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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광섬유입니다. 머리카락만 하죠?”

GIST 정보통신공학부의 한원택 교수는 실타래에 감긴 실 한 자락을 툭 끊어 내밀었다. 보기엔 평범한 실 같았다. 한 교수가 이끄는 특수광섬유 응용연구실에서 직접 만든 광섬유다. 한 교수는 표면을 손톱으로 살짝 긁어 한 겹 벗겨냈다. 유리로 된 실 안에 더 가는 실이 또 들어 있었다.

“안에 있는 실이 ‘코어’고 겉에 있는 게 ‘클래딩’입니다. 굴절률이 큰 코어를 굴절률이 작은 클래딩이 감싸고 있죠. 코어에 빛이 들어오면 전반사가 일어나 빛이 전파됩니다.”

광섬유는 통신에 많이 쓴다. 구리선을 이용할 때보다 신호를 전달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따라서 광섬유는 구리선보다 많은 데이터를 나를 수 있다.

돌리고, 늘리고…광섬유 만들기

“이렇게 얇은 구조 안에 어떻게 또 다른 구조를 넣을 수 있는 거죠?”

“우선 코어와 클래딩을 큰 덩어리로 만든 후 길게 뽑아냅니다.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면서 설명하는 게 낫겠군요.”

한 교수를 따라 들어간 실험실에는 광섬유의 모재(코어와 클래딩을 지닌 광섬유의 전단계)를 제작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길이가 1m 정도 되는 유리관의 양 끝을 기계손이 꼭 잡고 빙글빙글 돌렸다. 유리관 아래에는 버너에서 나온 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 유리관이 빨갛게 달궈졌다. 마치 유리장인이 긴 막대에 유리를 붙인 뒤 돌리며 빨갛게 달구는 모습 같았다.

광섬유 구조를 만드는 공정도 유리장인의 일과 비슷하다. 유리장인이 긴 막대 속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유리 속에 공간을 만드는 것처럼 기계는 광섬유 속 공간을 채우기 위해 주원료인 사염화실리콘(SiCl4)과 사염화게르마늄(GeCl4), 삼염화붕소(BCl3) 같은 기체를 유리관 속으로 불어넣는다. 이 기체는 유리관이 돌며 생기는 원심력 때문에 유리관 쪽에 붙어 있다가 산소와 만나 굳어 석영유리관(후에 클래딩이 된다) 안쪽에 얇은 막을 만든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유리관 중심 쪽으로 점점 두꺼운 벽이 쌓이는데 여기가 코어부분이 된다.

옆 실험실에서는 완성한 모재에서 전반사가 제대로 일어나는지를 검사한다. 검사가 끝나면 모재를 길게 뽑아내는 작업이 남는다. 이 일은 위층 실험실에서 진행한다. 광섬유를 뽑는 기계가 커서 건물의 2층과 3층을 터놓았다.

“지금은 새 기계를 들여와 설치하는 중이라 아쉽게도 뽑는 장면을 보여드릴 수가 없네요. 이 부분에 모재를 넣고 온도를 높인 후 당기면 마치 국수를 뽑아내듯 광섬유가 나오죠.”

광섬유의 품질검사가 마지막 과정이다. 국내 대학연구실 중 모재를 만드는 것부터 광섬유를 직접 뽑는 것까지, 광섬유 제작의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다.

광섬유는 계속 진화 중

실험실 밖 창고에서 수많은 광섬유 타래를 볼 수 있었다. 주로 투명한 색이 많았지만 노란색, 초록색을 띤 것도 보였다. 특수광섬유 응용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새로운 광섬유들이다.

지금 쓰는 광섬유는 정보를 빨리 전달하고,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는 반면 잘 부러진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광섬유를 땅속에 묻을 때는 튼튼한 관 속에 넣는다. 집 앞까지는 광섬유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집 안으로 들여올 때는 다시 느린 구리선으로 받아야 한다. 광섬유는 꺾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광섬유의 속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한 구부림강화광섬유(BIF)를 이용하면 집집마다 광섬유가 들어갈 수 있다.

“코어와 클래딩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광섬유의 성질이 크게 달라집니다. 최근에는 코어에 이산화게르마늄(GeO2)을 넣고 클래딩에 불소(F)과 붕소(B)을 넣어 90°로 꺾어도 빛이 새지 않는 광섬유를 만들었습니다.”

구부림강화광섬유는 꺾어도 빛이 새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각도로 구부리든지 관계없이 전반사가 일어난다. 클래딩 안에 보통 클래딩보다 굴절률이 낮은 골을 만들어 광섬유가 휘어지더라도 유효굴절률이 변하지 않게 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구부림강화광섬유가 상용화되면 인터넷 통신이나 IPTV를 더욱 편리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연구실은 광섬유로 센서도 개발했다. 화합물 반도체인 카드뮴 셀레나이드(CdSe)를 광섬유 안에 넣으면 광섬유를 통과하는 빛의 편광각도가 주변 자장의 세기에 따라 변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빛의 각도변화를 통해 자장의 크기를 역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광섬유센서는 설치가 간단하다. 측정 대상에 감기만 하면 된다. 특수광섬유 응용연구실은 이 센서를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수소연료 자동차의 발전기나 컨버터의 전류 변환 장치에 사용하기 위해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 측정할 수 있는 전압의 범위도 넓어 발전소와 변전소 설비의 고전압과 고전류를 측정하고 감시하는 데도 이용할 예정이다.

광섬유센서는 홈네트워킹이나 유무선 모니터링 시스템과도 연계가 가능해 유비쿼터스 시대에 딱 맞는 센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교수는 “광섬유센서는 크기가 작아 의료기기로도 안성맞춤”이라며 “점 빼는 도구나 수술용 칼도 광섬유로 만들면 훨씬 이용하기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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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신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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