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이라는 소수의 과학인재만을 선발해 한 명, 한 명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념으로 지도하는 GIST의 교육법은 지금 우리 시대 이공계 중점대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돌파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친밀한 분위기는 GIST만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첨단과기로 123.’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스트)은 주소부터 이공계 중점대학답다. 첨단과기로는 올해 1월부터 R&D 특구로 선정돼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동네다. 실제로 이곳 주변에는 각종 연구소와 과학고, 과학관,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주소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GIST 캠퍼스의 풍경은 아늑하고 가정적이다. 5층을 넘지 않는 빨간 벽돌 건물과 그 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학생들. 마치 한적한 빌라단지 같달까.
GIST는 1993년에 연구중심대학원으로 개교했다. 16년이라는 길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GIST는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학술연구재단 자료(2009년)에 따르면 GIST의 최근 12년간 교수 1인당 과학인용색인(SCI) 논문발표 수는 KAIST와 포스텍을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랐다. 전임교원 1인당 특허보유 및 출원건수에서도 국내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국제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GIST는 지난해 QS 대학평가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cita tion) 부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아시아대학 중에서는 2009년과 2010년 연이어 1위를 차지했다.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는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어떤 평가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하다. GIST의 경쟁력은 졸업생들의 면면에서도 확인된다. 박사 졸업생 1인당 SCI급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 수에서 GIST는 평균 8.08편으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2009년).
1~100번까지 전교생 이름을 외는 학교
GIST는 지난해 학사과정을 개설했다. KAIST, 포스텍 같은 이공계 중점대학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된 셈이다. KAIST나 포스텍, 울산과기대(UNIST) 등은 모두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 양성의 산실로서 나름의 학풍을 각각 갖고 있다. 하지만 GIST는 그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에 있다. 지난 16년간 대학원을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사과정에서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충분히 고민하고 연구했기 때문이다. 이관행 대학장은 GIST만의 강점으로 한 기수에 100명에 불과한 학생 수를 꼽았다.
“GIST는 무작정 대학의 규모를 늘리지 않습니다. 교수 대 학생의 비율(1대 10)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교양과목이 한 반에 10~15명 내외, 필수 기초과학과 전공과목은 15~20명 내외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학교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수업이 가능하죠.”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8/8321932484e51e7271a249.jpg)
아직도 많은 대학에서는 100명 이상이 한 반에서 수업을 듣는 일이 흔하다. 그런 상황과 비교하면 GIST의 교육환경이 얼마나 학생 위주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GIST에서는 학부생들을 한 명, 한 명 가족 같은 마음으로 보살피고 있었다. GIST에서 만난 교수와 교직원들은 모두 ‘학생들’이 아닌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교수와 학생 사이가 친밀하다는 얘기다. 학생들이 중간, 기말고사 공부를 할 때마다 빵과 우유로 깜짝 파티를 열어 준다는 GIST 행정실 직원들은 1, 2 기수 200명의 이름뿐 아니라 신상명세까지 줄줄 외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특별히 학생고민센터를 운영하지 않아도 어떤 학생이 어떤 어려움에 처했는지 바로 알아채고 대책을 세울 수 있어 보였다.
학생을 위한 지원도 파격적이다. GIST는 신입생 전원에게 등록금을 포함한 수업료 전액을 면제해주고 학자금과 급식보조비를 매월 지급한다. 유영준 교학처장은 “GIST 학생이라면 누구든 돈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점 제한 같은 조건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완공된 학부생 기숙사는 피트니스 시설, 열람실, 컴퓨터실, 악기연습실, 동아리방 등을 갖췄다. 학부생 전용의 교육연구동, 실험동, 학생회관, 수영장 등은 올해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실험동은 일반 건물에 실험 시설을 갖춘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실험 목적으로, 장비의 효율까지 고려해 지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8/8789142754e51e7427bc8c.jpg)
[GIST 학교 전경. 나즈막한 빨간 건물은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한다.]
세계 속 GIST가 아닌 ‘GIST 속 세계’
GIST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학문적 교류가 어렵고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GIST의 시스템을 꼼꼼히 살펴보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GIST는 이미 국제 캠퍼스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일리노이주립대, 인도공대(IIT), 홍콩과학기술대 등 23개국 42개 교육·연구기관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덕분에 개인이 원한다면 GIST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한 예로 GIST의 입학생 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버클리대(UC버클리대)에 가서 여름학기를 듣고 온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단순한 어학 프로그램이 아닌, 미적분학이나 일반화학, 일반물리학과 같은 정규 과목을 듣는다. 이관행 대학장은 “처음엔 준비도 안 된 1학년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가서 성적도 잘 받고, 의욕이 충만해져서 온 것을 보고 프로그램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2학년 학생 일부는 여름학기 프로그램인 ‘학부생 하계 연구 지원제도(SURF)’에 참가한다. 칼텍과 GIST학부생이 상대학교의 지도교수를 배정받아 여름학기 중에 16주간 개인 연구를 진행하는 친선 프로그램이다. 기자가 GIST를 찾았던 날에는 2명의 학생이 칼텍으로 떠나고 4명의 칼텍 학생이 GIST에 와 있었다. 칼텍 학생들은 모두 GIST 생활에 무척 만족하는 듯 보였다.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실비아 설리번 양(19)은 “칼텍에서는 내가 연구하려는 분야의 과목이 흩어져 있는데 GIST는 한 전공 안에 모여 있어 내게 잘 맞는다”며 “한국어를 좀 더 잘하게 되면 나중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8/16479367284e51e77fc1a96.jpg)
[SURF에 참가하고 있는 칼텍학생들 (윗줄 오른쪽 두명, 아랫줄 왼쪽 두명).]
지난 8월에는 저명한 생명과학자인 랍 필립스 칼텍 교수가 GIST에서 생화학 과목을 강의했다.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1시간씩 진행하는 강행군이었다. 쉽지 않은 코스지만 얻는 것도 컸다. 족집게 과외처럼 한 분야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GIST에는 노벨상 수상자 3명이 센터장으로 있는 연구소 3개가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1년에 몇 차례씩 이곳을 방문해 노벨상 수상자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8/20313279084e51e7a871d9e.jpg)
[이관행 대학장]
기초 튼튼 ‘12과목의 법칙’
GIST의 수업은 인문·사회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진행한다. 1, 2학년은 전공 구분 없이 모두 기초교육학부에 소속되며 기초과학과 인문사회 과목들을 폭넓게 배운다. 3학년이 되면 전기전산, 화학소재, 응용물리, 생명과학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한다.
GIST에서 전공의 개념은 다른 곳과 약간 다르다. 영어로 표기하면 ‘major’가 아닌 ‘concentra tion’다. major가 하나의 트랙을 이어나간다는 의미라면 concentration은 여러 개가 동심원을 이뤄 통합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 대학장은 12과목의 법칙을 융합과학을 실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커리큘럼이라고 소개했다.
“전공과목을 모두 듣는다고 기초가 튼튼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공이 아닌 다른 과목을 여러 개 듣는 게 기초를 다지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우리 학교는 12과목의 법칙이라고 해서 전공과목 12개(36학점)를 초과해 듣는 수업에 대해서는 졸업인정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쉬운 전공과목만을 찾아 학점을 올리는 꼼수를 부릴 수 없죠.”
12과목의 법칙에는 전공으로 학생들을 분리시키지 않겠다는 정책적 의지도 담겨 있다.
“나중에라도 아이들이 전공별로 나뉘어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 같이 GIST라는 이름으로 만나야죠. 학부는 열린 전공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전기전산 학생이 생명과학 수업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게요.”
GIST의 학사과정은 미국 일류대학 못지않게 빡빡한 편이다. 하지만 GIST에서는 ‘지덕체’ 대신 ‘체덕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체육과 인문·사회 과목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체육과 음악을 각각 6학기, 4학기를 듣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다. 대신 이들 과목은 무학점제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처음엔 의무적으로 체육과 음악을 시작했지만 점차 취미로 활용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이 대학장은 귀뜸했다.
GIST의 시스템은 칼텍과 많이 닮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GIST의 목표는 칼텍이기 때문이다. 칼텍은 전교생이 900명 내외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32명이나 배출했다. GIST가 칼텍을 이기는 날이 올까. 이 대학장은 “20년 이내에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탑클래스지만 세계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지요. 하지만 능력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칼텍의 좋은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우리도 작지만 강한 대학을 이룰 수 있어요. 우리 교수와 교직원들도 학생들처럼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꿉니다.”
‘광주광역시 북구 첨단과기로 123.’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스트)은 주소부터 이공계 중점대학답다. 첨단과기로는 올해 1월부터 R&D 특구로 선정돼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동네다. 실제로 이곳 주변에는 각종 연구소와 과학고, 과학관,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주소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GIST 캠퍼스의 풍경은 아늑하고 가정적이다. 5층을 넘지 않는 빨간 벽돌 건물과 그 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학생들. 마치 한적한 빌라단지 같달까.
GIST는 1993년에 연구중심대학원으로 개교했다. 16년이라는 길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GIST는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학술연구재단 자료(2009년)에 따르면 GIST의 최근 12년간 교수 1인당 과학인용색인(SCI) 논문발표 수는 KAIST와 포스텍을 제치고 국내 1위에 올랐다. 전임교원 1인당 특허보유 및 출원건수에서도 국내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국제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GIST는 지난해 QS 대학평가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cita tion) 부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아시아대학 중에서는 2009년과 2010년 연이어 1위를 차지했다.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는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어떤 평가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하다. GIST의 경쟁력은 졸업생들의 면면에서도 확인된다. 박사 졸업생 1인당 SCI급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 수에서 GIST는 평균 8.08편으로 국내 1위를 기록했다(2009년).
1~100번까지 전교생 이름을 외는 학교
GIST는 지난해 학사과정을 개설했다. KAIST, 포스텍 같은 이공계 중점대학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된 셈이다. KAIST나 포스텍, 울산과기대(UNIST) 등은 모두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 양성의 산실로서 나름의 학풍을 각각 갖고 있다. 하지만 GIST는 그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에 있다. 지난 16년간 대학원을 운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사과정에서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충분히 고민하고 연구했기 때문이다. 이관행 대학장은 GIST만의 강점으로 한 기수에 100명에 불과한 학생 수를 꼽았다.
“GIST는 무작정 대학의 규모를 늘리지 않습니다. 교수 대 학생의 비율(1대 10)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교양과목이 한 반에 10~15명 내외, 필수 기초과학과 전공과목은 15~20명 내외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학교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수업이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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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은 대학에서는 100명 이상이 한 반에서 수업을 듣는 일이 흔하다. 그런 상황과 비교하면 GIST의 교육환경이 얼마나 학생 위주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GIST에서는 학부생들을 한 명, 한 명 가족 같은 마음으로 보살피고 있었다. GIST에서 만난 교수와 교직원들은 모두 ‘학생들’이 아닌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교수와 학생 사이가 친밀하다는 얘기다. 학생들이 중간, 기말고사 공부를 할 때마다 빵과 우유로 깜짝 파티를 열어 준다는 GIST 행정실 직원들은 1, 2 기수 200명의 이름뿐 아니라 신상명세까지 줄줄 외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특별히 학생고민센터를 운영하지 않아도 어떤 학생이 어떤 어려움에 처했는지 바로 알아채고 대책을 세울 수 있어 보였다.
학생을 위한 지원도 파격적이다. GIST는 신입생 전원에게 등록금을 포함한 수업료 전액을 면제해주고 학자금과 급식보조비를 매월 지급한다. 유영준 교학처장은 “GIST 학생이라면 누구든 돈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점 제한 같은 조건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완공된 학부생 기숙사는 피트니스 시설, 열람실, 컴퓨터실, 악기연습실, 동아리방 등을 갖췄다. 학부생 전용의 교육연구동, 실험동, 학생회관, 수영장 등은 올해 10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실험동은 일반 건물에 실험 시설을 갖춘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실험 목적으로, 장비의 효율까지 고려해 지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8/8789142754e51e7427bc8c.jpg)
[GIST 학교 전경. 나즈막한 빨간 건물은 작은 마을을 연상케 한다.]
세계 속 GIST가 아닌 ‘GIST 속 세계’
GIST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학문적 교류가 어렵고 경쟁에서 뒤쳐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GIST의 시스템을 꼼꼼히 살펴보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GIST는 이미 국제 캠퍼스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일리노이주립대, 인도공대(IIT), 홍콩과학기술대 등 23개국 42개 교육·연구기관과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덕분에 개인이 원한다면 GIST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한 예로 GIST의 입학생 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버클리대(UC버클리대)에 가서 여름학기를 듣고 온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단순한 어학 프로그램이 아닌, 미적분학이나 일반화학, 일반물리학과 같은 정규 과목을 듣는다. 이관행 대학장은 “처음엔 준비도 안 된 1학년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가서 성적도 잘 받고, 의욕이 충만해져서 온 것을 보고 프로그램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2학년 학생 일부는 여름학기 프로그램인 ‘학부생 하계 연구 지원제도(SURF)’에 참가한다. 칼텍과 GIST학부생이 상대학교의 지도교수를 배정받아 여름학기 중에 16주간 개인 연구를 진행하는 친선 프로그램이다. 기자가 GIST를 찾았던 날에는 2명의 학생이 칼텍으로 떠나고 4명의 칼텍 학생이 GIST에 와 있었다. 칼텍 학생들은 모두 GIST 생활에 무척 만족하는 듯 보였다.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실비아 설리번 양(19)은 “칼텍에서는 내가 연구하려는 분야의 과목이 흩어져 있는데 GIST는 한 전공 안에 모여 있어 내게 잘 맞는다”며 “한국어를 좀 더 잘하게 되면 나중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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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F에 참가하고 있는 칼텍학생들 (윗줄 오른쪽 두명, 아랫줄 왼쪽 두명).]
지난 8월에는 저명한 생명과학자인 랍 필립스 칼텍 교수가 GIST에서 생화학 과목을 강의했다.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1시간씩 진행하는 강행군이었다. 쉽지 않은 코스지만 얻는 것도 컸다. 족집게 과외처럼 한 분야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GIST에는 노벨상 수상자 3명이 센터장으로 있는 연구소 3개가 운영 중이다. 학생들은 1년에 몇 차례씩 이곳을 방문해 노벨상 수상자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articleEditor/2011/08/20313279084e51e7a871d9e.jpg)
[이관행 대학장]
기초 튼튼 ‘12과목의 법칙’
GIST의 수업은 인문·사회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진행한다. 1, 2학년은 전공 구분 없이 모두 기초교육학부에 소속되며 기초과학과 인문사회 과목들을 폭넓게 배운다. 3학년이 되면 전기전산, 화학소재, 응용물리, 생명과학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한다.
GIST에서 전공의 개념은 다른 곳과 약간 다르다. 영어로 표기하면 ‘major’가 아닌 ‘concentra tion’다. major가 하나의 트랙을 이어나간다는 의미라면 concentration은 여러 개가 동심원을 이뤄 통합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 대학장은 12과목의 법칙을 융합과학을 실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커리큘럼이라고 소개했다.
“전공과목을 모두 듣는다고 기초가 튼튼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공이 아닌 다른 과목을 여러 개 듣는 게 기초를 다지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우리 학교는 12과목의 법칙이라고 해서 전공과목 12개(36학점)를 초과해 듣는 수업에 대해서는 졸업인정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쉬운 전공과목만을 찾아 학점을 올리는 꼼수를 부릴 수 없죠.”
12과목의 법칙에는 전공으로 학생들을 분리시키지 않겠다는 정책적 의지도 담겨 있다.
“나중에라도 아이들이 전공별로 나뉘어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 같이 GIST라는 이름으로 만나야죠. 학부는 열린 전공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전기전산 학생이 생명과학 수업을 들어도 어색하지 않게요.”
GIST의 학사과정은 미국 일류대학 못지않게 빡빡한 편이다. 하지만 GIST에서는 ‘지덕체’ 대신 ‘체덕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체육과 인문·사회 과목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체육과 음악을 각각 6학기, 4학기를 듣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다. 대신 이들 과목은 무학점제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다. 처음엔 의무적으로 체육과 음악을 시작했지만 점차 취미로 활용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이 대학장은 귀뜸했다.
GIST의 시스템은 칼텍과 많이 닮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GIST의 목표는 칼텍이기 때문이다. 칼텍은 전교생이 900명 내외지만 노벨상 수상자를 32명이나 배출했다. GIST가 칼텍을 이기는 날이 올까. 이 대학장은 “20년 이내에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탑클래스지만 세계적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지요. 하지만 능력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칼텍의 좋은 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우리도 작지만 강한 대학을 이룰 수 있어요. 우리 교수와 교직원들도 학생들처럼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