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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신청해오는 학생들의 사연을 보면, 아직까지 꿈을 못정한 학생들이 대다수입니다. 꿈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의 강요로 정했거나,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직업’을 고른 경우가 다반사죠. 꿈을 정하는 건, 지금 자신의 노력을 이끌어낼 원동력을 찾는 길입니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두 사연을 통해 여러분도 자신의 꿈에 대해 한번 고민해보세요.

사례 1 “법의학자 되고 싶은데 자사고 진학이 고민”

서울 O중학교 3학년 K학생

“이과 지망생인데 용인외고에 가고 싶어요. 외고라서 이과생이 가기에는 불리할까요?”

“용인외고는 그동안 이과 지향적인 학생을 많이 뽑아온 데다가 자사고로 전환했기 때문에 불리하지만은 않아. 하지만 그에 앞서 네가 정말 용인외고를 지망하는 게 맞는지부터 점검해야겠구나.”

과학을 제일 좋아하고 그중에서 물리를 좋아한다는 K학생. 과학을 좋아하는 데 비해 내신성적은 상위 10% 이내로 기대에는 못미치고 있다.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니?”

“법의학자가 되고 싶어요.”

“법의학자가 되려면 의학을 전공해야겠지. 우리나라에서 의대에 가려면 이과에서도 최상위권에 들어야 해. 만만치 않은 일이지. 하지만 일단 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 너는 다른 친구보다 앞서 가고 있는 거야.”

무조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혹은 부모님의 권유로 의대에 가고 싶다는 학생들에 비해 K학생은 법의학에 대한 꿈이 비교적 명확했다. CSI 과학수사대를 보며 관심을 키웠고, 법의학을 통해 세상에 진실을 밝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품어왔다.

“의대에 가는 게 솔직히 자신은 없어요.”

“의대에 바로 가지 않고,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가는 방법도 있어. 아니면 유학을 가도 되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하나씩 가능성을 따져보면 돼.”

의대에 바로 갈지, 아니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지, 의대에 가려면 어떤 고등학교에 가는 게 좋은지, 그 고등학교를 가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획을 차근차근 잡아간다. 이 과정에서 용인외고를 진학하는 게 맞는지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예전에는 공부 잘하는 이과생도 다 외고를 갔어. 하지만 요즘은 이과 상위권 학생들은 영재고나 과학고에 가. 이과를 지망한다면 꼭 용인외고를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차라리 일반고에 진학해서 영어를 개인적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쪽을 권하고 싶구나.”

국내외를 넘나들며 법의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의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는 ‘수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수학은 어디까지 공부했니?”

“10-가까지 공부했어요.”

“선행지수가 얼마나 되는가는 문제해결력이 얼마나 되는가를 보는 거야. 의대 전형에서는 심층면접을 거쳐야 해. 심층면접에서는 올림피아드를 준비했던 학생들이 유리해. 올림피아드 성적이 심층면접에 반영되기 때문이 아니라, 올림피아드를 통해 문제해결력을 키워온 학생들이 심층면접도 잘 치를 수 있기 때문이지.”

문제해결력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중학교때부터 꾸준한 연습으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초기에 수능과 내신을 대비한다. 점차 수능 고득점 문제를 연습하며 심층면접 준비로 넘어간다. 심층면접은 대체로 수학과 과학 한 과목을 함께 보기 때문에, 과학도 함께 대비해야 한다.

“물리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의학을 공부하려면 물리보다는 화학이나 생물을 공부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구나. 한번 공부해보면 또 새로운 흥미가 생길 수도 있을 거야. 책을 읽거나 다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니?”

“아뇨. 별다른 활동은 아직 하는 게 없어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방학 때마다 캠프가 많이 열리거든. 관심있는 캠프에 참가해서 좋은 경험을 쌓고, 그 내용을 네 꿈을 향한 기록으로 남긴다면 좋겠지. 생명공학 계통 대학에서 열리는 캠프를 알아보는 것도 좋고, 제약회사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여는 캠프에도 참가해보렴. 이과생은 배경지식이 있어야 독서를 할 수 있어. 읽은 책 목록만 봐도 그 학생이 갖고 있는 지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지.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책을 찾아 읽도록 해.”

의학을 전공하기까지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견디게끔 해주는 건 바로 꿈이다. 언제나 미래의 자신을 떠올리며 지금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사례 2 컴퓨터 게임에서 꿈의 실마리를 찾다
서울 S고등학교 1학년 L학생

“너는 꿈이 뭐니?”

“의사, 변호사, 판사가 꿈이었어요.”

대부분의 학생은 L학생처럼 의사, 변호사, 판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온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좋은 직업이라고 알려진 것이지 ‘나만의 꿈’은 아니다.

“그건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이지. 네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을 말해보렴.”

“게임 외에는 좋아하는 게 딱히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무척 좋아해서 인터넷고로 진학할까 고민했다는 L학생. 게임 TV만 줄창 보는 바람에 집에서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란다.

“수학에서 대수가 좋니, 도형이 좋니?”

“둘다 좋아요.”

전체 성적은 상위 10% 정도에 머무는데, 수학만큼은 반에서 1, 2등 할 정도로 실력이 좋다. 중학교 때부터 수학을 잘해서 과학고 진학도 고려했지만, 적극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이 역시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과학 중에는 어떤 과목이 재미있니?”

“생물에 조금 흥미가 가고 지구과학이 재미있어요.”

“세계사나 역사는 재미있니?”

“네. 교과서만 봐도 재미있어요.”

선생님은 L학생의 적성을 탐색하기 위해 다양한 질문꺼리를 던졌다. 그 과정에서 L학생이 갖고 있는 소질이 서서히 드러났다.

“너는 이과쪽이 적성에 맞는데, 일반적인 이과생에 비해 감수성이 풍부한 것 같아. 그런 면을 네 장점으로 발휘해보면 어떨까? 컴퓨터공학이나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게임 시나리오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게임 산업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교육용 콘텐츠나 3차원 영상과도 접목한다면 훨씬 다양한 길이 있을 거야.”

“그런데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는 걸 부모님이 반대하세요. 너도 나도 가는 학과라서 비전이 없다고요.”

“그렇지 않아. 어떤 진로라도 나 홀로 갈 수는 없잖니.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경쟁자는 어느 분야든지 있게 마련이야. 그 안에서 내 위치를 찾아가면 되지. 섣불리 포기하거나 비전이 없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 네가 좋아서 하다 보면 직업의 안정성은 자연스레 따라올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단, 좋아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해야겠지. 게임방에서 게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렴.”

L학생이 좋아하는 역사나 세계사를 접목시켜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게임을 개발하거나, 어려운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교육용 자료를 만들 수도 있다. 청소년 시기에 떠올릴만 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이끌어내라는 게 상담 선생님의 조언이다.

“컴퓨터공학과에 가려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성적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상승 곡선을 그리면 좋겠구나. 또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왔다는 걸 증명할 수 있게 관련 자격증을 따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 동아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니?”

“컴퓨터 동아리에 들었어요.”



“마침 잘됐구나. 사설학원의 도움 없이 컴퓨터 동아리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준비해봐. 그리고 평소에 게임을 접하면서 이런 점은 이렇게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을 적어봐. 게임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시로 적어놓도록 해. 그렇게 만든 ‘게임 노트’를 나중에 입학사정관에게 자료로 제출하면 네가 노력해온 과정을 보여줄만 한 알찬 자료가 될 거야.”

‘게임 노트’는 매일 적지 않아도 된다. 한달에 2편 정도만 써도 고등학교 2학년까지 꾸준히 쓴다면 제법 많은 양이 모일 것이다. 시작은 게임에 대한 흥미에서 출발했지만, 그런 관심이 게임 기획, 교육용 컨텐츠 개발, 가상 의료 시스템 연구, 우주항공 시뮬레이션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다. 단, 이렇게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 ‘독서’는 필수다.

“컴퓨터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니?”

“거의 없어요.”

“시중에 컴퓨터공학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어. 그 책을 보면 컴퓨터공학이 산업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알 수 있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어떤 기술까지 나왔는지를 알 수 있는 거지.”

‘세상에 이로운 프로그래밍을 해보겠다’는 쪽으로 서서히 마음을 굳혀가는 L학생. 목표가 정해졌다면, 이제 열심히 노력할 차례다.

“매일 뭘 공부할지 스스로 계획을 짜보렴. 컴퓨터공학과를 지망한다면 선택 과목은 대체로 물리가 연관이 깊으니 유리할 거야. 더불어 수학도 매우 중요해. 컴퓨터 공부는 일반 공부가 지루하거나 힘들 때 틈틈이 하도록 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니?”

“가끔 하고, 꾸준히 하는 건 없어요.”

“그렇다면 컴퓨터 조립하는 법을 인터넷에서 배워봐. 그리고 주위에서 중고 컴퓨터를 구해서 부품을 재활용하는 거야. 그렇게 조립한 컴퓨터를 양로원이나 공부방에 갖다 드리면 좋은 나눔이 되지 않겠니?”

상담을 시작할 때만 해도 손톱을 깨물며 초조해 하던 L학생은 어느샌가 밝은 표정으로 선생님을 마주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정한다면 도전할 기회는 충분하다. ‘직업’이 아닌 ‘꿈’을 고민하는 과정을 즐겨보자.

201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상담 진행-혜인, 정리-이종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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