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7일부터 대구에서 세계 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는 특별한 종목이 있다. 바로 팔로 달리는 휠체어 육상.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400m에 세계랭킹 3위인 유병훈 선수와, 5위인 정동호 선수, 여자 800m에 신예 강경선 선수가 출전해 금메달을 노린다. 최고 시속 37km까지 나와 박진감이 넘친다. 휠체어 마라톤에서는 비장애 마라톤의 2시간 3분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1시간 20분대의 기록이 나오기도 한다. 휠체어 육상에 숨어 있는 과학을 찾아본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라
대부분의 격투기 종목은 몸무게에 따라 체급을 나눈다. 체급에 따른 경기력 차이가 극복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휠체어 육상도 마찬가지다. 장애 유형과 등급을 나눠 경기를 한다.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T-53이 열린다. 여기서 T는 트랙 경기를, 53은 장애의 유형과 등급을 의미한다. 이 종목에는 주로 척수 장애를 가진 선수, 소아마비를 겪은 선수와 신체가 절단된 선수가 출전한다.
척수에는 운동, 감각 그리고 자율신경세포가 있으며 대뇌와 소뇌로 연결되는 많은 신경이 있다. 사고로 척수를 다치기도 하고 소아마비에 걸려 척수가 손상되기도 한다. 척수의 한 부위를 다치면 그 부분 아래의 감각과 운동 기능이 마비된다. 다친 부분이 위에 있을수록 더 많은 감각과 운동 능력을 상실하는데,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하반신과 사지가 마비돼 있다. 척수장애와 절단 등으로 하반신만 사용하지 못하면 T-54, 허리와 복근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면 T-53, 마지막으로 손과 어깨가 불편하면 T-51, 52등급을 받는다.
움직일 수 있는 영역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좌우된다. 휠체어를 돌려야 하는 손과 어깨를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는 T-51, 52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T-53과 54도 많은 차이가 있다. 복근을 사용하고 안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 비장애인은 알기 힘들다. 한희창 한신대 특수체육학과 교수는 “이 차이는 몸을 일으킬 때 허리를 쓰지 않고 일어나보면 알 수 있다”며, “사람은 단순한 동작에도 모든 기관과 감각을 사용하기에 허리의 사용 여부에 따라 운동능력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휠체어 육상 T-54 국가대표인 김규대 선수는 “휠체어를 움직일 때 허리를 들었다 내리며 밀면 더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T-52 선수였던 문영수 장애인육상연맹 사무국장은 “등급에 상관없이 선수들은 살아 있는 부분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점에서 비장애인 육상과 다를 바 없다. 조금 다른 조건에서 경기하는 것뿐이다.
내게 맞는 휠체어를 찾아라
T-53선수들은 허리와 다리로 하체를 받치지 못하기 때문에 몸에 완벽히 고정되는 휠체어를 타야 한다. T-53 국가대표 유병훈 선수는 “운동하다보면 체형과 자세가 달라져 휠체어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대 가격이 소형차와 비슷한 1000만 원에 달하다 보니 쉽게 바꾸지 못한다. 국가 대표선수들조차 자비로 휠체어를 산다.
김규대 선수는 “갈수록 휠체어 육상에서 장비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더 가볍고,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 휠체어가 개발되면서 휠체어가 승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휠체어 마라톤 선수만 해도 400명이 넘는 일본에선 레이싱 휠체어 전문 회사가 있어 대표선수에게 딱 맞는 휠체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유병훈 선수는 “일본 회사가 최근 개발한 탄소섬유로 만든 휠체어는 가볍고 공기저항이 적어 장거리 경기의 판도를 크게 바꿨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휠체어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만은 않는다. 휠체어를 자신의 몸에 맞게 조절하면 최대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핸드림은 휠체
어의 뒷바퀴에 둥그렇게 달린 것으로, 이를 돌려 휠체어를 추진시킨다. 크기는 350~400mm정도로 다르다. 보통 신체에 맞는 크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경기 운영 방식에 따라 고르기도 한다. 쉬운 가속을 원하면 큰 핸드림을 사용하고, 가속된 뒤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은 핸드림을 사용한다.
뒷바퀴의 각도(캠버)가 낮을수록 휠체어의 무게중심이 낮아져 뒤집어 질 위험 없이 경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달리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휠체어의 길이도 경기에 영향을 준다. 휠체어가 길면 길수록 가속이 된 상태에서 속도가 유지된다. 하지만 초기 가속에 힘이 많이 들어 힘이 약한 선수는 길이가 짧은 휠체어를 사용한다.[선수들은 야구의 투수처럼 미는 힘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어깨 부상이 잦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등 근육을 세심하게 단련시킨다.]
가장 빠른 운동역학을 찾아라
휠체어 육상 초창기에는 네 바퀴 휠체어에 앉아 경기했다. 점차 공기저항을 줄여 속도를 높이고, 고속에서 안정적인 회전을 위해 앞바퀴가 두 개에서 하나로 줄어 바퀴가 3개가 됐다. 그리고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가 길어졌다. 이에 따라 자세도 사이클처럼 머리를 앞으로 내밀어 공기저항을 최소화 했고, 앉는 자세도 바뀌어 이제는 무릎을 꿇고 휠체어에 오른다.
선수들은 몸통과 어깨, 팔의 움직임으로 생성된 운동 에너지를 핸드림에 전달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휠체어에 앉아 준비 자세를 취한 뒤 휠체어를 치고, 감으며 돌린 다음 손을 떼고, 다음 추진 동작까지 일정하게 반복해야 한다. 이때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야 하며 모든 동작이 일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양쪽의 바퀴를 같은 힘으로 밀어야 똑바로 갈 수 있다. 한희창 교수는 “선수에 따라 다르지만 단거리는 추진동작이 짧고 빠르게 치고, 장거리는 감아서 미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단거리 경기에서는 빠른 가속을 하기 위해, 장거리에서는 최대한 힘의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트랙 경기의 곡선 구간에서는 보조핸들인 컴펜세이터를 사용한다. 왼쪽 부분을 치면 앞바퀴가 살짝 트랙을 도는 방향인 왼쪽으로 돌아간
다. 오른쪽 부분을 치면 원래 상태로 돌아와 직진을 하게 된다. 이때 규칙적인 회전 운동을 하고 있던 팔로 이 컴펜세이터를 쳐야 하는데, 이 시간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어깨의 회전 동작의 리듬을 유지하지 못하면 속도가 줄어든다. 자칫 잘못해 조금 늦게 컴펜세이터를 치면 원심력에 의해 주로를 이탈해 실격되거나 다른 선수와 충돌한다.
[유병훈 선수의 질주 모습. 휠체어 육상은 최고 시속 37km까지 나오는 박진감 넘치는 종목이다.]
[휠체어 육상 국가대표인 김규대 선수(왼쪽)와 유병훈 선수(오른쪽). 정동호, 홍석만 선수와 함께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T-53/54 남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땄다.]
경기운영에서도 스포츠과학을 이용한다. 휠체어 육상은 비장애인 육상보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장거리 경기를 할 때 선
수들은 경기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바람의 방향을 읽는다. 바람이 많이 부는 구간에서는 선두의 뒤에 있다 바람을 등지는 구간에서는 빠르게 치고 나간다.
선수들은 훈련을 하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있다. 유병훈 선수는 고질적인 어깨 부상이 있으며, 김규대 선수는 너무 오래 앉아 있다 피부질환이 생겼다. 이런 조건에서 선수들은 스스로 연구하며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쥐어 짜 더 빠른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근육의 특성을 공부해 휠체어 육상에 더 적합한 트레이닝 방법을 찾고 있으며, 운동역학을 공부해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나오길 기대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라
대부분의 격투기 종목은 몸무게에 따라 체급을 나눈다. 체급에 따른 경기력 차이가 극복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휠체어 육상도 마찬가지다. 장애 유형과 등급을 나눠 경기를 한다.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T-53이 열린다. 여기서 T는 트랙 경기를, 53은 장애의 유형과 등급을 의미한다. 이 종목에는 주로 척수 장애를 가진 선수, 소아마비를 겪은 선수와 신체가 절단된 선수가 출전한다.
척수에는 운동, 감각 그리고 자율신경세포가 있으며 대뇌와 소뇌로 연결되는 많은 신경이 있다. 사고로 척수를 다치기도 하고 소아마비에 걸려 척수가 손상되기도 한다. 척수의 한 부위를 다치면 그 부분 아래의 감각과 운동 기능이 마비된다. 다친 부분이 위에 있을수록 더 많은 감각과 운동 능력을 상실하는데,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하반신과 사지가 마비돼 있다. 척수장애와 절단 등으로 하반신만 사용하지 못하면 T-54, 허리와 복근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면 T-53, 마지막으로 손과 어깨가 불편하면 T-51, 52등급을 받는다.
움직일 수 있는 영역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좌우된다. 휠체어를 돌려야 하는 손과 어깨를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는 T-51, 52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T-53과 54도 많은 차이가 있다. 복근을 사용하고 안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 비장애인은 알기 힘들다. 한희창 한신대 특수체육학과 교수는 “이 차이는 몸을 일으킬 때 허리를 쓰지 않고 일어나보면 알 수 있다”며, “사람은 단순한 동작에도 모든 기관과 감각을 사용하기에 허리의 사용 여부에 따라 운동능력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휠체어 육상 T-54 국가대표인 김규대 선수는 “휠체어를 움직일 때 허리를 들었다 내리며 밀면 더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T-52 선수였던 문영수 장애인육상연맹 사무국장은 “등급에 상관없이 선수들은 살아 있는 부분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점에서 비장애인 육상과 다를 바 없다. 조금 다른 조건에서 경기하는 것뿐이다.
내게 맞는 휠체어를 찾아라
T-53선수들은 허리와 다리로 하체를 받치지 못하기 때문에 몸에 완벽히 고정되는 휠체어를 타야 한다. T-53 국가대표 유병훈 선수는 “운동하다보면 체형과 자세가 달라져 휠체어를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대 가격이 소형차와 비슷한 1000만 원에 달하다 보니 쉽게 바꾸지 못한다. 국가 대표선수들조차 자비로 휠체어를 산다.
김규대 선수는 “갈수록 휠체어 육상에서 장비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더 가볍고,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 휠체어가 개발되면서 휠체어가 승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휠체어 마라톤 선수만 해도 400명이 넘는 일본에선 레이싱 휠체어 전문 회사가 있어 대표선수에게 딱 맞는 휠체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유병훈 선수는 “일본 회사가 최근 개발한 탄소섬유로 만든 휠체어는 가볍고 공기저항이 적어 장거리 경기의 판도를 크게 바꿨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휠체어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만은 않는다. 휠체어를 자신의 몸에 맞게 조절하면 최대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핸드림은 휠체
어의 뒷바퀴에 둥그렇게 달린 것으로, 이를 돌려 휠체어를 추진시킨다. 크기는 350~400mm정도로 다르다. 보통 신체에 맞는 크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경기 운영 방식에 따라 고르기도 한다. 쉬운 가속을 원하면 큰 핸드림을 사용하고, 가속된 뒤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은 핸드림을 사용한다.
뒷바퀴의 각도(캠버)가 낮을수록 휠체어의 무게중심이 낮아져 뒤집어 질 위험 없이 경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빠르게 달리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휠체어의 길이도 경기에 영향을 준다. 휠체어가 길면 길수록 가속이 된 상태에서 속도가 유지된다. 하지만 초기 가속에 힘이 많이 들어 힘이 약한 선수는 길이가 짧은 휠체어를 사용한다.[선수들은 야구의 투수처럼 미는 힘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어깨 부상이 잦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등 근육을 세심하게 단련시킨다.]
가장 빠른 운동역학을 찾아라
휠체어 육상 초창기에는 네 바퀴 휠체어에 앉아 경기했다. 점차 공기저항을 줄여 속도를 높이고, 고속에서 안정적인 회전을 위해 앞바퀴가 두 개에서 하나로 줄어 바퀴가 3개가 됐다. 그리고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가 길어졌다. 이에 따라 자세도 사이클처럼 머리를 앞으로 내밀어 공기저항을 최소화 했고, 앉는 자세도 바뀌어 이제는 무릎을 꿇고 휠체어에 오른다.
선수들은 몸통과 어깨, 팔의 움직임으로 생성된 운동 에너지를 핸드림에 전달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휠체어에 앉아 준비 자세를 취한 뒤 휠체어를 치고, 감으며 돌린 다음 손을 떼고, 다음 추진 동작까지 일정하게 반복해야 한다. 이때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야 하며 모든 동작이 일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양쪽의 바퀴를 같은 힘으로 밀어야 똑바로 갈 수 있다. 한희창 교수는 “선수에 따라 다르지만 단거리는 추진동작이 짧고 빠르게 치고, 장거리는 감아서 미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단거리 경기에서는 빠른 가속을 하기 위해, 장거리에서는 최대한 힘의 손실 없이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트랙 경기의 곡선 구간에서는 보조핸들인 컴펜세이터를 사용한다. 왼쪽 부분을 치면 앞바퀴가 살짝 트랙을 도는 방향인 왼쪽으로 돌아간
다. 오른쪽 부분을 치면 원래 상태로 돌아와 직진을 하게 된다. 이때 규칙적인 회전 운동을 하고 있던 팔로 이 컴펜세이터를 쳐야 하는데, 이 시간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하다. 어깨의 회전 동작의 리듬을 유지하지 못하면 속도가 줄어든다. 자칫 잘못해 조금 늦게 컴펜세이터를 치면 원심력에 의해 주로를 이탈해 실격되거나 다른 선수와 충돌한다.
[유병훈 선수의 질주 모습. 휠체어 육상은 최고 시속 37km까지 나오는 박진감 넘치는 종목이다.]
[휠체어 육상 국가대표인 김규대 선수(왼쪽)와 유병훈 선수(오른쪽). 정동호, 홍석만 선수와 함께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T-53/54 남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땄다.]
경기운영에서도 스포츠과학을 이용한다. 휠체어 육상은 비장애인 육상보다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장거리 경기를 할 때 선
수들은 경기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바람의 방향을 읽는다. 바람이 많이 부는 구간에서는 선두의 뒤에 있다 바람을 등지는 구간에서는 빠르게 치고 나간다.
선수들은 훈련을 하며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있다. 유병훈 선수는 고질적인 어깨 부상이 있으며, 김규대 선수는 너무 오래 앉아 있다 피부질환이 생겼다. 이런 조건에서 선수들은 스스로 연구하며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쥐어 짜 더 빠른 속도를 내려고 하고 있다. 근육의 특성을 공부해 휠체어 육상에 더 적합한 트레이닝 방법을 찾고 있으며, 운동역학을 공부해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