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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혀로 물 마시는 건, “볼 때문이야~"



한여름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주 목이 마르기 마련이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야옹이나 멍멍이도 마찬가지. 이 녀석들은 물이 담긴 그릇에 얼굴을 대고 물을 마신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정작 주둥이는 물에 닿지 않고 혀만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저렇게 해서 물을 제대로 마실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식탁에 물그릇을 올려놓고 손을 뒷 짐 진 채 개나 고양이처럼 물을 먹어보면 상당히 감질난다. 그런데 입을 담그고 물을 쭉 빨아 당기면 쉽게 마실 수 있다. 개나 고양이도 주둥이를 담그고 물을 마시면 될 텐데 왜 저렇게 힘들게 ‘혀 운동’을 할까.

볼이 불완전한 개와 고양이
고양이과(科)나 개과의 맹수류는 안타깝게도 우리처럼 입을 대고 물을 마실 수가 없다. 숨을 들이켜 압력차이로 물을 빨아 당기려면 입이 벌어진 부분이 온전히 물속에 잠겨야 하는데 맹수류는 입이 주둥이 양쪽 뒤까지 찢어져 있기 때문에(그래야 먹이를 물 때 턱을 많이 벌릴 수 있다) 양옆으로 틈이 생긴다.

이 상태에서 숨을 들이켜 봤자 물이 딸려 오는 게 아니라 옆에서 바깥 공기가 새어 들어온다. 한마디로 이들은 ‘볼’이 불완전하게 발달한 셈이다.

아무튼 맹수류들이 혀로 물을 마신다는 건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물을 마시는지는 최근까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26일자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마침내 고양이가 물 마시는 법에 대한 상세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기계공학과의 정성환 교수도 저자 가운데 한 명이다.

연구자들은 1초에도 수차례 나왔다 들어가는(평균 3.5회 왕복) 혀의 빠른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고속촬영장비(초당 120~500프레임)를 이용했다. 그 결과 고양이는 혀를 내밀 때 혀끝을 뒤로 말아 혓바닥 앞부분이 우유(물은 투명하기 때문에 경계 식별이 잘 안돼 우유를 사용했다) 표면에 닿게 한다. 그 뒤 혀를 당기면 혓바닥 아래로 물이 딸려 올라오면서 작은 ‘물기둥’을 형성했다. 그 뒤 물기둥이 점차 얇아져 떨어지려는 순간 입을 닫아 기둥 위쪽을 끊어 먹는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을 물리학의 표면장력과 관성, 중력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했다. 즉 혓바닥 끝이 우유에 닿으면 우유의 물분자가 혀 세포 표면에 착 달라붙어 혀가 올라갈 때 딸려 올라간다. 그러면 이 물분자와 인력으로 묶여 있는 다른 물분자도 함께 올라간다.

혀가 위로 올라가는 속도에 따라 우유도 관성을 받아 위로 올라가며 기둥을 형성한다. 그러나 우유 기둥은 그릇에 담긴 우유의 표면보다 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에 위치에너지가 커진다. 그 결과 중력을 받아 다시 밑으로 내려오는 것. 검지 끝을 물에 대고 들어 올리면 물이 딸려 올라오다 곧바로 다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양이가 이런 식으로 혀를 한 번 왕복운동 하며 입안에 넣는 우유의 양은 평균 0.14ml에 불과했다. 1초에 평균 3.5회 왕복하므로 1초에 약 0.5ml를 마시는 셈이다. 이렇게 1분을 마시면 30ml. 관찰한 고양이들 몸무게는 3.6~6.7kg이므로 사람으로 치면 대략 300ml를 마시는 셈. 혀로 마시는 게 비효율적인 것 같아도 계산해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연구자들은 단순한 관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수학모형을 만들었다. 이들은 고양이가 혀를 움직이는 속도는 관성과 중력의 효과가 절묘하게 조합돼 최적의 효율(즉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물을 마시는)을 낼 수 있는 조건이라고 가정했다. 즉 혀의 왕복운동을 너무 빨리하면 액체가 충분히 관성을 받지 못해 애초에 딸려 올라오는 액체가 적을 것이고 왕복운동이 너무 느리면 액체기둥이 충분히 높아지기 전에 중력을 받아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고양이과 동물의 신체 비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혀의 왕복거리가 혀의 폭(R)에 비례한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수식을 만든 결과 1초 동안의 혀의 왕복횟수(f)는 혀의 폭의 제곱근에 반비례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고양이보다 혀의 폭이 4배인 맹수의 경우 초당 혀의 왕복횟수는 고양이(3.5회)의 절반인 1.75회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물을 먹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혀의 폭을 직접 재는 대신 역시 비례식을 써서 몸무게(M)로 대체했다. 즉 몸무게는 혀의 폭의 세제곱에 비례한다(M∝R3, 혀의 폭은 몸길이에 비례하므로). 따라서 초당 혀의 왕복횟수가 혀의 폭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면(f∝1/R1/2) 몸무게에는 6분의 1승에 반비례한다(f∝1/M1/6≈1/M0.167). 실제로 동물원에서 촬영한 고양이과 동물 8종의 혀 왕복횟수를 측정한 결과 몸무게의 0.181승에 반비례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들이 제시한 메커니즘이 상당히 정확한 셈이다.

개는 물을 떠먹는다?
한편 연구자들은 개의 경우 혀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고양이와 물 마시는 메커니즘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즉 고양이는 뒤로 말린 혓바닥의 끝 부분만 물에 닿게 하지만 개는 뒤로 말린 혀 앞부분이 전부 물에 잠기게 한다는것. 그 결과 뒤로 말린 혀의 옴폭 들어간 부분이 국자 역할을 해 물을 담는다. 그 뒤 혀를 당기면 ‘혀 국자’에 담긴 물이 입안으로 들어 간다고. 과연 그럴까.

생물학 학술지인 ‘바이올로지 레터스’ 5월호에는 개가 물을 마시는 법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를 한 미국 하버드대 크롬프톤 교수는 사실 오랫동안 동물의 물 마시는 법을 연구한 이 분야의 전문가다. 그런 그가 낯선 연구자들에게 고양이 물 마시는 방법에 대한 발견을 빼앗겼으니 자존심이 좀 상했을 것이다.



크롬프톤 교수팀 역시 고속카메라촬영(초당 300프레임)을 통해 개가 물 먹는 과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개 역시 물 마시는 방식이 고양이와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는 고양이보다 혀를 좀 더 깊이 담그는 경향이 있지만 뒤로 말린 혀가 국자처럼 물을 퍼 올리는 양은 혓바닥 끝으로 끌어올리는 물의 양에 비하면 무시할 정도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해서 입안으로 들어간 물은 어떻게 목을 넘어가 위로 들어갈까. 아무리 고속촬영을 해도 입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알 수 없다. 연구자들은 조영제인 바륨이 들어간 우유를 마시는 개의 옆모습을 X선으로 고속촬영(초당 500프레임)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즉 개가 혀의 연속 왕복운동으로 우유를 마실 때 입안으로 들어가는 양이 3단계에 걸쳐 목으로 넘어간다는 것. 즉 혀의 뒷부분과 입 천장의 뒷부분(연구개라고 부른다) 사이에 처음 들어온 분획이 있고 혀의 중간과 입천장의 앞부분(경구개라고 부른다) 사이에 두 번째 들어온 분획이 있다.

경구개는 빨래판처럼 생겼는데 혀가 닿을 때 그 사이 틈에 우유가 들어있어 흘러내리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혀끝을 쑥 내밀어 우유 표면에 닿게 한다.

그 뒤 입을 벌려 혀를 끌어당길 때 맨 뒤에 있던 첫 번째 분획은 목으로 넘어가고 중간에 있던 두 번째 분획이 혀 뒤와 연구개 사이 공간으로 들어가고 혀 중간과 경구개 사이에 막 끊어먹은 우유가 놓이게 되는 것. 그리고 다음 사이클이 시작된다.




물 마시는 방식도 가지가지
한편 돼지나 소, 양, 말처럼 완전한 볼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동물들은 번거롭게 혀를 이용해 물을 마실 이유가 없다. 볼이 완벽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주둥이를 물에 담그고 ‘쭉’ 빨아 당기면 쉽게 물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혀는 양옆이 위로 말려 올라가 물이 지나가는 수로 역할을 한다. 물론 물이 너무 얕을 경우는 혀를 이용해 핥아 먹는 수밖에 없다.

코끼리는 당연히 긴 코를 이용해 물을 마신다. 코로 물을 쭉 당긴 뒤 코 끝을 입에 가까이 대고 숨을 내쉬어 물을 입안으로 뿜어낸다. 한편 닭은 먼저 아래 부리를 물에 담가 물을 담은 뒤 머리를 들고 고개를 뒤로 젖혀 물을 마신다. 이들에게야 말로 아래 부리가 국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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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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