지 한다. 구조도 독특하다. 단일 반사경으로 된 허블우주망원경과 달리 6각형 모양의 거울 18개가 모여 지름 6.5m짜리 주 반사경을 이룬다. 접힌 채로 발사돼 우주에 올라간 뒤에 펴진다.

막 태어난 젊은 별이나 수명을 다하기 직전의 나이 든 별에서 많이 나오는 자외선 영역에서는 뚜렷한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 자외선을 관측하는 주요 우주망원경으로는 허블우주망원경과 스위프트, 현재 관측을 끝마친 갈렉스가 있다. 갈렉스 계획에는 연세대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단장 이영욱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도 참여했다. 2007년 갈렉스는 하늘 전체를 자외선으로 관측한 지도를 완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은 갈렉스로 과거 나이 든 별들만 있다고 생각했던 타원은하에서도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행성 찾고 우주탄생의 비밀 밝히고
 
최근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우주망원경으로 케플러와 플랑크가 있다. 케플러의 목표는 지구와 닮은 외계행성을 찾는 것이다. 케플러는 약 15만 개의 별을 오랜 시간 동안 관측한다. 허블망원경보다 더 넓은 영역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지구에서 보는 달의 면적보다 약 600배 넓은 영역이다. 외계행성은 발견할 가능성이 희박해 수많은 별을 동시에 관측해 확률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케플러는 ‘행성에 의한 별빛가림 현상’으로 행성을 찾는다. 지구에서 볼 때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면 별빛이 어두워진다. 한 번 어두워지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행성이 별 주위를 여러 번 도는 동안 꾸준히 관측해야 한다. 별과 행성의 크기 차이가 워낙 커서 어두워지는 정도도 미약하다. 케플러는 0.002%의 빛 변화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지구가 태양을 가렸을 때 어두워지는 정도도 알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➊ 허블우주망원경 20주년 기념으로 NASA와 ESA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용골자리 성운의 모습을 공개했다.]


[➋ 케플러의 이미지 센서. 42개의 CCD (전하결합소자)로 이뤄져 있으며, 화소의 수는 약 9500만 개다.]


[➌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예산 문제로 발사가 몇차례 미뤄졌다. 현재는 2018년 발사 예정이다.]


[➍ ESA의 플랑크는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해 빅뱅이 일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우주의 모습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케플러는 2000개 이상의 행성 후보를 찾아냈고, 그중 60개 이상이 외계 행성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12월에는 거문고자리에 있는 별에서 지구와 크기가 거의 비슷한 행성 ‘케플러-20e’와 ‘케플러-20f'를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중심별과 거리가 너무 가까워 표면 온도가 1000℃에 육박한다. 생명체가 살 가능성은 희박하다.

플랑크는 지금까지 언급한 우주망원경과 다른 파장을 관측한다. 바로 마이크로파다. 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할 수 있는 영역이다. 우주가 4000℃ 정도로 식으면서 나온 빛이 오늘날 마이크로파로 변한 게 우주배경복사다. 이 빛의 분포를 관측하면 별도 태어나지 않은 초기 우주의 모습을 연구할 수 있다. 2010년 7월에는 임무 시작 이후 처음으로 전체 하늘의 관측 영상을 공개했다. 현재 플랑크는 하늘 전체를 고주파(100~850GHz)와 저주파(30~70GHz)로 나눠 관측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먼저 고주파 영역의 관측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다른 이유 때문에 우주로 올라간 우주망원경을 살펴보자. 지난해 7월 발사된 러시아의 우주전파망원경 라디오아스트론이다. 전파는 지구 대기를 문제없이 통과하기 때문에 굳이 우주에 망원경을 올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큰 전파망원경은 지상에서 만드는 게 더 쉽다.

전파망원경이 우주로 올라가는 것은 초장거리간섭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전파망원경은 망원경 하나의 지름을 키우기보다는 여러 대를 네트워크로 구성해 해상도를 높인다. 전파는 파장이 길어서 서로 다른 망원경으로 받은 신호를 하나로 중첩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보통은 지상에 간섭계를 만드는데, 전파망원경을 우주로 올려보내면 지구보다 지름이 큰 초장거리간섭계를 만들 수 있다. 라디오아스트론은 지구에서 최대 39만 km까지 멀어지므로 지구와 달사이의 거리만큼 큰 망원경과 같은 효과를 낸다.

지난 23년 동안 우주망원경은 천문학자들의 귀중한 눈이었다. 중요한 성과도 많이 이뤄냈다. 여기에 맛 들인 천문학자들이 과연 지구의 망원경에 만족할 수 있을까. 2018년경 발사 예정인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활동을 시작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기대가 크다. 주 반사경의 면적이 허블우주망원경보다 5배나 큰 만큼 더욱 선명한 영상을 보여줄 것이다. 우주비행 기술이 더욱 발달한다면 달의 뒷면 같은 곳에 거대한 망원경이 있는 천문대를 지을 수도 있다. 그런 날이 오면 천문학자들 스스로 망원경을 따라 우주로 나가지 못해 안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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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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