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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지난 5월 장기기증 신청자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인체조직은 사망한 뒤 기증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거의 모른다. 인체조직기증은 각막과 피부, 뼈 등을 기증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조직으로 무려 150명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조직기증은 각막과 피부, 뼈, 심장 판막, 양막, 연골, 인대와 힘줄, 근막, 혈관 등이 대상이다. 기증된 조직은 질병이나 사건, 사고로 장애를 입거나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제2의 삶을 선물한다. 인체조직은 장기와 달리 이식했을 때 면역 부작용이 거의 없다.

다시 운동장에서 뛰노는 즐거움

조직기증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각막이식이다(각막은 장기와 조직 양쪽에 속한다). 다른 조직은 어떻게 이용하는 걸까. 피부는 화상이나 교통사고로 손상된 피부를 복원하거나 상처 입은 부위를 성형하는 데 쓰인다. 인대와 힘줄은 무릎이나 발목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뼈는 뼈에 암이 생기거나 척추를 다친 환자의 뼈를 대신해 준다. 가루와 블록 형태로도 만들어져 부러지거나 으스러져 온전치 못한 뼈의 공간을 메워 주기도 한다.

이렇게 사용된 인체조직은 눈이 먼 사람에게 빛을 선물하고 뼈에 암이 생겨 걸을 수조차 없던 아이를 운동장에서 뛰놀게 한다. 심한 화상으로 수십 년간 외출을 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시장에 가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체조직기증은 지난 2008년 10월 한국인체조직기증 지원본부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오해가 많아 현재 기증율은 100만 명 당 3.3명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필요한 인체조직의 78%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조병철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사무처장은 “피부를 기증한다고 하면 살가죽까지 모두 벗겨내고, 각막을 기증할 때는 안구까지 적출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조직을 기증하고 난 사체를 보면 보통 사체와 비슷하다”며 “유가족들이 되레 기증이 제대로 이뤄진 게 맞느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피부는 수의 밖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만 벗겨낸다. 특히 등과 허벅다리처럼 평평하고 넓은 부분에 한해 0.12mm~1.0mm 두께로 표피와 진피층만 재취한다. 뼈도 팔이나 다리처럼 큰 뼈만 적출한다. 빼낸 자리에는 뼈 모양의 나무를 넣어 외관상으로는 마치 뼈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➊ 조직을 채취하기 전균 배양 검사를 통해 조직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확인한다. ➋ 채취한 뼈의 크기를 재고 있다. ➌ 채취한 대동맥은 극저온의 냉동고에 보관한다.]

채취한 조직은 극저온에서 냉동보관

장기기증은 대개 뇌사 상태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조직기증은 심장이 멈춘 뒤 24시간 내에 이뤄진다. 하지만 기증 희망자가 결핵이나 매독, 에이즈 같은 전염성 질병이나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었다면 기증을 할 수 없다.

조직기증은 온도와 습도, 먼지와 유해가스, 미생물 등이 기준치를 넘지 않는 특수 청정실에서 진행된다. 조직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오염된 조직은 이식받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치명적이다.

가장 먼저 채취하는 부위는 각막이다. 각막은 채취부터 기증까지 사후 6시간 내에 진행돼야 한다. 그 이후에는 뿌옇고 혼탁해져 각막의 기능을 상실한다. 다음은 심장판막과 혈관이다. 혈액이 응고되면서 조직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채취한 조직은 냉동 보관한다. 부위에 따라 보관온도가 다르다. 뼈와 인대, 힘줄은 비교적 강도가 세고 물성의 변화가 적어 영하 40~70℃에서 보관한다. 반면 심장판막과 혈관은 영하 190~200℃의 극저온에서 관리한다. 분당차 조직은행에서 기증조직을 관리하고 있는 조병관 씨는 “세포를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서는 세포의 대사를 완벽하게 정지시켜야 한다”며 “그 기준이 되는 온도가 영하 130℃”라고 말했다. 그는 “이때 급격하게 온도를 낮추면 세포막이 손상돼 자동온도냉각기를 이용해 1분에 1℃씩 떨어뜨린다”고 덧붙였다.

조병철 사무처장은 “1980년대만 해도 유럽 최저였던 스페인의 인체조직기증율이 지금은 세계 1위”라며 “‘스페인 국민이라면 모두 받을 권리가 있고 모두 줄 의무도 있다’는 국민들의 의식과 제도의 뒷받침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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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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