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다이어트에 나섰다. 날씬해지기 위한 사람의 다이어트와는 다르다. 요즘 자동차는 몸집은 줄이지 않으면서도 무게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다이어트를 하는 주요 이유는 환경 보호다. 자동차가 가벼울수록 연료를 덜 쓰고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환경오염 물질이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의 비결은 무거운 금속을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금속을 플라스틱으로 바꿀 수는 없다. 플라스틱이 금속을 대체하려면 그만큼 튼튼하고 열이나 기후 변화에 강해야 한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고성능 플라스틱이다. 현재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고성능 플라스틱은 평균 14kg. 자동차 경량화가 중요해지면서 이 수치는 향후 10년 동안 매년 7%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고성능 플라스틱은 어떻게 만들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소와 공장을 직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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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이 활약했던 축구팀의 연고지로 잘 알려진 독일 레버쿠젠.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10여 km 떨어진 도시 도마겐에는 독일에서 가장 큰 화학단지인 ‘켐파크(Chempark)’가 있다. 60여 개 공장이 입주해 있는 켐파크는 1만 명이 일하고 있는 거대 단지지만 녹지가 많아 마치 공원을 방불케 한다. 여기서 기자는 레버쿠젠에 본사를 둔 랑세스(Lanxess)의 고성능 플라스틱 연구개발센터를 찾았다. 랑세스는 2004년 바이엘에서 분사한 뒤 빠른 속도로 성장한 특수화학그룹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3000개 가량의 레시피를 시험합니다. 하루에 12~15개씩이지요. 각각의 레시피에 따라 10~20kg을 만들어 보고, 기계적인 성능이 어떤지 시험합니다. 통과하면 1000kg 정도를 생산해 고객의 요구에 맞출 수 있는지 또 시험을 거칩니다. 거기서도 통과해야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지요.”
고성능 플라스틱 연구개발센터의 스테파니 니켈 박사는 시끄러운 기계 소리 때문에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설명했다. 니켈 박사가 말한 ‘레시피’란 요리 비법이 아니라 고성능 플라스틱을 만드는 재료의 비율을 말한다. 랑세스가 집중하고 있는 고성능 플라스틱은 폴리아미드 계열, 즉 나일론이다. 기본 재료인 카프로락탐이나 아디픽산에 내화성, 내구성 같은 성질을 높이는 첨가제를 섞어 만든다. 금속을 대체할 정도로 플라스틱을 튼튼하게 만드는 역할은 유리섬유가 맡는다. 화학자들이 대략적인 성능을 예측해 레시피를 만들면 이곳에서는 그에 맞게 재료의 비율과 온도를 맞춰 플라스틱을 만든다. 니켈 박사는 “레시피대로 플라스틱이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 여기서 얻은 정보를 다시 화학자에게 보내 연구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모습은 국수를 뽑는 모습과 비슷했다. 재료를 섞어서 녹인 뒤에 가는 구멍 두 개를 통해 밀어내면 긴 국수 가닥처럼 플라스틱이 뽑혀 나온다. 물로 식혀 굳히면 단단해지는데, 물기를 말리고 절단기에 넣어 잘게 쪼개면 일단 완성이다. 이런 쌀알 같은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 성형하면 최종 제품이 된다.
단순한 시험은 이 상태로 중국 우시에 있는 공장에 보내서 처리하지만, 고난이도 시험은 도마겐 센터에서 직접 한다. 니켈 박사는 “제조 과정을 알아야 고객에게 성형할 때의 온도나 주입 속도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성형 기계를 갖고 직접 시험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새로운 성형 방법이나 응용 분야를 시험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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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세스의 고성능 플라스틱 연구개발센터가 있는 도마겐 켐파크 전경. 이곳에서 합성고무, 고성능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제품을 제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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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동차에는 내장재뿐만 아니라 전자장치, 호스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플라스틱을 써서 무게를 줄인다. 자동차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 부품을 나타낸 그림.]
늘이고, 구부리고… 내구성 통과해야
연구개발센터에서 생산한 재료로 만든 부품은 다양한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른다. 성능 시험을 담당하고 있는 마르셀 브란트 박사는 “이곳에서 하는 시험은 크게 고객에게 제공할 부품의 성능을 알아보는 것과 새로운 물질에 대한 정보를 얻어 부품으로 만들었을 때의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은 여러 종류다. 피로강도 시험에서는 플라스틱 부품이 얼마나 오랫동안 진동에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본다. 3~5Hz(1초에 3~5번 진동)의 진동을 줘서 시험하는 게 보통이지만, 최대 100Hz까지 시험할 수 있다. 부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진동수와 힘을 달리해 시험한다. 부품에 온도 챔버를 씌운 채 진동하게 하면 온도에 따라 강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시험할 수 있다. 영하 70℃에서 250℃까지 가능하다.
컴퓨터 영상처리기술도 쓰인다. 부품에 큰 힘이 걸렸을 때 늘어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먼저 부품 표면에 하얀색 도료를 흩뿌린다. 그러면 표면에 무작위로 하얀 점이 생기는데, 컴퓨터가 촬영한 영상에서 이 점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힘을 받아 부품이 늘어나는 영상에서 점의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내 부품이 변형되는 양상을 알아낸다. 고속카메라를 이용하면 아주 큰 힘이 걸려 1초에 100배 이상 늘어날 때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후 챔버가 달려 있는 대형 장비를 이용한다. 100KN(킬로뉴턴, 1뉴턴은 1kg의 물체를 1m/s2로 가속하는 데 필요한 힘)까지 힘을 가할 수 있어 다양한 환경 속에서 크고 단단한 부품을 시험할 수 있다. 공기의 압력을 높이거나 진공 상태로 만들어 흡기다기관(엔진에 공기를 공급하고 양을 조절하는 부품)을 시험하는 장비도 있다. 그 외에도 압축력이나 전단력, 횡력 등 다양한 힘에 저항하는 성질을 시험하는 장비가 마련돼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고성능 플라스틱이 ‘듀레탄’이 다. 듀레탄은 유리섬유로 강화한 폴리아미드 기반의 플라스틱이다. 고온이나 저온에서도 튼튼하고 충격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기존의 자동차 금속 부품을 대체하는 데 쓰이고 있다. 고성능 플라스틱은 유리섬유가 많이 들어 있을수록 단단하고 무거워진다. 보통 유리섬유가 질량의 30%, 60% 함유된 제품이 많이 쓰이며, 무게는 금속의 절반 정도다.
랑세스는 유리섬유를 카프로락탐과 함께 벨기에 앤트워프에 있는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유리섬유가 만들어지는 광경은 흥미롭다. 유리섬유는 용광로에서 녹인 재료를 작은 구멍을 통해 뽑아내 만든다. 지름 1.5mm의 구멍이 2000개 뚫린 판을 통해 뽑아낸 유리섬유를 잡아당기면 가늘어진다. 지름 50~150㎛(마이크로미터, 1㎛=10-6m)의 얇은 실이 되면 물을 뿌려 굳히고 코팅한 뒤 한 데 모아 한 가닥의 끈으로 만든다. 얇은 한 가닥 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00가닥의 유리섬유가 붙어 있다. 마지막으로 유리 섬유를 4.5mm단위로 잘게 쪼개서 포장한다. 하나로 붙어있는 2000가닥의 유리섬유는 뜨거운 플라스틱 재료에 들어가면 한 가닥씩 풀어진다. 유리섬유를 코팅한 것은 폴리아미드와 잘 붙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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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겐의 연구개발센터에서 고성능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모습. 여기서 생산한 플라스틱은 시험용으로 쓰인다.]
플라스틱 비중 계속 늘어날 것
현재 듀레탄이 쓰이는 부품은 프런트 엔드, 흡기다기관, 엔진 상부 덮개, 브레이크 페달, 에어 튜브, 예비타이어 보관대 등이다. 자동차의 무게가 100kg 줄어들면 1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g 정도 줄어든다. 특히 전기차는 가벼워야 배터리가 오래 간다.
가벼워진다는 것 외에도 고성능 플라스틱의 장점은 많다. 금속은 구부리고 볼트로 접합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부품이 되지만, 플라스틱은 부품이 일체가 되도록 한번에 성형하기 때문에 제작 과정이 단순해진다. 그만큼 원가도 저렴해진다. 금속과 달리 부식될 걱정도 없고, 재활용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충돌 시에도 플라스틱은 금속보다 충격을 더 잘 흡수한다. 자동차 앞면에 플라스틱 부품을 사용하면 사람과 부딪쳤을 때 부상을 덜 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언젠가 고성능 플라스틱이 완전히 금속을 대체할 수도 있을까. 엔진처럼 움직이는 부품도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을까. 듀레탄연구개발 책임자인 데트레프 요아히미 박사는 “지금도 움직이는 부품이 있지만 큰 하중을 견디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가격이 너무 비싸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말 고온에서 작동해야 하는 부품은 금속이 계속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고성능의 친환경 소재로서 플라스틱의 가능성은 많다.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은 가격이 10배 이상이라 아직 비행기 같은 한정된 분야에 쓰이지만,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보다 3~4배 강도가 크다. 앞으로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도 자동차에 쓰일 수 있다. 요아히미 박사도 “생물원료로 플라스틱의 원료를 만드는 기술과 같은 미래의 가능성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성능 플라스틱으로 군살을 쫙 뺀 친환경적인 자동차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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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앤트워프의 공장에서 유리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뜨거운 유리가 아래로 뽑혀나오면서 가늘어져 아주 얇은 유리섬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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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식 아우디A8은 자동차 업계 최초로 프런트 엔드를 고성능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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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에서 플라스틱을 태워 버린 뒤에 남은 유리섬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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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비결은 무거운 금속을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금속을 플라스틱으로 바꿀 수는 없다. 플라스틱이 금속을 대체하려면 그만큼 튼튼하고 열이나 기후 변화에 강해야 한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고성능 플라스틱이다. 현재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고성능 플라스틱은 평균 14kg. 자동차 경량화가 중요해지면서 이 수치는 향후 10년 동안 매년 7%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런 고성능 플라스틱은 어떻게 만들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소와 공장을 직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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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이 활약했던 축구팀의 연고지로 잘 알려진 독일 레버쿠젠.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10여 km 떨어진 도시 도마겐에는 독일에서 가장 큰 화학단지인 ‘켐파크(Chempark)’가 있다. 60여 개 공장이 입주해 있는 켐파크는 1만 명이 일하고 있는 거대 단지지만 녹지가 많아 마치 공원을 방불케 한다. 여기서 기자는 레버쿠젠에 본사를 둔 랑세스(Lanxess)의 고성능 플라스틱 연구개발센터를 찾았다. 랑세스는 2004년 바이엘에서 분사한 뒤 빠른 속도로 성장한 특수화학그룹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3000개 가량의 레시피를 시험합니다. 하루에 12~15개씩이지요. 각각의 레시피에 따라 10~20kg을 만들어 보고, 기계적인 성능이 어떤지 시험합니다. 통과하면 1000kg 정도를 생산해 고객의 요구에 맞출 수 있는지 또 시험을 거칩니다. 거기서도 통과해야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지요.”
고성능 플라스틱 연구개발센터의 스테파니 니켈 박사는 시끄러운 기계 소리 때문에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설명했다. 니켈 박사가 말한 ‘레시피’란 요리 비법이 아니라 고성능 플라스틱을 만드는 재료의 비율을 말한다. 랑세스가 집중하고 있는 고성능 플라스틱은 폴리아미드 계열, 즉 나일론이다. 기본 재료인 카프로락탐이나 아디픽산에 내화성, 내구성 같은 성질을 높이는 첨가제를 섞어 만든다. 금속을 대체할 정도로 플라스틱을 튼튼하게 만드는 역할은 유리섬유가 맡는다. 화학자들이 대략적인 성능을 예측해 레시피를 만들면 이곳에서는 그에 맞게 재료의 비율과 온도를 맞춰 플라스틱을 만든다. 니켈 박사는 “레시피대로 플라스틱이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 여기서 얻은 정보를 다시 화학자에게 보내 연구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모습은 국수를 뽑는 모습과 비슷했다. 재료를 섞어서 녹인 뒤에 가는 구멍 두 개를 통해 밀어내면 긴 국수 가닥처럼 플라스틱이 뽑혀 나온다. 물로 식혀 굳히면 단단해지는데, 물기를 말리고 절단기에 넣어 잘게 쪼개면 일단 완성이다. 이런 쌀알 같은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 성형하면 최종 제품이 된다.
단순한 시험은 이 상태로 중국 우시에 있는 공장에 보내서 처리하지만, 고난이도 시험은 도마겐 센터에서 직접 한다. 니켈 박사는 “제조 과정을 알아야 고객에게 성형할 때의 온도나 주입 속도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성형 기계를 갖고 직접 시험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새로운 성형 방법이나 응용 분야를 시험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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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세스의 고성능 플라스틱 연구개발센터가 있는 도마겐 켐파크 전경. 이곳에서 합성고무, 고성능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제품을 제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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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동차에는 내장재뿐만 아니라 전자장치, 호스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도 플라스틱을 써서 무게를 줄인다. 자동차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 부품을 나타낸 그림.]
늘이고, 구부리고… 내구성 통과해야
연구개발센터에서 생산한 재료로 만든 부품은 다양한 환경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오른다. 성능 시험을 담당하고 있는 마르셀 브란트 박사는 “이곳에서 하는 시험은 크게 고객에게 제공할 부품의 성능을 알아보는 것과 새로운 물질에 대한 정보를 얻어 부품으로 만들었을 때의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보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은 여러 종류다. 피로강도 시험에서는 플라스틱 부품이 얼마나 오랫동안 진동에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본다. 3~5Hz(1초에 3~5번 진동)의 진동을 줘서 시험하는 게 보통이지만, 최대 100Hz까지 시험할 수 있다. 부품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진동수와 힘을 달리해 시험한다. 부품에 온도 챔버를 씌운 채 진동하게 하면 온도에 따라 강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시험할 수 있다. 영하 70℃에서 250℃까지 가능하다.
컴퓨터 영상처리기술도 쓰인다. 부품에 큰 힘이 걸렸을 때 늘어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먼저 부품 표면에 하얀색 도료를 흩뿌린다. 그러면 표면에 무작위로 하얀 점이 생기는데, 컴퓨터가 촬영한 영상에서 이 점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힘을 받아 부품이 늘어나는 영상에서 점의 패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내 부품이 변형되는 양상을 알아낸다. 고속카메라를 이용하면 아주 큰 힘이 걸려 1초에 100배 이상 늘어날 때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후 챔버가 달려 있는 대형 장비를 이용한다. 100KN(킬로뉴턴, 1뉴턴은 1kg의 물체를 1m/s2로 가속하는 데 필요한 힘)까지 힘을 가할 수 있어 다양한 환경 속에서 크고 단단한 부품을 시험할 수 있다. 공기의 압력을 높이거나 진공 상태로 만들어 흡기다기관(엔진에 공기를 공급하고 양을 조절하는 부품)을 시험하는 장비도 있다. 그 외에도 압축력이나 전단력, 횡력 등 다양한 힘에 저항하는 성질을 시험하는 장비가 마련돼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고성능 플라스틱이 ‘듀레탄’이 다. 듀레탄은 유리섬유로 강화한 폴리아미드 기반의 플라스틱이다. 고온이나 저온에서도 튼튼하고 충격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기존의 자동차 금속 부품을 대체하는 데 쓰이고 있다. 고성능 플라스틱은 유리섬유가 많이 들어 있을수록 단단하고 무거워진다. 보통 유리섬유가 질량의 30%, 60% 함유된 제품이 많이 쓰이며, 무게는 금속의 절반 정도다.
랑세스는 유리섬유를 카프로락탐과 함께 벨기에 앤트워프에 있는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유리섬유가 만들어지는 광경은 흥미롭다. 유리섬유는 용광로에서 녹인 재료를 작은 구멍을 통해 뽑아내 만든다. 지름 1.5mm의 구멍이 2000개 뚫린 판을 통해 뽑아낸 유리섬유를 잡아당기면 가늘어진다. 지름 50~150㎛(마이크로미터, 1㎛=10-6m)의 얇은 실이 되면 물을 뿌려 굳히고 코팅한 뒤 한 데 모아 한 가닥의 끈으로 만든다. 얇은 한 가닥 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00가닥의 유리섬유가 붙어 있다. 마지막으로 유리 섬유를 4.5mm단위로 잘게 쪼개서 포장한다. 하나로 붙어있는 2000가닥의 유리섬유는 뜨거운 플라스틱 재료에 들어가면 한 가닥씩 풀어진다. 유리섬유를 코팅한 것은 폴리아미드와 잘 붙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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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비중 계속 늘어날 것
현재 듀레탄이 쓰이는 부품은 프런트 엔드, 흡기다기관, 엔진 상부 덮개, 브레이크 페달, 에어 튜브, 예비타이어 보관대 등이다. 자동차의 무게가 100kg 줄어들면 1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g 정도 줄어든다. 특히 전기차는 가벼워야 배터리가 오래 간다.
가벼워진다는 것 외에도 고성능 플라스틱의 장점은 많다. 금속은 구부리고 볼트로 접합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부품이 되지만, 플라스틱은 부품이 일체가 되도록 한번에 성형하기 때문에 제작 과정이 단순해진다. 그만큼 원가도 저렴해진다. 금속과 달리 부식될 걱정도 없고, 재활용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충돌 시에도 플라스틱은 금속보다 충격을 더 잘 흡수한다. 자동차 앞면에 플라스틱 부품을 사용하면 사람과 부딪쳤을 때 부상을 덜 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언젠가 고성능 플라스틱이 완전히 금속을 대체할 수도 있을까. 엔진처럼 움직이는 부품도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을까. 듀레탄연구개발 책임자인 데트레프 요아히미 박사는 “지금도 움직이는 부품이 있지만 큰 하중을 견디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가격이 너무 비싸질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말 고온에서 작동해야 하는 부품은 금속이 계속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고성능의 친환경 소재로서 플라스틱의 가능성은 많다.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은 가격이 10배 이상이라 아직 비행기 같은 한정된 분야에 쓰이지만,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보다 3~4배 강도가 크다. 앞으로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도 자동차에 쓰일 수 있다. 요아히미 박사도 “생물원료로 플라스틱의 원료를 만드는 기술과 같은 미래의 가능성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성능 플라스틱으로 군살을 쫙 뺀 친환경적인 자동차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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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앤트워프의 공장에서 유리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뜨거운 유리가 아래로 뽑혀나오면서 가늘어져 아주 얇은 유리섬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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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식 아우디A8은 자동차 업계 최초로 프런트 엔드를 고성능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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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에서 플라스틱을 태워 버린 뒤에 남은 유리섬유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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