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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년 전 우리 조상은 어떻게 살았을까. 당시의 생활상은 물론이고 우리 주변에 어떤 국가가 있었는지도 잘 모른다. 우리가 배우는 국사 교과서에는 기원전 2333년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고조선에 대해 알려진 것도 많지 않다.
한 천문학자가 고조선 이전의 시대(소설에서는 ‘배달국 시대’라고 나온다)를 상상하며 역사 과학 소설을 내놓았다. ‘블랙홀 박사’로 유명한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말 음력 개천절에 역사 소설 ‘개천기(과학동아북스)’를 출간했다. 천문학자가 왜 역사소설을 썼을까.
오성취루의 진실
박 위원은 한국 상고사에 대한 책 ‘환단고기’의 ‘단군세기’에 나온 “무진 오십년 오성취루(戊辰 五十年 五星聚婁)”라는 기록에 주목했다. 이는 무진 50년(기원전 1733년) 다섯 행성이 루(婁)라는 별자리에 모였다는 기록이다. 그는 천문 소프트웨어 ‘별바라기’를 이용해 그해 7월 저녁 하늘에 화성, 수성, 토성, 목성, 금성이 나란히 늘어서는 우주쇼를 연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단고기의 기록이 천문학적으로 옳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몇백 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 이런 천문현상을 임의로 맞춘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원전 1733년이면 고조선 시대다. 박 위원은 오성취루 기록을 통해 고조선이 천문현상을 관측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조직과 문화를 소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사 환단고기가 다른 기록을 베꼈다고 해도 고조선이 건재했다는 사실은 당연히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는 고조선이 건재했다는 사실이 천문학적으로 증명된 이상 그 이전의 배달국 역시 실재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런 확신을 바탕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인지 책에는 환단고기에 등장하는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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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아닌 판타지
소설 개천기가 상고시대 이야기라고 해서 판타지 소설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주술, 신비동물 같은 판타지 요소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당시 가옥, 의상, 음식 등은 어느 것 하나 알려져 있는 게 없어 책에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지 않다. 저자는 “독자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름대로 영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6년간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을 지낸 그는 기원전 3800년 배달국의 천문대장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는 당시의 천문대장을 지칭하는 천백(天伯)이란 말도 만들었다. 바람을 주관하는 풍백(風伯)과 비슷하게 만든 어휘다.
소설에는 5800년 전 우리 조상들의 얘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정, 친구 사이의 의리, 임금과 신하 사이의 믿음 등 사람 얘기는 물론이고, 배달국 사람 고시례(우리가 흔히 음식을 던지며 하는 말)가 불을 발견해 음식을 익히거나 갑골문자인 ‘환국 문자’를 만들어 민족 경전인 ‘천부경’을 적는다는 내용도 나온다.
천문현상도 소설의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배달국의 영토 경계인 흑룡강에서 그 지방의 위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북극성(현재는 작은곰자리 알파별이 북극성이지만 당시에는 용자리 알파별이 북극성이었다)의 고도를 재고, 전쟁이 벌어지기 전 달이 붉게 변하는 월식이 일어나 분위기를 잡는다. 또 배달국은 달이 뜨는 시각을 파악한 뒤 달이 뜨기 전의 어둠을 틈타 적을 공격해 침략국인 범악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개천기 코드
이 소설은 천문학을 아는 만큼 그 내용이 이해된다. 즉 천문학 지식이 어느 정도 있으면 1년의 길이를 구하려는 노력, 수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 주인공을 천동설(지구중심설) 신봉자로 그릴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원전 3800년 무렵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을 현대인의 시각으로 체크해보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소설 개천기에는 ‘다빈치 코드’처럼 알면 재밌는 소소한 코드도 숨어 있다. 전체 4부가 각각 7개로 나눠져 총 28개(동양 별자리 28수와 동일한 수)로 구성돼 있으며, 박 위원이 논문 지도를 하고 있는 천재 소년 송유근 군의 이름을 뒤바꾼 인물(근유)이 등장한다. 범악국과의 전쟁에서 희생되는 배달국 사람이 천안함 사건 희생자 수 46명과 같다.
그는 “4년간 아이디어를 구상한 뒤 집필한 이 책에 우리가 하늘을 숭앙하는 하늘의 자손이라는 정신을 담고 싶었다”며 “에세이 ‘하늘을 잊은 하늘의 자손’이 예고편이라면 소설 개천기는 본편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9년 ‘코리안 페스트’라는 한국형 과학소설(SF)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석재 연구위원은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dr_blackhole)에서 독자들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 가면 소설 개천기에 관련된 정보뿐 아니라 SF연재물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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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소프트웨어 ‘별바라기’를 이용해 기원전 1733년 7월 저녁 하늘에 화성, 수성, 토성, 목성, 금성이 나란히 늘어서는 우주쇼를 연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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