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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공룡 책!

[ 과학동아가 선정한 이달의 책 ]

1964년, 미국의 고생물학자 존 오스트롬이 새로운 수각류 발톱공룡 ‘데이노니쿠스’를 발견했다. 두 발로 걷고 몸 길이가 3.4m인 비교적 작은 크기의 공룡이었다. 당시는 세계적으로 고생물학자와 일반인들 사이에서 공룡의 인기가 한풀 꺾인 시점이었다. 거대하고 기괴하지만 굼뜨고 멍청한 괴물 파충류 이미지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논쟁도 잠잠했고 대중들의 관심도 식어갔다.

하지만 데이노니쿠스는 이전까지의 공룡과는 달랐다. 고개를 들어도 사람 키를 넘지 않을 정도로 아담한 크기에 우아한 꼬리가 2m나 이어져 있었다. 골격을 바탕으로 보면 몸은 탄력 있었고 날렵한 새와 비슷했다. 둔한 공룡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었고, 공룡은 다시 연구와 대중 문화의 전면에 등장했다.

인기는 오스트롬이 ‘공룡은 온혈동물일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더 높아졌다. 여기에 앞발의 발목 구조가 시조새(아르카에오프테릭스)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내놓자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46쪽 ‘시조새 논쟁 150년’ 기사 참조). 발굴도 활발해져서 1970년대 이후 공룡 수는 이전의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1975년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런 붐을 가리키며 ‘공룡 르네상스’라고 불렀다.

최근 해외에서 들려오는 공룡 발굴 소식을 보면 ‘제2의 공룡 르네상스’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변화는 크기가 더 작은 공룡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닭보다 작은 공룡도 있어 ‘애완동물 수준’이 됐다. 20년 전 영화인 ‘쥬라기공원’에 나오는 대표적인 수각류 공룡 벨로키랍토르도 사실은 사람 허벅지 정도 오는 작은 키에 무게가 15kg인 ‘경량급’ 공룡이었다. 주둥이 힘도 강하지 않아 날카로운 앞 발가락을 칼처럼 써서 사냥해야 했다. 무리생활을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증거는 없다.

공룡은 한결같이 갑옷같이 딱딱하고 징그러운 껍질로 싸여 있다는 가설이나, 몸 색깔이 간장에 목욕이라도 한 것처럼 어둡다는 가설도 오류로 밝혀지고 있다. 작은 수각류는 온몸이 원시적인 깃털로 덮여 있었고 색도 비교적 화려했다. 20년 전 영화에서 사실인 것은 달리는
속도가 시속 40~60km 정도로 빨랐다는 사실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이런 공룡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었을까. 기껏해야 새로운 영화나 다큐멘터리다. 그나마 어른이 흥미를 가지고 볼 만한 프로그램은 적다. 공룡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소재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 공룡은 성인이 관심
을 가질 점잖은 소재가 아니란 말인가.

성인을 위한 공룡 정보 가뭄 현상을 해결해 줄 단비 같은 책이 나왔다. 스콧 샘슨 미국 유타자연사박물관 연구큐레이터의 ‘공룡오디세이’다. 진화와 계통 분류의 기본 개념부터 중생대의 식생, 각종 공룡의 종류와 해부학적 특징을 자세히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공룡의 등장과 멸종이 하나의 ‘사건’이나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거대한 진화의 흐름 속에서 탄생하고 역시 진화의 흐름 속에서 멸종한 유구한 생물 역사의 한 과정으로 본다. 1억 6000만 년 동안 지속된 길고 긴 역사다.

2009년 펴낸 책을 번역했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 정보를 담고 있지만 2010년 이후 정보는 없다는 점이 아쉽다. 국내 거의 유일한 고생물학 시리즈물인 ‘오파비니아 총서’ 8번째 권으로 책의 수준을 믿을 만하다. 고생물학과 고인류학 책을 자주 번역한 역자의 번역도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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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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