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세계 50여 개국, 300여 개 도시를 여행했다. 도심 속에서 빌딩과 함께 어우러진 녹지와 사람들이 직접 가꾸는 정원과 숲, 그리고 녹지를 즐기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도심 속 공원과 녹지, 식물원, 문화공간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 미래 도시는 어떻게 가꿔야 할까. 필자는 조경전문가로서 미래에는 친환경 녹색도시가 주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지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미 도시화가 돼버린 곳이 많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녹지를 꾸며서라도 초록빛을 지켜야 할 것이다. 자연도 살고, 사람도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세계 각지에서 찍은, 사람들과 자연이 어우러진 초록빛 모습을 소개한다.
▲도시의 품격을 높여 주는 환경조각품 | 미국 워싱턴 D.C
조각과 환경조형물은 공간의 품격을 높여준다. 몸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반지나 귀걸이처럼 말이다. 색상이나 형태, 이미지가 돋보여야 하지만 무엇보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뤄야 한다.
▲걷고 싶은 매력적인 공원 길 | 호주 브리즈번
도심을 가로 지르는 강을 따라 길게 펼쳐진 이 공원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고 쉴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걷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하는 그늘과 꽃이 핀 덩굴식물(부겐베리아)이 매력을 더해준다.
▲빌딩 벽면의 녹색지대 | 미국 뉴욕
뉴욕 맨해튼에 있는 현대식 빌딩이다. 유리로 된 외벽 중간에 숲을 조성해 놓았다. 주변이 온통 초고층 빌딩인데 별도의 안내 간판이 필요하지 않다. 필자가 10년 전에 갔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이 숲을 유지하려면 수목의 성장을 최소화하며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어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바오밥나무와 가족 나들이 | 호주 브리즈번
복잡한 빌딩 숲속에 위치한 작은 공원. 여기서 대장은 당연히 가장 높이 자란 바오밥나무다. 도심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가족의 오붓한 나들이가 정겹기만 하다.
▲평화로움을 간직한 도시의 자연 | 미국 워싱턴 D.C
연못을 중심으로 숲이 펼쳐진 도심 속 공원이 왠지 모르게 정겹다. 숲 사이에 핀 붉은 배롱나무(목백일홍) 때문이다. 태평양 건너온 먼 타향에서 배롱나무가 반겨주니 행복하기만 하다.
▲잘 가꾼 가로수는 녹색도시의 상징 |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서울만 한 작은 도시국가이지만, 환경과 공무원이 깨끗한 도시로 유명하다. 도시 전체가 공원으로 보일 만큼 온통 녹색으로 덮여 있다. 싱가포르는 오랫동안 잘 가꾸고 보살핀 가로수들이 울창한 숲이 되어 푸른 도시 이미지를 뽐내고 있다. 아무리 삭막한 도시라도 가로수를 예쁘게 가꾼다면 녹색도시가 될 수 있다.
▲녹색으로 위장한 고층빌딩 | 일본 후쿠오카
빌딩의 각 층별로 마련된 베란다에 크고 작은 나무들을 심어 놓았다. 그래서 건물 전면은 온통 녹색의 작은 숲이 됐다. 나무 사이사이로 계단을 만들어 주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오솔길도 만들었다. 콘크리트로 상징되는 회색빛 현대도시에 녹색 옷을 입혔다.
▲자연이 만든 럭셔리 집 | 인도네시아 발리
연못과 잘 가꾼 뜰이 매혹적이다. 일 년 내내 꽃이 피고 여름 기후를 유지하는 남국의 별천지로 평가받는 발리의 리조트. 언제나 따뜻하고 깨끗한 여름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닷가 불모지에 조성된 숲속 안식처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바루
척박한 해안 모래밭이 풍성한 녹색의 숲으로 변했다. 생태복원 전문가들이 불모지를 열대 우림처럼 왕성하게 키워놓은 것이다. 사실 이곳은 외국인을 위한 리조트다. 맑은 햇살과 사시사철 따뜻한 기온이 이방인들에게 매력적인 휴양지를 선사한다.
▲대나무 숲길 | 일본 교토
우리나라의 남부지방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대밭이다. 한때 농가 소득 작물로 인기가 높았던 대나무가 안타깝게도 지금은 플라스틱 제품에 밀려 인기를 잃고 말았다. 대밭 한가운데로 새로운 길을 만들고 다듬으니 매력이 넘치는 건강 산책로로 탄생했다.
▲블록 담장의 녹화 | 스위스 제네바
이곳은 시멘트 블록 담장에 초록빛을 심었다! 머지않아 더 다채로운 녹화공법이 개발돼 도시의 삭막한 옹벽과 메마른 인공벽을 녹색의 생명체로 바꿀 날이 올 것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 프랑스 파리
프랑스를 상징하는 것은? 베르사유 궁전이다. 이 궁전을 상징하는 것은? 정성스럽게 다듬은 정원이다. 높은 곳에 올라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좌우 대칭인 기하학적 구도로 세계 곳곳의 정원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곳은 종려나무와 밀감나무를 온실로 옮겨 겨울을 나게 할 만큼 지극정성으로 식물을 가꾼다.
▲품격 있는 역사 도시 | 스위스 베른
필자는 세계 300여 개의 선진 도시들을 직접 답사해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도시는 스위스의 베른!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자 한 폭의 서양화를 연상케 하는 수백 년 이전의 풍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녹색으로 화장한 현대 건축 | 프랑스 파리
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초현대식 건물의 벽면이 이채롭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유리와 자연스런 야생화, 꽃들이 대조를 이루며 건물을 감싸고 있다. 이제는 건축물도 개성시대다. 자연이 떠난 도시에 새롭게 자연을 데려오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사람은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기 때문에!
▲도시공원은 다양한 여가와 놀이를 담는다 | 영국 런던
인류는 너무 짧은 시간에 첨단 도시를 건설했다. 공간적 효율성과 경제성만 생각하며 압축 성장을 해왔다. 도심 속 녹지는 일상생활에 찌들고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회복시키고 충전시켜준다. 특히 도시공원은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거나 서로 소통하는 문화적 기반이다.
강호철 교수는 197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조경 기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한국종합조경공사에서 근무했다.한국조경학회 부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천연기념물), 경남 도시계획위원과 건축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국립경남과학기술대 조경학과 교수다.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우리나라 도시 삶의 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